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47) 지평선 - 최재남
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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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7 10:26 | 최종 수정 2022.09.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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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재남
떠안은 기도 무거워 주저앉은 하늘과
오르려 발버둥 쳐도 어림없던 땅이 만나
달동네 골목에 보낼 달 한 덩이 낳는다
최재남 시인의 <지평선>을 읽는다. 김제평야에서 지평선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바다의 수평선을 보았다면 그 느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이 말하는 지평선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경계선을 의미하지만 김제평야에 펼쳐져 있는 그런 지평선은 아니다. 하늘과 땅의 영역을 뛰어넘어 접선이 이루어지는 비가시적 공간이다.
땅거미 내리고 사위가 어두워지는 시간, 시인은 ‘떠안은 기도 무거워 주저앉은 하늘’을 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던가. 그리하여 소원성취의 기쁨을 만끽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또 한편에선 실패의 쓰라림을 맛보아야만 한다. 기회의 비축이 가능한 여건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르려 발버둥 쳐도 어림없던’ 삶이라면 꿈을 결국 접고 만다. 취업난에 좌절한 요즘 청년들이 그러하다. 하늘은 과연 이를 어찌 생각할까? 땅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랄 것으로 믿는 시인은 그 희망의 빛을 지평선의 월출로 그려내고 있다.
달동네는 주로 도시 외곽의 산등성 같은 고지대에 위치한 산마을이다. 불편한 생활 여건과 노후화된 주택들로 집세가 싼 편이라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주저앉은 하늘도 날이 밝으면 드높이 펼쳐지듯 달동네 사람들도 희망을 가지길 기대하는 시인의 마음이 읽힌다. 추석이 다가온다. ‘달동네 골목에 보낼 달 한 덩이’가 환하게 떠오를 것이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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