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문제는 저출산만이 아니라 고령화, 연금개혁, 지역소멸, 세대갈등, 양극화, 안보, 교육, 의료 등 모든 사회복합적 문제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하나의 정책 대안보다 복합적 총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단순히 출산독려보다는 행복한 대한민국의 여건 만들기처럼 시스템을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속가능공동체포럼의 3월 ‘북앤톡(Book & Talk)’ 행사가 지난 19일 오후 7시 부산YMCA 1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발제자 이희길 전 부산MBC 사장이 『절반세대가 온다』(한국일보 창간기획팀, 2023)라는 책을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인구 절반의 세대가 몰고 올 충격을 해부한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한국일보가 창간 69주년을 맞아 기획한 시리즈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날 발표는 지난달 『추락하는 일본의 출산율이 한국보다 높은 이유』(2023)의 저자인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가 행한 특강 주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달의 주제발표에서도 어느 한 부분만의 대응보다 국가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면에서 결론은 같지만 이번 발표는 지역사회 측면에서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를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사례가 충분히 보완된 점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희길 전 부산MBC 사장은 현재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이사장과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등을 맡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지속가능공동체포럼의 고문인 김형기 목사가 오랜만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 “요즘 대구에 살다보니 포럼에 자주 못 와서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요즘시대는 문명사적 소용돌이에 있고 정치·경제·환경·문화의 격동기라 할 수 있는데 오늘 포럼에서 우리시대에 해야 할 과제를 찾고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하겠습니다. 포럼 관계자에게 감사하고 유익한 시간되시길 빕니다”라고 말했다,
이희길 사장은 “이번 책은 한국일보의 창간기획 시리즈를 묶은 것으로 우리사회의 저출산문제를 언론으로서 심도 있게 다루었는데 특히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고 아이를 많이 낳아라가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시스템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조금 다른 삶을 살아도 행복한 사회 만들기를 궁극적으로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가 저출산문제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말이 “망해도 한국이 망하지, 제가 망하는 건 아니잖아요?”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해 출생아수가 2002년에 40만 명으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세대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는 현실이 한국일보가 기획시리즈를 하게 된 계기라는 것이다.
이 책은 젊은 세대의 연애·출산관은 물론 젠더·연금개혁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데 ‘절반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방안을 조명한 것으로 앞으로의 세계를 재구성하자, 부분별 대안으로 정상가족에서 보다 열린 형태로 가자, 이민, 병역, 교육 등을 새롭게 개혁하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영화 ‘플랜 75’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국가가 국민에게 죽음을 권하다’는 부제가 달린 이 영화는 2022년 하야카와 치에 감독이 만든 일본 프랑스 필리핀 합작 영화이다. 초고령화가 진행 중인 일본 사회의 가까운 미래를 상상력으로 그려낸 SF영화로 영화 속 일본 사회는 고령자복지를 위한 재정부담이 커지면서 노인혐오가 확산하자 일본 정부가 고령인구를 줄이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 ‘플랜 75’이다. 75세 이상 고령자가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10만 엔(약 90만 원)과 일정 기간 개인별 상담서비스를 받고 안락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희길 사장은 “이 영화를 보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게 뭔가에 대해 고민을 해보니 저출산이 저출산문제만이 아니라 양극화, 연금개혁, 정치·경제의 복합적 문제여서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 나름 제안을 하자면 비혼을 인정하고 아이중심의 정책으로 가야 한다. 일본의 어린이가정청 신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생아이 중심정책으로 가족법 개정운동이 필요하며 다양한 청년여성정책의 개발과 실천, 세제혜택, 무상대학 등을 검토하고 취업우대 마일리지가산점제도 등 청년의 정책참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반세대라고 하는 ‘저출산 1세대’는 2002년부터 출현했다. 서서히 ‘결혼은 미친 짓’이 됐다. 1996년 43만4,900건이던 혼인 건수가 1997년 10% 급락해 38만9,000건이 됐고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30만~35만 건으로 박스권이던 것이 2016년 30만 건이 무너진 뒤로 줄곧 하락해 2022년 19만2,000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OECD 평균 비혼 출산율이 약 40%인 반면, 한국 혼외출산율은 2.9%(2021년 기준)이다. 1970년대생 여성부터 교육 수준이 크게 상승하고, 경제활동참여율도 높아진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출생 코호트(동일집단)별 기혼 여성의 미출산율을 분석한 결과, 30세에 50~54년생은 미출산율이 7.8%였던 반면 70~74년생은 23.2%, 80~84년생은 40.1%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국일보의 인터뷰에 따르면 무자녀나 한 자녀를 택한 1970·80년대생 여성들은 그 이유로 ‘여성에게 우선적으로 부과되는 육아의 책임’과 그에 따른 ‘커리어에 대한 악영향’을 들었다. 