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피어나다
김석이
못다한 숱한 말들 지천으로 깔려 있다 잊고 지낸 어린 기억, 몽글몽글 따라가다 어두운 땅 속을 뒤져 찾아낸 그 빛깔
자잘한 알갱이에 숨겨놓은 흙빛 가슴, 온갖 것 다 품어서 알갱이로 나눠준다 척박한 고리 잡아서 향기도 풀어낸다
조금만 비틀어도 온몸을 꺾어줄듯 흔들리는 허공 한 쪽 환하게 물들인 채, 움푹한 웅덩이 덮어 시린 속을 채운 날
『소리 꺾꽂이』(발견, 2019)
풍성하고 탐스러운 수국을 보면 마음까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다. 토양의 산성도(PH)에 따라 빛깔이 다른 수국은.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구멍 난 가슴을 채워주고 감싸줄 것만 같다. 조잘대던 어린시절의 속삭임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