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김석이

여전히 마음자리 편히 뉘지 못하고
세상 풍파 막아내며 홀로 우뚝 솟았구나
햇살도 멈칫거리며 먼 곳에서 맴도는 날

아버지 흐려진 저쪽 수평선 끌어당겨
바지랑대 끝에 서서 날개죽지 퍼득퍼득
넘어져 버둥거리는, 나 일으켜 세우신다

저녁놀 길을 물고 사라지는 이맘때쯤
식솔들 웅크리고 새처럼 모여 앉아
허공도 길은 있다고 엉덩이를 들썩인다

솟대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세상 풍파가 달려오는 길목, 그 너머를 주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 자리 편히 뉘지 못하고 가족들이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약한 부분을 받쳐주는 지지대가 되기도 하면서 주위를 살핀다. 더 이상 길이 막혀 어쩔줄 몰라할 때도 희망의 메시지로 길을 열어주시는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한다.

김석이 시인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