자녀가 있든 없든, 빠지지 않고 언급된 저출산 원인 중 하나가 ‘사교육비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1.8 대 한국 0.78. 2022년 출생아수로 보면, 프랑스에선 72만3,000명이 태어났고 한국에서는 24만9,000명이 태어났다. 프랑스 인구(6,800만명)가 한국(5,163만명)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차이가 크다. 프랑스는 1950년 2.93이었던 합계출산율이 1993년 1.65까지 꺾이자 적극적으로 출생률 부양책을 내놓았는데 가장 효과를 본 것이 ‘혼외 출생을 제도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정책’이었다.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é·PACS·팍스)’을 맺은 동거 커플에게 결혼한 커플과 똑같은 출산·육아 지원을 하는 정책으로 이 정책에 힘입어 2010년대 출생률이 2명대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2022년 태어난 아이의 63.8%가 혼외 출생아라고 한다. 한국의 혼외 출생 비율은 2021년 기준 2.9%에 불과하다. 프랑스에선 ‘어떤 가족’에 아이가 속하든 문제가 되지 않고, 출산수당, 입양수당, 양육지원금 등 정부의 각종 혜택을 ‘부모 또는 가족’이 아닌 ‘아이’를 기준으로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남성들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은 소득순’이라는 것이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노동과 출산 의향의 동태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9년 20대 중후반(26~30세) 남성의 소득 상위 10%(10분위)의 결혼 경험 비율은 하위 10%(1분위)의 3배를 뛰어넘는다. 40대 중후반(46~50세)에 이르면 소득 상위 10분위 남성의 결혼경험은 100%에 가깝지만 하위10%는 10명 중 3명이 결혼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교육비를 절감해야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 경력단절을 우려하지 않고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남녀 모두 일과 육아를 함께하는 성평등 가족문화가 형성돼야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저출산은 미래국방까지 흔들고 있다. 2040년 군대 갈 남성은 14만명 정도로 간부도 병사도 모자란다. 「2022 국방백서」는 평시 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잡고 있다. 「2020 국방백서」에서 총 55만5,000명이던 병력이 2년 만에 10%나 줄어든 것이다.
연금문제도 심각하다. 정해진 기금이 고갈되고 연금개혁도 지지부진해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세대는 월급의 3분의 1을 뜯길 정도로 우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윗세대 부양하다 인생 끝날 것 같다”는 절반세대의 절규가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와 실시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변화 인식조사’에서 절반세대 10명 중 9명은 저출생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고 인구감소가 내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답변도 70%를 넘었다. 절반세대는 고령인구 부양에 따른 세금부담을 가장 우려했고 △소득과 지역격차 심화 △좋은 일자리 감소 △정치적 발언권 약화 등을 우려했다.
절반세대는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발상만으로 인구감소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다운사이징 된’ 대한민국의 인구 규모에 맞춰, 사회 시스템을 재구조화하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간 역대정부는 저출산에 많은 돈을 퍼부었지만 젊은 세대들은 저출산 예산은 허수가 많고, 일회성 현금 지원은 헛발질에 가깝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6년간 280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저출산 예산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전임 정부 때 만들어 놓은 ‘4차 기본계획’에 따라 편성된 저출산 대응 예산이 51조 원인데, 백화점식 정책이 남발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임신, 출산, 양육, 돌봄, 일·육아 병행 지원 등 실질적인 저출산 예산은 20조원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최근 5년 동안에는 예산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280조 원 전체가 저출산 예산이라고 포장된 것부터가 문제로 정작 필요한 예산은 오히려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여성을 출산도구로 인식하는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에선 큰 그림을 그려주는 게 중요하다. 여성을 존중하고 아이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사회돌봄 영역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것도 중요하다. 돌봄은 국가책임이다. 미혼모나 입양 가정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이 차별받지 않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성별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데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젊은 세대 중 특히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이희길 사장은 “청년세대의 최우선 가치는 생존이다. 생사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구성원에게서 배제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한국사회가 ‘정상성’에 대한 압박이 너무 커서 실패나 지연, 다른 선택을 용인하는데 인색한 것이 문제이다.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거나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삶이 위협받거나 침해당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노동시장에서 경력단절문제,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것, 아이중심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현재 제도가 아니라 비혼출산이 폭넓게 인정돼야 하며 아이를 낳아라 하기 이전에 자연스럽게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사회는 손정우 부산동래구진로지원센터장이 맡았다.
