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의 집

김석이

풋대추에 가을 햇살 켜켜이 파고들어

이랑을 만들고서 물기를 걷어내며

한세상 주름잡는다 진한 단맛 가둔다

손등이 부르트고 발뒤꿈치 갈라져도

어린 자식 감싸려고 젊음도 내던졌다

숨겨진 골짜기마다 우뚝 서는 한평생

평탄한 인생은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갈등과 걱정거리는 곧 삶의 과제다. 지난날은 접혀진 주름이다. 굴곡의 지점에서 되돌아본 시간들이 주름의 골을 이룬다. 풋내를 숙성 시켜 단맛을 만들어내는 주름의 집들이 늘어날수록 달콤함은 숲으로 다가올 것 같다.

- 시조집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세종출판사, 2021.

김석이 시인

◇김석이 시인

▷2012 매일신문신춘 당선
▷2013 천강문학상, 2019 중앙시조 신인상 수상,
▷시조집 《비브라토》 《소리 꺾꽂이》 《심금의 현을 뜯을 때 별빛은 차오르고》
단시조집 《블루문》 동시조집 《빗방울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