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리, 월성 16개 원전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활동성 단층 뒤늦게 확인
원전 내진설계에 반영되었어야 할 활동성 단층(‘설계고려단층’) 5개가 고리원전과 월성원전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행정안전부 연구용역 단층 조사 결과 확인되었다. 이들 활동성 단층은 과거 원전 건설을 위한 지질조사에서는 확인한 사실이 없어서, 고리원전 10기와 월성원전 6기 모두 16기의 원전 설계에서 모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1)
필자는 김석연 변호사와 함께 소송대리인으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취소소송(이하 ‘신고리 5, 6호기 소송’)을 수행하면서, 이와 같이 원전 설계에 반영되어야 할 활동성 단층에 대하여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였는데 당시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우리의 주장이 이번에 사실로 확인이 된 것이다.
고민정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한겨레신문 조사 결과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의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설계고려단층은 다음과 같다.2)
참고로 경주지진(2016. 9. 12.) 이후 정부는 비로소 전국적인 단층 조사에 나서 2017년부터 20년간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 1단계로 2017.~2021. 5년간 한반도 동남권 단층 조사(연구용역비 157억 원)를 하였다. 연구진은 2022.1.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행정안전부는 1년이나 발표를 미루다가 2023.1. 소속 기관인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올리는 형식으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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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3. 3. 2.자 한겨레신문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81792.html
2)2023. 3. 2.자 한겨레신문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81792.html
2. 신고리 5, 6호기 소송 쟁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지진 관련 위법 사유
이 글에서는 신고리 5, 6호기 소송에서 주장했던 지진 관련 위법 사유 중 지면 관계상 일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기회가 되면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글을 쓸 예정이다. 판결문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고, 신고리 5, 6호기 소송에서 주장했던 내용이나 증거들을 소송에 직접 관여한 사람들 말고는 모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알리고 기록을 남기기 위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신고리 5, 6호기 소송에서 건설허가처분의 위법 사유로 주장한 쟁점은 크게 13가지이고, 그중 7가지가 지진 관련 쟁점이다. 신고리 5, 6호기 소송은 2016. 9. 12. 제기되었고, 마치 자연이 원전에 대한 경고라도 주듯이 그날 저녁 9.12 경주지진이 일어났다. 신고리 5, 6호기 소송에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가 위법하지만 취소하지 않는다는 사정판결이 1, 2심 모두 내려졌고, 대법원에서 2021. 4. 30. 최종 확정되었다. 신고리 5, 6호기 소송에서 주장했던 지진 관련 위법 사유 쟁점 7가지는 법원에서 모두 인정되지 않았지만 신고리 5, 6호기뿐만 아니라 국내 원전 전체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될 수 있는 쟁점들이다.
3. 원전에 대하여 지질 및 지진 관련하여 적용될 기본 법령
원전 건설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원전 부지가 관련 법령에서 규정한 여러 요건에 적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부지 요건 중 지진과 관련하여, 원전의 건설 허가기준을 규정한 『원자력안전법』 제11조는 제2호에서 원전의 위치가 원자력안전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는 기술기준에 적합하여 방사성물질 등에 따른 인체·물체 및 공공의 재해방지에 지장이 없을 것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로 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 제4조 제1항은 원전은 지진 또는 지각의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인정되는 곳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원자로 시설 부지의 지질 및 지진에 관한 조사평가지침』은 원전 부지의 지질 및 지진에 관한 조사, 평가와 관련하여 미국 핵규제위원회(NRC) 규정인 10CFR100 부록A(이하 ‘부록A’)를 준용하고, 원전 부지 조사에 관하여 NRC 규정인 RG 1.132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3) 단순히 NRC 규정을 참고하라는 게 아니고 직접적으로 국내 규정의 일부로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신생대 제4기(258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에 지진이 발생한 지질학적 증거가 있으면 앞으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서 이를 ‘활성단층’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내 원전에 적용되는 것은 과거 3만 5천 년 이내에 1회 이상 또는 과거 50만 년 이내에 2회 이상 활동한 단층으로 ‘활동성 단층’이라고 한다. 그리고 활동성 단층이면서 원전 반경 32km 이내에 있고 길이가 16km 이상인 단층 등 일정 거리 이내에 일정 길이 이상인 단층을 ‘설계고려단층’이라고 하며, 이 설계고려단층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를 산정하여 이를 견뎌낼 수 있도록 원전의 내진설계에 반영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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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CFR Part 100 Appendix A: "Seismic and Geologic Siting Criteria for Nuclear Power Plants“, 이 글에서 ‘부록A’라고 한다. R.G. 1.132: "Site Investigations for Foundations of Nuclear Power Plants"
4. 신고리 5, 6호기 부지 비학1 추정 단층에 대하여 시추조사를 하지 않은 문제점
아래 그림에서 신고리 5, 6호기 원자로가 점으로 표시되어 있고, 그 옆을 지나는 빨간색 점선 A가 비학1 추정 단층이다. 검은색 실선 바깥 원이 원자로 반경 1km이고, 비학1 추정단층의 길이는 1.5km 이상이다. 비학1 추정 단층은 원전 부지를 가로지르면서 원자로 옆을 지나가고 있고, 각종 구조물의 지하를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5, 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PSAR)4)에서는 심도 50m 이하에 30~45m의 폭을 갖고 북동-남서 방향으로 연장되고 있는 지질구조선(단층)으로 판단되는 파쇄대가 원전 부지를 지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PSAR 129~132/2369쪽). 비학1 추정 단층의 길이가 1.5km 이상인데 이런 길이의 파쇄대는 지진이 아니면 형성될 수 없다.