손정우 센터장=이희길 발표자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가족 개념의 변화, 나아가 여성·청년·동성애 등 사회변화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둘째는 사회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외국인 노동자·국방·연금개혁·지속가능한 대한민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저출산과 관련해 최근 유명해진 실험이 하나 있다. 미국 동물행동학자인 존 B. 칼훈 박사의 쥐번식실험이 그것인데 평화로운 일정공간에서 새끼를 잘 놓던 쥐들이 어느 순간 번식을 하지 않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것은 주어진 공간에 새끼가 늘어나자 그 중에 도태되는 쥐가 다른 쥐를 공격하는 등 경쟁이 이뤄졌고 결국에는 모든 쥐들이 경쟁에 자기방어 하느라 새끼 낳은 일에 관심이 없어지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쥐실험이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 발표에 대해 질문이나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
김현숙 부산YMCA 반송복지관장=저출산문제는 우리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니 다른 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또는 그런 결과를 좀 더 듣고 싶다. 아직도 지구적으로는 아이를 많이 낳는 나라도 많은데 그런 나라는 왜 아이를 많이 낳는지 실제 궁금하다. 제 경우는 부산YMCA 복지관에 근무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육아휴직을 할 때도 초창기에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맞벌이 안 하면 힘든 세대인데 복지관이어서 유연 근무가 가능했다. 요즘에는 다양한 탄력근무 등 제도적으로 많이 좋아졌는데 이러한 혜택이 아직도 극소수에 해당한다는 게 문제다. 중소기업에서는 아직도 엄두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우리 때 육아책임은 여성이 도맡았고, 아빠는 도와주는 존재 정도였다. 제 아이를 봐도 앞으로 이 세대가 연애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결국 연애·결혼·출산문제는 불평등문제, 경제적 문제, 사교육문제, ‘인서울’문제 등 사회격차와 불평등 구조가 출산율 저하의 큰 원인이라 생각된다.
이희길 발표자=말씀 중 답도 주신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땐 육아는 조부모세대가 많이 책임져 주셨다. 제 경우 맞벌이였는데 본가에서 많이 맡아주셨다. 당시 조부모세대는 젊은 편이었다. 지금은 애 안 봐주는 조부모세대가 많다. 저도 아들만 둘인데 기성세대는 딸 아들 차이도 컸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합계출산율이 다 떨어지고 있다. OECD 평균이 1.5 정도, 중국이 1.09. 대만이 0.8 정도인데 우리나라의 문제는 너무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부터 1985년에 많이 떨어졌음에도 당시 우리나라는 산아제한 정책을 계속 시행했고 노무현 정부 때 겨우 대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따지면 출산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문제는 속도이다.
김형기 목사=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참 난감한 문제다. 오늘 발표에 공감을 하면서도 친구와 나눈 이야기가 생각난다. 40대 초반인 딸들이 결혼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옛날에 남성들이 여성 짝을 찾는 것은 본능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싶기도 하다. 원인을 보면 여성들이 임신·출산·양육이 너무 힘든 세상이란 거다. 남성사회가 여성의 희생을 강요한 면이 많았기에 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교육이 절실하다. 근데 요즘 영상문화시대에 여성들이 TV 유튜브를 장악하고 있는데 공영방송조차도 여성이 미모 자기몸관리에 너무 신경쓰는 것 같다. 이런 것이 너무 슈퍼우먼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나도 요즘엔 아내와 딸을 위해 식사준비를 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일도 해야 하고 건강 미모 관리에도 시간을 많이 써야 해 스트레스일 것 같다. 공동육아나 국가의 육아책임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 개념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말 어릴 때 엄마아빠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받아도 사춘기 때는 문제가 생기는데 프랑스 같이 엄마아빠가 불안정한데 정말 인격적으로 충분한 성장이 가능할지는 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희길 발표자=가족 개념의 변화라는 것은 가정에서 보호해주고 싶은 것을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동성애 허용까지는 아니지만 가족이란 개념을 널리 잡아 법적 보장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지자체가 선심성 저출산 지원대책을 많이 내놓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본다. 프랑스의 현행 제도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현재 방법으로 혈연이나 입양이라는 제한된 가족 개념으로는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힘들 것 같다. 우리나라에 맞는 형태의 가족제도 개선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민정 정신건강 사회복지사=1970년대 이후 평등교육이 확산됐으나 IMF 이후 남녀 불평등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고등학생, 대학생을 둔 아이엄마이다. 제 언니세대가 MZ세대를 아이로 둔 세대이다. 저출산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벤덤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에 빗대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는 ‘산후조리원에서 대학까지’는 책임져줘야 한다고 한다. 반려동물산업은 연성장률이 30%나 된다는데 유아용품 회사는 문을 닫는 실정이다. MZ세대에 사회적 낙인을 줘선 안 된다. 20대 ‘인서울’을 한 MZ세대 대학생들이 “부모가 서울 안 살면 반지하 살아야 하나. 우리 부모님이 죄를 지었나”하며 한때 목소리를 낸 적도 있지만 정부는 서울집중을 탈피해 지방이전 문제 등을 중시하지 않았다. MZ세대는 자기 부모세대보다 미래에 더 안락한 생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이 직장생활하기 편한 사회가 돼야 한다. 조카세대인 MZ세대의 칼자루는 여성이 쥐고 있다. 제대로 된 유연근무제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이 경우 회사엔 파트타임이라도 인원 보완이 필요하다. 업무로 인한 세대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언니세대는 힘이 있었고 성취를 하는 세대였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시스템화해야 한다. 아이 키우는 여성이 피부에 와닿게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결혼하면 여자만 손해보는 시스템엔 미래가 없다.
