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4>미국은 독일 '핵 갈망'의 함의 읽어야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4>미국은 독일 '핵 갈망'의 함의 읽어야

조송원 승인 2017.08.04 00:00 의견 0

푸틴과 메르켈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화하고 있다. 유럽언론들은 푸틴을 주시하는 메르켈의 눈매가 매우 사납다고 표현했다./ News247-You Tube 캡쳐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잇달아 감행함에 따라 우리도 전술핵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보복공격을 무릅쓰고 우리에게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핵심 논리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지나친 불신과 함께 핵무장이 갖는 국제정치적 의미를 지나치게 가볍게 본 주장이라는 견해도 많다. 이 같은 핵무장 논란은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친러시아 성향을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NATO 정상과의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뿐 안보 보장에 대한 공약을 밝히지 않은 게 도화선이 되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유럽 자체 핵우산’, 나아가 ‘독일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 7/8월호는 ‘왜 독일은 핵무장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취임 이후 독일의 자체 핵무장 논의에 대해 분석했다. 이를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1>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2>독일의 ‘유럽 자체 핵우산’ 목소리, 그러나…  <2>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3> 독일 핵무장에 대한 국내외의 난관    <3>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4>미국은 독일 '핵 갈망'의 함의 읽어야

무엇보다 나쁜 것은, 독일이 핵무장을 추구하게 되면 공격을 억지하기보다는 유럽에서 군사적 충돌을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독일이 핵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작업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는 독일 핵과학자를 암살할 수도 있고, 핵 산업 기반시설의 작동을 방해하기 위해 사이버공격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독일 핵시설에 대해 공중 폭격을 감행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은밀한 군사작전까지도 급속도로 노골적 군사적 대치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이 어떻게 하여 핵무기를 손에 넣는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자신의 핵무기가 러시아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하는 힘겨운 과업에 직면할 것이다. 최근에 러시아는 미사일을 서쪽으로 이동시켜 독일과 NATO 회원국들을 표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러시아는 소련과 미국이 중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한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을 위반하여 다탄두 크루즈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걸음마 단계인 독일 핵무기 저장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러시아의 능력은 증대 일로에 있다.

만약 독일이 거의 즉각적으로 핵무기를 숨겨서 보호할 방도를 찾을 수 없게 된다면, 독일 지도자들은 러시아와 위기 상황에서 러시아의 선제 타격으로 핵무기를 잃게 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하여 러시아에 자신들이 먼저 핵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 핵무장 프로그램에 대한 이러한 강력한 장애물들로 인해 일부는 영-프 핵 억지력이란 아이디어로 돌아갔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로 독일의 유일한 선택은 프랑스에 손을 뻗치는 것만이 남게 되었다. 프랑스와 독일이 합동 유럽 핵 억지력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57년 수에즈 위기 직후, 프랑스와 미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프랑스 정부가 미국의 핵 보장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을 때,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독일에 세 나라가 함께 핵무기를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 드골(Charles de Gaulle)이 대통령에 취임하자 재빨리 그 비빌 협상을 취소하고 프랑스 독자적인 핵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1962년에 독일 총리 아데나워(Konrad Adenauer)와 다시 핵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1990년대에 프랑스는 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시도로서 재통일 이후의 독일에 핵우산을 제공하려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이러한 시도는 성사되지 못했다. 그 이유로서 부분적으로는 프랑스는 외교 정책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의 포기를 일관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이 계산법은 변하지 않았고, 오늘날 독일 정책입안자들을 주저케 하는 진상(眞相)이다.

