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45) 날라리에게 - 정용국

이광 승인 2022.08.24 09:16 | 최종 수정 2022.08.26 09:05 의견 0

날라리에게
                  정용국

 

 

태평소 의젓한 이름
어디다 깻박치고

장마당 기둥서방
가당키나 하신건지

사위를
단숨에 뒤집고
애간장 다 녹이는

정용국 시인의 <날라리에게>를 읽는다. 태평소의 별명인 날라리는 주로 백수건달에게 붙는 호칭이다. 작품 중장에 나오는 ‘장마당 기둥서방’ 노릇 하는 이가 대표적인 날라리에 속한다. 세상 사람은 천차만별이어서 날라리 기질이 다분해도 실속을 차리고 경우가 바른 사람도 있다. 반면 전혀 날라리 같지 않은데 날라리 뺨치는 작자 또한 여럿 있다.

‘태평소 의젓한 이름’을 두고 날라리라 불리게 된 유래는 잘 모른다. 그런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잘 놀 줄 아는 날라리라면 요즘 심심찮게 회자되는 ‘부캐’처럼 각광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태평소는 궁중에서는 종묘제례악에 등장하고 쩌렁쩌렁한 음색으로 대취타 등 군악에서도 그 역할이 크다. 또한 민간에서는 가락을 내는 풍물악기로서 타악기와 어울려 존재감을 드러낸다. 애절한 흐느낌이 감돌다가도 일순 흥을 돋우는 변주는 그야말로 사람을 들었다놨다한다. 이렇게 흥을 일으키는 재주는 점잖은 태평소보다 날라리와 맞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위를/단숨에 뒤집고/애간장 다 녹이는’ 날라리 기질이 오늘날 K팝이 지구촌을 휩쓰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고난의 역사 속에서 쌓인 한과 그 한을 풀어내기 위한 흥이 우리 정서를 보다 깊고 풍부하게 했고 이를 세계가 공감했을 것이다. 흥은 또 정을 나누도록 부추긴다. 그리하여 서로 신명나고 하나 되게 하여 우리 삶이 윤택해지는 것이다. 날라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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