이희길 발표자=같은 생각이다. 지자체의 다자녀 현금지원은 혜택에 따라 움직이기에 장기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지자체간 경쟁 분위기로 확산되는 면은 있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여성을 출산도구로 인식하는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정책임자가 그런 의지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대통령이 저출산대책위 위원장인데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데다 공감능력이 없는 게 문제다. 이제는 부모세대가 아이들에게 결혼 안 해도 되고, 손주 봐주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대해 이를 완충시켜갈 수 있도록 법적 보장의 근거를 마련하는 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노세진 신라대 대학원 석사과정=책을 읽으면서 제가 인터뷰를 한 느낌이 들었다. 젊은 세대와 공감한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 연애를 많이 했지만 요즘 세대는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관계 맺기나 돈 시간을 연애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자기개발에 더 투자하고자 한다. 연애 생각이 들지만 다른 매체로 충족하는 대리만족도 크다. 가령 방송의 ‘환승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그걸로 끝이다. 주변의 육아생활을 너무 힘들겠다고 보아왔기 때문에 설령 지자체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안 받고 말지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다. 우리 세대를 이기적이라고 보지만 말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해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여기서 ‘경쟁’이라는 단어가 꽂힌다. 전에 어디선가에서 행복 이야기할 때도 경쟁이란 말이 걸렸다. 경쟁이 예전엔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들어왔으나 이제 경쟁은 ‘성숙’엔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너무 낮다. 결국 경쟁에서 오는 피로감이 공동체 관계를 확장하는 데 저해요소가 된다. 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이희길 발표자=경쟁과 관련해서는 김누리 교수가 강연에서 많이 주장하고 있다. 주로 독일교육의 경쟁하지 않는 사례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유럽은 우리처럼 대학진학을 많이 안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엔 ‘환승연애’를 보면 짜증난다는 말도 한다. 거기에 나오는 남녀가 다들 연예계 데뷔해도 될 사람들인데 연애 자체가 하나의 쇼가 되고 있고, 결혼식도 보여주기식으로 바뀌고 있어 이런 풍토도 문제다.
손정우 사회자=첫 질문에 덧붙이면 모계사회는 아이를 많이 낳는 구조인 것 같다. 흥도 있고, 천주교 낙태문화가 없어서인지 차별 없이 낳아 키운다. 가난하다 생각해도 엄마의 흥이 넘친다는 해외다큐를 본 적이 있다. 우리 부모세대는 희망과 행복이 있었다. 지금 젊은세대의 요구는 공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에서도 많은 문제를 챙겨야 하고 복지시스템도 갖춰야 하고 법적인 것도 필요하다. 노동을 비롯해 유연한 문화, 출산육아에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긴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희길 발제자=답이 없지만 행복과 공정을 고민했으면 한다. 아무튼 이런 저출산문제가 급격한 게 문제라는 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좀 더 깊이 생각하면서 법적 제도적 근거 마련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낳은 아이만이라도 잘 키울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지속가능공동체포럼 4월 정기포럼은 총선의 의미와 희망찾기 형태의 토론회로 16일 오후 6시 30분 부산YMCA 17층 강당에서 열린다. 김태일 공감연대 대표(전 장안대 총장)와 초의수 신라대 교수가 ‘22대 총선의 의미와 대전환기 한국 및 부산의 시민주도 희망찾기’를 주제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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