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랑방 Why <1>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음식을 데울까?

과학사랑방 Why <1>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음식을 데울까?

조송현 승인 2017.08.19 00:00 | 최종 수정 2017.08.20 00:00 의견 0

목요과학사랑방 목요과학사랑방 수업 첫 날 참가자들. 왼쪽부터 필자, 김해창 경성대 교수. 현영민 전 금융인, 김혜경 전 부산YWCA 사무총장, 박정애 시인, 강덕철 전 국제신문 사진부장, 이희길 부산MBC 심의위원.

과학공부방을 열었습니다. 이름은 'W-Agit 목요과학사랑방 Why'. W-Agit는 '원더풀 아지트'란 뜻인데, 부산 대연동 경성대 앞에 있습니다. 지난 10일 모임을 결성해 17일 첫 공부시간을 가졌습니다.

회원은 현재 전현직 대학 교수, 언론인, 기업가, 시인 등 50~70대 10여 명입니다. 과학사랑방의 특징은 첫째, ‘과학에 대한 기초적이면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둘째, 일본어를 함께 공부한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과학 지도강사를, 경성대 김해창 환경공학과 교수가 일본어 지도강사를 맡아 진행합니다.

교재는 영어와 일어로 된 ‘과학의 의문(Questions and Answers about Science in Simple English)’(實業之日本社). 이 책은 ‘흔히 듣고 묻는 질문이지만 정확한 답을 듣거나 말하기 힘든 과학의 의문들’을 담고 있습니다. 질문 문항은 우주, 지구, 생물, 인체, 생활 등 5개 분야 79개입니다.

이를테면 우주 분야의 ‘우주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나?’ ‘우주의 끝은 무엇인가?’, 지구 분야의 ‘왜 하늘은 푸른가?’ ‘왜 노을은 붉은가?’, 생물 분야의 ‘왜 공룡은 멸종했나?’ ‘왜 동물은 두 가지 성(sex)을 갖고 있나?’, 인체 분야의 ‘인간은 정말로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했나?’ ‘왜 모든 인간은 죽어야만 하나?’, 그리고 생활 분야의 ‘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음식을 데울까?’ ‘달걀은 삶으면 왜 딱딱해지는가?’ 등입니다. 질문들이 흥미롭지 않습니까?

17일 수업 주제는 ‘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음식을 데울까(why can microwave ovens heat up food?)’였습니다. 김해창 교수가 먼저 발제를 했는데, 전자레인지의 개발에 얽힌 일화, 사용하면서 생긴 크고 작은 사건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젖은 털을 말리려고 고양이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가 사고를 당한 후 사용자가 ‘금지 표시’를 해놓지 않았다며 제조사에 소송을 했다는 미국에서 발생한 일화 등.

이 의문에 대한 과학적 해답은 무엇일까요? 이 책이 제시한 설명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자레인지 안에는 안테나처럼 생긴 마그네트론(magnetron)이 있는데, 이것이 마이크로파(microwave)를 발사한다. 모든 음식은 많은 물 분자를 포함하고 있다. 물 분자는 양전하의 수소원자와 음전하의 산소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마이크로파가 물 분자를 때리면, 물 분자가 진동하면서 마찰에 의해 온도가 올라간다. 이것이 바로 음식이 데워지는 이유이다. 마이크로파는 접시는 그냥 통과하는데, 그것은 접시에 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접시는 가열되지 않는다.

전자기파가 진동하는 횟수를 진동수(주파수 frequency)라고 부른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 주파수는 2450메가헤르츠이다. 양전하와 음전하가 초당 24억5천만번 바뀌는 것이다. 이 주파수가 물 분자를 진동시켜 음식을 데우는 데 적당하다.

교과서적인 설명이죠? 과학을 전공한 사람은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과학지식이 별로 없는 우리 회원들은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닌가 봅니다.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마그네트론이 뭡니까?

(마그네트론 그림과 전자기파 발생 원리 개념도를 보여주면서) 전자기파 발생 장치(안테나)입니다.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려면 전자를 가속시켜야 합니다. 마그네트론의 장치는 전자를 가속(회전)시키는 게 핵심입니다. 구체적인 기술은 저도 잘 모릅니다. 과학적인 원리는 앞서 설명한 대로입니다.

마그네트론 마그네트론과 그 작동 개념도. 전자레인지의 핵심 부품으로 마이크로파를 방출한다.

전자기파와 마이크로파가 같은 겁니까? 라디오파, TV에 쓰이는 전파는 마이크로파와 어떻게 다른 겁니까?

모두가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 형제들입니다. 형제들이 나이가 다르듯 이들은 주파수(파장)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빛도 같은 전자기파 형제 중의 하나입니다. 이 그림처럼 주파수(파장)에 따른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전자기파의 ‘주파수×파장 = 빛의 속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에너지 크기는 전적으로 주파수에 달렸습니다. 그 전자기파 형제들은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전자기파의 파장과 진동수 관계, 그에 따른 명칭.

마이크로파가 어떻게 물 분자를 진동시킨다는 겁니까?

전자기파는 아래 그림처럼 생겼는데, ‘진동하는 전기장과 진동하는 자기장의 결합체’입니다. 좀 더 설명하자면, 전기장이 진동하면서 자기장을 생기게 하고 생긴 자기장이 진동하면서 전기장을 생기게 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전기장이 진동한다는 것은 전기장이 음전하와 양전하 상태를 반복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물 분자 중 양전하의 수소원자와 음전하의 산소원자는 각각 전기장의 전하와 같을 때는 밀리고(척력), 다를 때는 끌릴(인력) 것입니다. 이런 과정으로 물 분자가 진동하는 것입니다.

전자기파 전자기파 개념도. 전기장이 커지면 자기장은 작아지고 자기장이 커지면 전기장은 작아진다.

일부 회원은 표정이 밝아졌고, 또 일부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눈치입니다. 햇빛과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같은 전자기파라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회원들에게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았습니다. “장작이 탈 때 내는 불빛은 과연 전자기파일까요, 아닐까요?”

대다수 회원들이 “전자기파”라고 대답했습니다. ‘햇빛도 전자기파’라는 데 힌트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공부의 효과가 아닐까요?

장작이 탈 때 빛(전자기파)을 내는 원리와 마그네트론이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원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근본 원리는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그네트론은 전기적인 힘을 가하여 전자를 가속(회전)시켜 전자기파를 발생시킵니다. 타는 장작의 경우, 장작 속의 탄소원자가 열을 받았으므로 그 속의 전자가 들뜬 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정상상태로 되돌아오면서 전자기파를 방출합니다. 장작이 타는 동안 수많은 원자에서 이런 과정이 반복되어 전자기파(빛)가 다량 방출되는 것입니다.

방출되는 전자기파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파장이 짧아집니다. 물론 온도에 따라 색깔도 변하는데, 온도가 높아질수록 붉은 색에서 주황 노랑 흰색 파란색 순으로 변합니다.

회원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모습이 반갑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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