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나요?
2. 7살까지 아이의 뇌는 어떻게 배우고 자라는가?
3.아이들은 일상을 반복하다:뇌 발달을 보장하는 하루 일과
4.아이들은 논다:뇌가 좋아하는놀이
5.아이들은 표현한다:만들고 그리고 이야기하며 발달하는 뇌
6.어아이들은 공간과 호흡한다 :뇌발달을 지원하는 환경
7.대한민국에서 지혜로운 부모 되기
#1-1. 아이들의 몸에 나타난 적신호, 건강하게 자라기 힘든 아이들
생명을 잉태하지 않는 시대
2023년 2분기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 0.70명, 연말에는 0.6명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0년째 OECD 꼴찌인 대한민국 출산율, OECD 평균 1.5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아니 이 경악할 만한 수준에 무덤덤한 정부와 언론, 사회 분위기가 더 아찔하다. 생각해 보면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스치는 아장아장 귀여운 아이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 더 이상 생명을 잉태하지 않는 시대, 그 배후에는 생명을 기르지 못하는 사회가 있을 것이다. 초저출산 시대, 대한민국에 태어난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을까?
급증하는 소아비만, 소아당뇨, 성조숙증
소아비만이 늘어나고 있다. 소아비만은 심각한 소아 질병이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덜 인식되고 있지만, 아이들의 몸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적신호이다. 2007년 6~18세의 비만 유병률은 8.7%이었던 것이 2017년에는 15%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시 초등학생의 경우, 2017년 9.1%에서 2019년 15%로 증가하다가 2021년에는 19.5%로 증가했다. 2017년에 비해 2021년 초등학생 비만율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과체중 비율까지 고려하면 2021년 초등학교 1학년은 4명에 1명, 4학년은 3명에 1명꼴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것이다.
어릴 때 조금 통통한 것이 무슨 대수인가 생각할지 모른다. 성장기에 있는 소아의 비만은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질 뿐 아니라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가 커지는 탓에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또한, 다른 성인 비만이 그러하듯 소아 비만도 다를 질병의 유병률을 높인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아당뇨 역시 주로 비만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는 소아당뇨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자가 면역성 문제로 인슐린 분비 자체가 되지 않는 제1형 당뇨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의 소아당뇨는 80% 이상이 성인과 같은 인슐린 분비가 조절 장애로 생기는 제2형 당뇨라고 한다. 생활습관형 당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5년 동안 제2형 당뇨는 소아뿐 아니라 청소년·청년 등 젊은 층에서 4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는데 특히, 소아당뇨는 또래보다 15년 수명 짧아진다고 하니 더욱 심각하다.
최근 4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또 다른 소아 질병이 있다면 성조숙증일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은 아이는 2016년 총 8만 6352명에서 2020년 총 13만 6334명으로 5년 간 약 63% 증가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의 통계를 분석하여 12년 동안 남아는 83배, 여아는 16배가 증가하였다고 밝힌다.
환경호르몬과 비만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성조숙증은 여아의 경우 8세 이전에 가슴 발육이나 음모가 발달하고,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등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현재 10.5세 미만인 경우 조기 초경으로 진단하고 있다. 2014년 서울시 인구조사에서는 서울시 내 여아 평균 초경 나이는 11.7세로 10세 이하에 초경을 시작하는 경우도 2.9%나 된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 초경을 하는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여학생의 초경 연령은 2003년생 12.6세로 15년 간 약 5개월가량 앞당겨졌고, 1980년대 초 출생아보다 약 1년 정도 빨라졌다고 한다.
성조숙증은 여아가 90%를 차지할 정도로 남아보다 여아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최근 연구에서도 보듯 남아의 유병률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남아의 과체중 비만 유병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조숙증은 환경호르몬이 정상적인 내분비계 기능을 교란시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결합하면서 여아의 조기 초경, 남아의 여성형 유방과 면역기능 저하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고 한다. 나아가 성장호르몬의 과잉으로 2차 성징이 사춘기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사춘기 이전에 충분히 자라지 못해 키가 작아진다. 또한, 여아의 경우 자궁암, 유방암 등 종양 발생 위험이 커지고 조기폐경이 찾아올 수 있다고 하니 평생 불안의 씨앗을 안고 살게 되는 셈이다.
신체 기능이 온전히 발달하지 못한 아이들
비만이나 소아당뇨, 성조숙증이라니 극단적인 사례만 든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조금 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 아이들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행동이 어색한 아이들이 많다. 뒷꿈치를 들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 채 걷는 아이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보행이 불안정한 아이, 등이 굽은 아이, 잘 넘어지는 아이가 많다. 10분 이상 걷지 않으려는 아이, 팔다리에 힘이 없는 아이가 태반이다.
아이들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유심이 본 적 있는가? 터치패드나 키보드를 치는 속도는 빠를지 몰라도 연필을 잡거나 가위나 젓가락질이 어설프다. 일곱 살이 되어도 포크질만 하는 아이가 일반적이고, 한글이나 수학은 잘 알지만 필압이 약해 글씨를 희미하게 쓰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초등교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연한 일로 여겼던 음식물을 씹어 삼키는 힘도 약해졌다. 조금만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 식감이 특별한 음식은 씹기를 거부하는 아이가 많아 식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다. 아침에 먹은 밥을 씹지 않고 그대로 입 안에 넣어 유치원까지 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씹는 저작능력과 삼키는 연하능력은 인간이 터득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며 이 기능의 약화는 턱근육 발달 저조와 부정교합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삼일 지나면 낫던 감기가 중이염, 폐렴장염으로 발전해 입원하는 아이들 이야기, 우리 아이는 일 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산다는 어머니의 고민이 이제 낯설지 않다. 아이들의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면역력 약화는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식품 알레르기 추세와도 관련된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힘든 아이들
사실 학교 들어가기 전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바라는 것은 그리 크지 않다.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정도. 그 소박해 보이는 바람은 요즘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더 이상 소박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튼튼한 체력과 면역력은 평균수명이 82세, 건강수명은 65.8세 밖에 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교육일 것이다.
참고자료
서울시교육청 2017~2021년 학생건강 검사자료
서울시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은 ‘비만’ <청년의사>, 2022.07.18.
15년새 젊은층 제2형 당뇨병 유병률 4.43배↑…“지속적 관심 중요” <청년의사> 2022.04.07.
국내 성조숙증 급증…12년 동안 남아 83배, 여아 16배 증가 <청년의사> 2023.04.04
☞다음 기사 : #1-2 마음이 병든 아이들
◇임지연
▷(사)한국생태유아교육연구소 소장
▷서울시 생태친화보육사업 컨설턴트
▷대구교육대학교 생태유아교육 강사
▷부산대 유아교육학과 학사/석사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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