【장소시학 창간호-특집 : 고성 장소시】 솔섬 외 1편 - 박태일
장소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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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14:15 | 최종 수정 2023.01.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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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장소시
솔섬 외 1편
박 태 일
갯쑥이 웃자란 모래 두둑을 따라
길은 산뿌리까지 가서 끝을 둘로 갈랐다
말똥게 구멍이 머금은 건 날물인가
굴쩍에 올라앉은 볕살이 희다
보리누름 자란바다 감싱이 들고
푸른빛 단청 하늘엔
상날상날 배추나비
배 끊긴 솔섬에선
때 아닌 울닭 소리.*
당목 할메
혼자 살 마련은 아니었지만
홀로 된 나날이 분답지는 않았다
마음 가끔 밑술에 낙을 걸고
오늘도 통발 반 장어를 들였다
파도 축항을 돌아가 바람막이 곰솔을 키우는 동안
아들은 자라 무얼 할꼬 날 좋은 여름
대처 손님 어째 내려올 때면
아주머니, 시답잖은 말머리에도
놀라 그릇귀를 깬다.**
*『풀나라』, 문학과지성사, 2002, 13쪽.
**『가을 악견산』, 문학과지성사, 1989,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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