게다가 이러한 핵 협상을 부활시키면 독일은 트럼프 행정부 안의 고립주의자들에게 정확히 그들이 바라는 것을 줄 위험이 있다. 그것은 바로 ‘관계를 끊을 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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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는 유럽 현재의 고뇌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은 베를린의 점증하는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독일의 핵 갈망을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불확실성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트럼프가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 이래로 워싱턴은 서로 경합하는 정책 선택에 직면해 왔다. 곧 NATO를 방위하고 러시아를 봉쇄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느냐, 러시아 지배 하에서 분투하는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같은 옛 소비에트 연방국가들에 대해 무한한 지지를 제공하느냐, 또는 전 세계적인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 세 가지를 시험해 왔다. 러시아의 막연하지만 극단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나라들을 NATO로 기꺼이 맞아들여 오고 있다. 워싱턴은 옛 소비에트 연방국가들이 결국에는 가입할 것이라는 희망에서 동맹의 문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들의 주권을 존중하도록 러시아를 강제하는 데에는 결심이 부족하다. 동시에 잇따른 미 행정부들은 반테러리즘과 이란 핵 프로그램 저지와 같은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크렘린과 협력하려고 노력했다.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발발 후 3년이 지났는데도 워싱턴은 아직도 명확한 정책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우유부단은 러시아의 공격성과 결합해 유럽을 신냉전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NATO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궤를 벗어난 태도를 고려하면, 미국의 장기적인 우선사항은 진실로 무엇이며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강구할 것인가, 하고 유럽인들이 묻는 것은 하나도 놀랄 게 없다.

대서양 양안 관계에서의 이 위기는 여러 가지 위험을 야기하지만 또한 베를린과 워싱턴의 지도자들에겐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에 있어 그것은 위험한 핵 환상을 제의하지 않고, 자신의 전통적 안보를 위해 제공할 유럽의 능력을 증대시킬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은 NATO 방위비 GDP 2%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대신에 EU 각국의 군사력이 좀 더 밀접하게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곧 더 크고 더 좋은 장비를 갖춘 군대를 EU 전투단에 보내도록 해야 하며, 유럽 각국이 무기 연구개발과 생산 그리고 조달이 중복되지 않도록 격려해야 하고, 국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아야 하며, 유럽의 공동 방위산업을 육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 선전활동에 대한 EU 국가들의 탄력성을 증가시켜야 한다.

미국 쪽에서 보자면, 워싱턴은 자신의 힘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유럽의 현존하는 동맹국들을 강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목적을 위해 미국은 발틱 국가들에 더 많은 고위 당국자를 파견해야 한다. 그리고 NATO의 가장 취약한 동유럽 회원국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을 강화하기 위해 그 지역에 추가적인 경무장 부대를 배치해야 한다.

또한 미국은 모스크바의 목적이 옛 소비에트 연방국가에서 자신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한정되어 있는지, 아니면 더 큰 야망을 갖고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 목적을 위해 미국은 동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장래 러시아와 협상할 때 NATO의 개방정책을 끝낼 수 있다는 선택사항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이러한 전략으로 크렘린이 NATO 회원국을 위협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미국은 봉쇄전략이라는 이미 증명된 접근 방법으로 항상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독일은 확립된 교섭자로서의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워싱턴은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모든 유럽 국가들이 유럽 안보에 관한 협상에 착수하자는 오래된 독일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1975년 헬싱키에서 이와 유사한 회담은 소비에트와 미국 군부 간의 의사소통을 향상시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한다는 잠정적인 협상안을 도출해 냈다.

EU와 미국 당국자들은 NATO 회원국들과 러시아 모두의 안보를 증대시키고, 우크라이나에서 유혈사태를 종식시키며, 옛 소비에트 연방국가들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합의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지난 미국 행정부들은 이런 비전을 신뢰한다는 징후를 거의 보여 주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독일의 핵무기에 대한 갑작스런 욕망이 증명하듯이, 유럽 안보를 문제 삼는 즉흥적인 소견까지도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 행정부는 어조를 바꾸어야 하고 계제가 있을 때마다 EU와 NATO를 지지해야 한다. 또한 러시아와 유럽의 안보를 위한 더 넓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독일이 EU 통솔 필요성과 자국의 헤게모니에 대한 EU의 공포를 신중히 비교하고 어느 것을 선택할 지는 미국의 리더십에 달렸다.

힘을 합쳐서, 독일과 미국은 유럽의 존재 기반인 대서양 동서(유럽-미국)의 결속을 새롭게 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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