그러므로 지하 50m에서 발견된 비학1 지질구조선(단층으로 의심되는 파쇄대)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상 단층 여부 및 구체적인 지질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시추조사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신고리 5, 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PSAR)에는 비학1,2 지질구조선에 대하여 4개 지점에서 1~3m 깊이로 트렌치 조사만을 하였다고 되어 있는데 지하 50m 이하에 있는 파쇄대에 대하여 1~3m 깊이만 파보는 트렌치 조사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Shearon Harris 원자로 2·3호기는 단층 2개를 확인하기 위해 단층 주변에 총 18개의 시추공을 시추하였다. 이와 비교하면 비학 추정 단층에 대하여 1~3m 트렌치 조사는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단층 활동 이후 수만 년이 지나면 단층 위로 3m가 넘는 퇴적층이 쌓이게 되므로, 3m 깊이의 트렌치 조사로는 지하 50m 이하에 존재하는 파쇄대의 정체를 확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이희권 교수는 트렌치 조사로는 단층이냐 아니냐 판단될 정도로 깊이 파지 않았기 때문에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이고 시추조사를 통하여 단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결론적으로 길이가 1.5km 이상이면서 원전 부지를 가로질러 존재하는 비학1 추정 단층에 대하여 좁은 간격 및 충분한 깊이로 시추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RG1.132 등 원자력 안전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신고리 5, 6호기 소송에서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학1 추정 단층이 활동성 단층으로 확인될 경우 지표 단층운동을 일으킬 가능성으로 인하여 신고리 5, 6호기의 입지 자체가 불가할 수 있다. 그만큼 안전과 관련하여 심각한 사안이니만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은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를 하여야 할 것이다.
지표단층작용은 단층운동에 의해 지표 또는 지표 가까이에서 지반의 차등 변위를 발생시키는 것인데 쉽게 말해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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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PSAR Preliminary Safety Analysis Report)는 원전 건설허가 신청 시 제출하는 문서 중 하나로 원전의 안전성을 심사하는 가장 중요한 서류이다. 즉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은 원전 건설 허가 당시 심사의 대상이 되었던 내용이다. 한국의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는 18장으로 되어 있고, 제2장 원자로 시설의 부지에 관한 사항에 지질, 지진 및 지반공학 특성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신고리 5, 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 중에서 2.5 지질, 지진 및 지반공학에 관한 부분만 해도 2,369쪽 분량이고 신고리 5, 6호기 소송 당시 이 내용을 여러 차례 검토하여 위법 사항을 찾아내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5. 부지 반경 8km 이내 단층 조사 관련 위법 주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 결과 폭 4km, 길이 8~9km의 단층 지역이 일광단층이 연안으로 진행한 연장선에 붙어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일광단층의 단층 지역은 수직의 단층과 균열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 단층은 플라이오세와 4기 퇴적층을 각각 7m와 3m 이상 수직 방향으로 변위시켜, 4기에 단층 활동이 있었음이 확인되어 활성단층임이 확인되었다.5)
일광단층은 남북으로 40km에 걸쳐 있으나 부록 A에 의하여 지표단층운동에 대비한 조사가 요구되는 부지 반경 8km 구간의 일광단층 길이는 10km 정도이다. 일광단층은 신고리 5, 6호기 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을 기준으로 5km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고리원전 전체 부지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층이다.
그런데 신고리 5, 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PSAR)에서 일광단층에 대해 트렌치 조사가 유효하게 이루어진 지점은 2곳이며, ESR 연대측정은 장안읍 좌동리 1곳과 도야마을 2곳을 합한 3개에 불과하다. 이희권 교수가 금왕단층의 단층 활동을 규명하기 위해 12km 구간에서 50개의 ESR 연대측정을 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부실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일광단층에 대한 신고리 5, 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의 조사 결과는 매우 미흡하거나 부실하며, 반드시 추가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표단층운동에 대비하여 부지 반경 40km 대비보다 정밀한 수준의 조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는 점, 일광단층 일부에서 활동성 단층에 해당할 가능성이 확인되었는데 부록 A에 의할 때 해당 단층의 길이가 300m 이상이라면 일광단층 전체를 대상으로 4기 단층의 흔적을 매핑하여 조사하는 상세 단층 조사 절차가 진행되어야 할 수도 있는 점, 이희권 교수가 금왕단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도가 되어야 부록 A 미주가 규정한 지질학적으로 적절한 방법에 의한 합리적 조사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을 종합해볼 때 신고리 5, 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의 부지 반경 8km 이내 일광단층에 대한 조사는 부록 A가 요구하는 활동성 단층에 대한 조사 수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부록 A에 의하면 부지 반경 8km 이내에 길이가 300m 이상인 단층이 존재하는 경우 활동성 단층 해당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활동성 단층 해당 여부를 확인하려면 단층비지 시료를 채취하여 ESR 연대측정 등의 방법으로 단층의 활동 시기를 조사하여야 한다. 따라서 지적된 단층들에서 단층시료를 채취하여 연대를 측정하는 조사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부록 A의 활동성 단층 조사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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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한국해양과학기술원, ‘고해상 탄성파 탐사를 이용한 한반도 연안의 신기 지진 활동 분석’, 2015. 2. 28. 42~43쪽
5. 결론
이 글에서는 신고리 5, 6호기 소송에서 지진 관련하여 주장하였던 위법 사유 7가지 중에서 2가지를 설명하였다. 비록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처분의 위법 사유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근거가 있는 만큼, 정부와 한수원은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하여 안전하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를 하여 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김영희
경제개혁연대 부소장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교육시민소통분과위원장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총괄팀장
서울대 지속가능발전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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