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작용인 중력을 정식화한 만유인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y)은 수리과학으로서의 근대 물리학의 진정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프린키피아』의 제3권 「세계의 체계에 대하여」가 출판됨으로써 코페르니쿠스로부터 시작된 우주관의 혁명이 완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만유인력의 법칙은 많은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뉴턴도 인력(중력)을 설명하는 데 적잖이 애를 먹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원격작용(action at a distance)’이라는 중력의 본질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운동법칙을 대표하는 힘과 가속도 방정식(운동방정식)에서의 힘은 중력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힘을 포괄해야 합니다. 운동법칙은 경험법칙으로 이해하기가 비교적 용이했습니다. 이 운동에 작용하는 힘은 운동하는 물체에 직접 작용합니다. 게다가 힘의 근원도 비교적 쉽게 파악됩니다. 그러나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작용하는 힘(중력)은 당시로서는 요상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원격작용인 데다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격작용이란 물체 사이에 아무런 매개체 없이 힘이 전달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당시에는 모든 힘은 물체 간에 직접적인 작용(근접작용, action through medium)이 있어야 전달된다고 믿었습니다. 고대의 위대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주장했을 뿐 아니라 유럽에서 영향력이 막강했던 데카르트도 근접작용을 지지하면서 원격작용은 마치 신비주의자의 마술처럼 취급했기 때문입니다. 지구와 달 사이에 힘을 매개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끌어당긴다는 말일까요? 당시로서는 뉴턴의 ‘중력’은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입니다.
만유인력 법칙은 당시 과학 및 철학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데카르트의 지지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뉴턴의 비판자들은 “당신은 현상으로부터 법칙을 이끌어 다른 모든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해 보인다고 해놓고서는 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하지 못 하는가.”하고 공격했습니다.
세계를 물질과 운동으로만 설명하는 기계론이 대세였던 당시 과학자들에게 뉴턴의 만유인력 같은 힘은 마술처럼 신비한 힘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기계론의 입장에서 자연은 불활성이며 수동적입니다. 따라서 물체가 운동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힘이 가해져야 합니다. 그러니 아무것도 없는 광대한 우주 공간을 거쳐 태양이 행성에 중력을 미친다는 뉴턴의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당시 기계론자들의 생각으로는, 태양은 자신의 힘이 미치게 될 행성의 존재와 위치를 이미 알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은 근대 과학이 일소하려는 플라톤의 물활론이나 스콜라 철학자들의 ‘숨겨진 힘’ 가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갈릴레이마저도 지구의 조수간만 현상이 달의 인력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와 같은 이유로 부정했던 것입니다.
『프린키피아』가 출판되자 데카르트주의자를 비롯한 기계론자들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대표적인 데카르트주의자인 프랑스의 퐁트넬은 뉴턴의 중력에 대해 “이미 데카르트 이론으로 잘못이 폭로된 스콜라철학자들의 ‘숨겨진 성질’과 다를 바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또 독일의 라이프니츠도 이미 대세가 된 새로운 철학(기계론)이 매장해버린 망령(원격작용)을 뉴턴이 불러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뉴턴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중력의 본질을 밝히는 것은 자연철학의 임무가 아니며, 중력의 수학적 원리를 밝혀 다른 경험적 현상들을 설명한다면 그 법칙의 타당성은 충분히 입증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중력이란 물체의 낙하나 행성의 운동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그 무엇’의 명칭에 불과하다며 실험과학에서도 관측 사실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수 없을 때도 있을 수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의 운동을 통해서 자연을 설명하려는 데카르트주의자(기계론자)들의 시도를 공허한 가설이라고 되받아쳤습니다.
『프린키피아』 2판 서문을 쓴 로즈 코츠 교수는 중력의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뉴턴을 변호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중력이 뭔가 신비한 성질의 것이며, 신비적인 것은 철학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재 여부가 신비적이고, 증명한 것이 아니라 상상한 것이라면, 그건 정말 신비적인 원인에 의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관찰을 통해서 실제 존재를 분명히 증명한 것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중력은 천체들의 움직임을 낳는 신비한 힘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현상을 관찰해 보면, 그런 힘이 실제로 존재함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감지할 수도 없는 상상의 물질들이 소용돌이쳐서 그렇게 된다고 설명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신비적인 원인에 기대는 것이다.¹
그는 이어 중력이 생기는 원인이 신비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중력을 신비적이라며 철학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든 철학의 근본을 뒤엎는 불합리함에 빠지기 십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정한 자연과학이 해야 할 일은, 실제로 존재하는 원인으로부터 사물의 본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의 ‘일반주해’에서 중력의 원인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중력에 의한 하늘과 땅의 현상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로부터 중력의 원인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력이 실제로 존재하고,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작용하며, 천체와 바다의 여러 운동들을 잘 설명하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그러니 중력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두자.²
그렇다면 뉴턴은 어떻게 중력의 존재를 믿게 되었을까요? 당시 기계론은 새로운 철학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했습니다. 기계론 철학이 새로운 철학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고대와 중세 및 스콜라철학의 신비적이고 마술적인 요소를 쓸어버렸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청년 시절 데카르트를 탐독한 뉴턴이 이 같은 기계론 철학을 모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원격작용이란 성격으로 인해 신비적이고 마술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중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당시 철학 분위기에서는 퇴행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턴이 중력에 대한 수학적 원리를 탐구하게 된 과학적 철학적 배경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는 우선 뉴턴이 케플러의 성과를 계승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케플러의 법칙에서 크게 힌트를 얻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케플러는 중력을 길버트의 자력 개념으로 이해했습니다. 태양이 행성에 미치는 ‘운동령’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케플러는 길버트의 자력 개념에서 자신이 찾던 해답을 발견했습니다. 케플러가 중력이 곧 자력이라고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태양 자체가 우주의 작용자이자 추동자’라는 길버트의 주장을 신봉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이것은 기계론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중력이라는 관념을 뉴턴이 갖게 된 배경인 것입니다.
케플러의 과학적 성취를 계승한 뉴턴도 중력이란 관념을 케플러처럼 이해했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과학의 상징이 된 뉴턴이 실제로는 신비적이고 종교적인 인물이었다는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역학 연구에 몰두한 시간의 10배 이상을 연금술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뉴턴은 힘의 개념을 연금술의 ‘능동성 원리’에서 찾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습니다. 자력의 성질과 능동성 원리를 통해 힘의 본질을 생각한 뉴턴으로서는 물질은 불활성이고 수동적이라는 기계론 철학만으로는 역동적인 우주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법합니다.
뉴턴이 마술적인 성격의 원격작용을 합리화하고 수용한 데는 바로 이런 사고가 작용한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진정한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라는 중력법칙의 발견이 새로운 철학이라 불리는 기계론 철학이 아니라 신비주의적인 관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과학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력의 존재를 확인했으나 중력의 원인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한 뉴턴도 마음이 편했을 리 없었을 겁니다. 뉴턴은 『프린키피아』 2판 일반주해에서 “사물의 현현(顯現)으로서 신을 논하는 것도 자연철학에 속한다.”며 ‘최종 원인으로서의 신’을 상정했습니다. 그는 결국 중력의 최종 원인을 신에게 돌린 것입니다. 뉴턴은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는 ‘자연철학의 신학적 원리’에 의해 보완되어야 완전해진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 1. '프린키피아'(이무현 옮김, 교우사) 제1권
2. '프린키피아'(이무현 옮김, 교우사) 제3권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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