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박사의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생태유아교육】 1.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②마음이 병든 아이들

임지연 승인 2024.01.11 11:57 | 최종 수정 2024.03.19 12:18 의견 0

<차례>

1.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2. 7살까지 아이의 뇌는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가?
3.아이들은 일상을 반복하다:뇌 발달을 보장하는 하루 일과
4.아이들은 논다:뇌가 좋아하는놀이
5.아이들은 표현한다: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며 발달하는 뇌
6.어아이들은 공간과 호흡한다 :뇌발달을 지원하는 환경
7.대한민국에서 지혜로운 부모 되기

#01-2 마음이 병든 아이들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위험한 법이다. 우울증 환자 100만 명 시대, 우울증 유병률 OECD 1위인 대한민국이다. 2022년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60대 이상에서 가장 많았던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가 최근에는 2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10대 환자 수도 70%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가장 밝고 생기 있어야 할 젊은 세대, 어린 세대가 우울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어디쯤 와있을까?


소아과는 줄었지만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은 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서울시 개인병원 중 소아과는 60곳이 줄었지만 정신과는 230곳 늘었다고 한다. 소아과는 줄었지만 소아정신과를 찾고 있는 아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심평원 자료에 의하면 정신과를 찾은 18세 미만인 아동은 1만 명을 넘었다. 연령별로는 0~6세가 1,511명, 7~12세 4,226명, 13~17세는 6,391명 순이다. 내원 원인은 12세까지는 ADHD나 발달장애가 가장 많지만 13세부터는 우울증 비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조금 더 어린 연령으로 가보자. 2022년 서울시 어린이집 0~5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영유아 발달조사에 따르면 약 33%의 영유아가 발달장애 의심군에 속했고, 48%는 정신건강 위험군이라고 한다. 10명 중 4~5명이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이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5년 뒤에 IQ 70 이하의 경계성 지능장애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청소년기가 되면 자기 조절이 안 되어 자살 시도하는 아이들도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경고가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실제로 경계성 지능장애로 상담받은 서울시 초중고생이 최근 3년 새 3배 증가했고, 우리나라 중고생 7만여 명이 자해를 경험하였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2018년에 있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빌리지 않더라도 유아교육 현장은 코로나 락다운을 거치며 아이들에게 찾아온 마음의 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른바 ‘힘든 아이’가 최근 3-4년 사이에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직 교사들은 한 기관에 1-2명 정도였던 이른바 ‘힘든 아이’가 이제는 한 교실에 2-3명 정도라는 데에 동의한다. ‘힘든 아이’란, 명확한 발달 장애가 발견되지는 않으나 일상생활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심하게 화를 내는 아이,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아이, 친구에게 관심은 있으나 밀치거나 때리는 공격 행동이 자주 나오는 아이, 표정이 없는 아이, 무기력한 아이 등 다양하다. 보통 이 연령의 문제 행동들은 3-4개월이 지나면 사라지고 아이들은 기관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정신건강 악화가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까? 코로나 락다운이라는 환경이 영유아에게 충분한 자극을 받을 기회를 빼앗았고 그로 인해 발달 지연과 정신건강의 악화가 심화하었음은 분명하지만, 코로나 이전의 조사 결과가 크게 좋았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실시된 광명시 만 0~6세 5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 영유아 정신건강 실태 조사에 의하면 신체운동, 정서, 사회적 발달 검사에서 10명 중 2~3명 정도의 영유아들이 정신건강 상에 문제를 보이고 있었다. 2013년과 2015년의 연이은 조사에서도 영유아 10명 중 1~3명 정도가 정신건강 상 문제를 보인다는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소아기 수면부족, 정신건강의 악화를 가져온다

한 나라의 수면의 질은 국민의 정신건강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뇌를, 건강한 뇌는 질 높은 수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수면은 뇌의 유일한 휴식 시간으로서 성장호르몬과 각종 호르몬 분비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생기게 한다.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우울·불안·자살 생각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수면 상태는 어떨까? 2014년 질병관리본부 보고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 33.6%가 수면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가 권장하는 수면시간은 3~5세가 10~13시간, 6~12세는 9~12시간, 18세까지는 8~10시간이다. 우리나라 영유아는 선진국보다 수면시간이 1.5시간 짧고 이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 짧아져 청소년의 평균 수면시간은 5.7시간으로 OECD 평균 8시간 22분을 크게 밑돌고 있다고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3~6세 유아의 경우를 보자. 낮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아침 7시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9시에는 취침에 들어야 미국소아과학회 권장 수면시간인 10~13시간을 겨우 맞출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아이들은 평균 오후 10시 8분에 잠자리에 들고 있다. 평균 8시 25분에 자는 서양의 아이들, 오후 9시 25분에는 잠이 드는 다른 아시아 아이들과 비교하면 큰 차이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오후 4시 넘어 귀가하는 유아들에게 낮잠을 재우지 않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가 낮잠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일찍 자고 충분히 자는 생활 습관과 생체리듬을 형성하는 것은 청소년기 이후 정신건강에 중요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서울지역 중학생 450명 중 48.5%가 주간 졸림 증상을 경험했고 과다졸음이 있는 경우 우울증이 생길 확률은 2.2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불면증이 있어도 우울증이 동반될 확률이 2.24배 높았다.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며 공격성, 짜증, 집중력 약화, 청소년의 경우는 자살 충동 위험도 커진다. 또한 성인이 되었을 때 불면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길지 않은 수면시간마저도 양질은 아닌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소아 불면증, 소아 과다수면증, 소아 사건수면 등,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소아수면장애 클리닉이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소아기 수면장애의 유병률은 학동 전기와 학동기 아동의 약 10~45%까지로 매우 흔한 질환이나 수면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마음 건강은 생기와 의욕의 샘물이다

소아정신과에서 가장 흔한 장애 증상은 아이가 슬픔, 두려움, 분노, 흥분, 외로움 등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보다 무서운 이유는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원래 낙엽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깔깔깔 웃고 맛있는 간식 하나에 기분 좋아지는 법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마치 샘물처럼 생기와 의욕을 끊임없이 뿜어낸다. 그 어려운 일을 우울증 OECD 1위인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은 매일 해낸다. 생명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근원적인 힘, 삶의 의욕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잠도 덜 깬 채 엄마 손에 이끌려 등원하는 아이들, 오전 내내 축 늘어져 있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유아교육 현장의 현실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참고자료

어린이까지 번진 우울증… 13세부터 급격히 늘어 <헬스조선>, 2022.10.21.

영유아 발달지연 '심각'..."5년 뒤 경계성 지능장애 폭발적 증가 우려" <메디게이트뉴스> 2023.07.11.

코로나19 겪은 영유아 3명 중 1명은 '발달 어려움' <연합뉴스>, 2022.12.14.

난독증 상담받는 학생 3년 새 '7배'…경계선 지능 5배 늘어 <연합뉴스> 2023.10.22.

영유아 10명 중 1~3명 정신건강 문제 있는데...'심리상담 자격증 난립' 문제 <베이비뉴스> 2021.10.07.

우리나라 청소년, 수면 부족해 정신건강 위험하다 <메디칼업저버> 2019.3.16.

[메디컬 인사이드] 행복은 ‘수면시간’ 순…잠을 허하라 <서울신문> 2017-07-24

김연수. 「9시 취침의 기적」 끌리는책. 2018.

☞ 다음기사 : #01-3 사회적 관계에 굶주린 아이들

임지연 박사

◇ 임지연

▷(사)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 소장

▷서울시 생태친화보육사업 컨설턴트

▷대구교육대학교 생태유아교육 강사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학사/석사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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