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접시 앵무새
김 완 기
풍랑에 가라앉은 배
남쪽바다 끝마을에서
북쪽 개성 땅 가던 고려청자 접시
바깥세상 보고 싶다고 조르는
접시 속 앵무새 한 쌍
날마다 엿듣던 주꾸미가
이웃 어부에게 부탁했었지
내 친구 간절한 소망 들어주자고
바닷가 백사장에 나온 앵무새
눈부신 햇살에 말문열기를 시작하는데
좌르르르 찰싹
굴렁쇠 파도가 달려와 안아주고
바닷속 비밀얘기 털어놓으라며
해님이 자글자글 햇살방석 깔아줍니다
- PEN문학, 2025. vol. 185
시 해설
남쪽 해남 땅끝마을 앞바다에서 짐을 싣고 먼 북쪽 개성으로 가려던 배가 풍랑에 가라앉는 사건이 생겼어요. 아마도 고려청자 접시를 고향으로 데려다주려고 했나 봐요. 그 접시에는 앵무새 한 쌍이 있었어요. 접시를 만들던 도공은 앵무새 한 쌍도 접시에 살도록 해 준 것이지요.
햇살도 신선한 공기도 없는 바다 속 앵무새는 날마다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지요. 기도가 하도 간절하여 주꾸미가 그물망에 몰래 숨어 있다가 어부에게 부탁했지요. 친구 앵무새의 간절한 소망 좀 들어 달라고요.
친구를 위한 희생정신에 너무 감동하여 어부는 물속에서 접시를 찾아냈고 백사장에서 말려 주었지요. 햇살은 눈 부셨고 날개에 묻은 소금 가루를 털며 앵무새가 지상의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앵무새의 연설은 시작되었고 바닷속의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앵무새가 너무나 고마워 파도도 달려와 박수치고 해님은 어두운 곳마다 햇살 방석을 깔아주었지요. 해님은 바다속까지 다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도 많지요. 앵무새는 바다 이야기를 해 줍니다. 백 방울의 바닷물에는 소금 세 방울이 꼭 숨어 있어서 이야기를 짭짤하게 해 주고 있다고요. 그리고 앵무새가 고개를 들면서 물어봐요. ‘우리는 언제 개성에 갈 수 있을까요?’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학의 집 서울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와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취미생활로는 검도를 하고 있다(대한검도회 영무검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