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8-이달의 시】 훈맹정음訓盲正音 - 박옥위

박옥위 시조시인

시민시대1 승인 2022.08.27 09:53 | 최종 수정 2022.08.28 09:07 의견 0

훈맹정음訓盲正音 
                           박옥위

 

 

거꾸로 찍어서야 바르게 읽어가는
손끝엔 눈이 있다 어둠을 밝히는 눈
아이는 여린 손끝에 눈물 같은 눈을 단다
점자를 훑어가는 저 여린 손가락
요철의 그리움이 문자가 되는 동안
빛은 다 귀가 솔깃해 손끝에 닿는다
마음에도 눈이 있다 느낌으로 닿아가는
훈맹정음 1학년 낯이 선 점자책을
손끝에 빛을 세우며 아이가 읽고 있다

 

<시작여화>

장애인 그들은 누구인가?

 
장애인의 아득한 마음을 생각해본다. 

「아득하면 되리라」란 시는 박재삼 시인의 시이다.

해와 달, 별까지의/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 나의 거리도 /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 냉수 사발 안에 떠서 /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 없어라

무엇을 더 말할 수 있겠는가? 장애인이 되어 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알 수가 없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장애인이 있다. 신체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발달 장애인 그리고 사고로 인한 장애인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지식인이라면 우리는 도움을 줄지언정 약자의 고통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요즘 장애인들의 가족이 동반자살을 시도한 예가 더러 있다. 얼마나 절망하면 그러겠는가. 우리는 이 사회적인 문제를 방관해서도 안 되겠지만 더구나 비웃지는 말아야 한다. 그들이 겪는 고통을 아무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장애인 그들도 누구의 아들 딸 우리의 벗이자, 이웃이다. 

‘빛’ 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골고루 은혜를 내린다. 

‘빛’ 이 있기에 고통도 아름다운 것이다.     

 

‘훈맹정음’은 박두성 선생님이 창안한 맹인들을 위한 한글이다.  

 

박옥위 시조시인

◇ 박옥위 : ▷1965년 『새교실』 시 천료, 1983년 『시조문학』 『현대시조』 천료 ▷시조집 《그리운 우물》 《낙엽단상》 등 ▷수상 / 부산문학상본상, 성파시조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아르코문학상창작지원금, 한국동서문화상, 부산여성문학상, 부산펜문학대상 외 ▷부산여류시조문학회창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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