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읽는다
박 상 옥

빵은 동사도 되고 감탄사도 되지만
단순한 명사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시계는 잠시 꺼둘 수 있지만,
빵의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
허기와 만복의 한 뼘 거리를 겸허히 받드는
빵은 맛있게 먹히기 위해,
기어이 부풀고 뜨겁게 익는다.

아기 먹일 것이니 쌀로만
만들어 주세요
빵처럼 동그란 보조개를
지닌 아빠
빨주노초파남보
쫄쫄이를 입은 엄마
총총총 다녀가는 빵들의 길
문에 걸린 풍경소리 까르르 혼자 웃다가
거리의 풍경이나
사람 자취를 가만히 품는,

빵은 언제나 살아있다.

- 문학人신문, 제 123호

시 해설

지구상에서 주식으로 빵을 먹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맛과 보존성 휴대 용이성 등 사람의 입으로 가는 과정에 선호성이 뛰어난 식품인데 ‘빵은 동사도 되고 감탄사도 되지만 단순한 명사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고 시인이 정의한다. 빵은 몸속으로 들어가서 영양소가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이름으로만 남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계는 잠시 꺼둘 수 있지만, 빵의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라는 의미는 시계가 멈추든 가든 사람은 먹지 않으면 안 됨을 의미한다. ‘허기와 만복의 한 뼘 거리를’ 빵(밥)이 있어야 줄일 수 있는 것이며 사람에게 ‘빵은 맛있게 먹히기 위해, 기어이 부풀고 뜨겁게 익’음을 본다.

부모는 자식의 입으로 들어갈 음식이라서 ‘쌀로만 만들어 주세요’ 하고 엄마는 쫄쫄이 7백 바지를 입고 즐겁고 아빠는 빵처럼 동그란 기쁜 보조개를 보이며 ‘빵들의 길’을 다녀간다.

‘문에 걸린 풍경소리 까르르’ 웃는 거리의 풍경이나 사람 자취를 가만히 품는 모습이 정겹다. ‘빵은 언제나 살아있’고 그 곁에 배 빵빵하게 배부른 사람이 살아있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