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 먹는 풍경 [출처=유튜브 시간여행자]

들밥
손 준 호

들이 바쁘면 밥이 들로 갑니다
산비알 의성 댁 마늘밭에 6인분요
단비에 땅이 몰캉해져 마늘 뽑기 좋겠어요
품앗이고 놉이고 일손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죠
이 골짝엔 논밭이나 사람이나 다 가엾지요
들에 나서 들에 늙었는데 어디로 가겠어요
삼창 식당은 재빠르게 새참을 준비합니다
밥이 오는 동안 들판은 두루미 목을 하고
허기진 뭉게구름 고봉으로 모여서는
엄마 런닝구 목선 같은 밭두렁을 내려다봅니다
배달 오토바이 봇도랑길 보릉보릉 얼비치면
그제야 목장갑을 벗고요
엉덩이 방석 허리춤 달고 밭머리 나와
흙신발로 그늘에 빙 둘러앉은 낡은 무릎들
파스 향이 마늘쪽처럼 알싸하게 피어납니다

- 손준호 시집, 빨간 티코 타잔 팬티, 시산맥


시 해설

시골 농번기에는 일손이 모자라서 죽은 송장도 나와서 거든다는 시골 정황을 회상하면서 이 시를 읽으면 재미가 솔솔함을 느낀다. ‘들이 바쁘면 밥이 들로’ 간다는 표현이 말하는 것이다. 기동성이 있는 탈 것이 보급되었고 전화로 음식 주문이 가능하고 더 발전하여 휴대폰 엡으로 주문하고 결재도 다 하는 세상이다. 의성댁 마늘 수확하는 곳에서 삼창 식당으로 음식 6인분을 시켰다. 비 온 뒤라서 땅이 물러 일 하기는 쉬운 날이지만 일손 맞추기가 어려워서 요즘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 짓기도 어렵다.

시인의 눈에는 그 골짝의 ‘논밭이나 사람이나 다 가엾’게 보였다. ‘들에 나서 들에 늙었는데’ 그들은 어디로 갈 수도 없다. 주문받은 식당도 바쁘긴 마찬가지이고 인건비가 만만치 않아서 식당 사장님은 직접 배달도 해야 할 것이다.

도회지 사람들이 놀러 와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일 하시는 분들에게는 낭만은 멀고 속 편하다고 하면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밥이 오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배달 오토바이 봇도랑길 보릉보릉 얼비치면 그제야 목장갑을 벗고’ 일 하느라 착용한 ‘엉덩이 방석’을 허리춤에 매단 채 밭머리로 나와서 식사할 준비를 한다. ‘흙신발로 그늘에 빙 둘러앉은 낡은 무릎들’이 모였는데 육체노동이 힘들어서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바른 ‘파스 향이 마늘쪽처럼 알싸하게 피어’ 났다. 약 냄새로 삶의 고단함과 함께 견뎌내야만 하는 상황을 이해한 독한 마늘도 잠시 순해질 것 같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