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이 광

눈으로 품었지만

손이 닿지 않는가요

꿈은 서로 다르지만

길이 되어 드리리다

당신껜 벽이라 해도

내겐 기댈 언덕임에

살다 보면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곤란한 일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럴 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이 순탄하게 풀린다면 그 고마움은 쉽게 잊지 못할 것입니다. TV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신인가수가 멘토를 만나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한 수가 사다리 역할을 해준 것이지요.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은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서로 꿈이 다른 사람들이라면 선뜻 길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단지 거기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주는 사람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 이를 의인이라 부른다면 누구나 마음먹기 따라 의인이 될 수 있습니다. 벽을 넘어야 할 사람에게 나에겐 기댈 언덕이니 괘념치 말고 올라가라고는 배려마저 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 人자는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기대며 사는 게 우리의 참모습이란 것이죠. 사랑하는 이를 위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그 마음을 넓혀 일상에서도 타자를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또한 항상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을 밟고 높이 올라간 사람 중엔 오로지 제힘으로 올랐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사다리 역할을 해준 이들은 잊어버리는 이들 말입니다.

예이츠의 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사뿐히 밟으시길,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