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윤 동 재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오래 머물던 돌 속에서 나오셔서
어디 멀리 가셨습니다
돌덩이만 덩그렇게 서 있습니다
어지간히 속상하셨나 봅니다
사람들이 이 복 저 복 오만 복만 달라고
막무가내로 매달리는 것도 못마땅하고
부처님께 공양할 쌀이랑 돈을 갖고
출가 스님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도 꼴사나워
줄곧 계시던 돌 속에서 나오셔서
아주 멀리 가셨습니다
팔공산 다람쥐 형제
갓바위 부처님 가신 곳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갓바위 부처님 가신 곳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 시집 룸비니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를 묻다 산지니, 2025
시 해설
대구 팔공산에서 영험이 있다고 소문이 난 갓바위 부처님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여 신도가 아닌 사람도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 부처님이 오래 머물던 돌 속에서 나오셔서 어디 멀리 가셨다는 소문이 났다. 허물처럼 벗어 놓은 돌덩이만 덩그렇게 서 있다는 것이다.
어지간히 속상하셔서 그랬다고 짐작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 오만 복만 달라고 막무가내로 매달리는 것도 못마땅하고 부처님께 바친 쌀이랑 돈인데 스님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것도 꼴사나워서 머물던 거기를 버리고 아주 멀리 가셨을 거라고 한다.
구석구석 떼를 지어 대책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기도의 효험을 보았던 사람들과 기도가 통해야 하는 사람들의 회의가 먼저 시작되었다. 최대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정말로 안 풀리는 것만 가져가서 기원하기로 하자는데에 의견 일치를 이루었다. 공양미나 시주 돈에 대해서는 서로 싸우지 말고 비율을 정해서 나누기로 하며 부처님의 몫은 모아 두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팔공산 다람쥐 가족들에게도 분배해 주자고 했다.
다람쥐 형제는 고마워서 부처님 계신 곳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기로 했고 부처님이 갓바위로 들어가시는 모습 나오시는 모습 본 적이 없다는 것도 절대 말 안 하기로 한 것이다. 동시는 읽으면 편안해서 좋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