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지 ‘전망’과 비평의 비평 운동에 참여한 평론가들. 왼쪽부터 황국명, 박남훈, 민병욱. 출처: 민병욱
『전망』의 평론가들
제4집까지 참여한 『전망』의 성과를 단순히 말하자면 문학평론의 영역이 확장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학관을 개인의 몫으로 일단 제외하고 본다고 해도, 언제든 비평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평론가들에는 남송우, 민병욱, 박남훈, 이상금, 정해조, 정형철, 황국명 등 약 10명이나 되었다.
『전망』 제2집이 발간되고 나서, 평론가들 ‘남송우, 민병욱, 박남훈, 정형철, 황국명이 오륜대에서 발기하여’ 시작한 것이 ‘비평의 비평 운동’이다(민병욱 외, 『문학과 지성 비판』, 도서출판 지평, 1987.5, 201쪽.).
『전망』의 평론가들은 86년 한 해에만 문헌( 『문학과 지성 비판』)에 기록된 것은 일곱 번이었으며 주제도 다양했다. 참여자들은, 당시 『지평』의 필진이었던 평론가 구모룡 교수가 단 한 차례만 참여한 것 이외에는, 언제나 8, 9명 정도 모였다. 참여자들은 대략 72에서 76학번까지로 이루어진 연령대와, 교수 혹은 대학원생이라는 특성으로 세미나 아닌 세미나를 자주 가질 수 있었다.
비평의 비평 운동
평론가들의 세미나는 ‘재미나’(학문적 성취보다는 놀이 자체에 그친다는 속어적 표현)에 그치지 않고 성과를 결과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첫 결과가 『전망』 제4집의 ‘주제비평’이다. ‘주제비평’은 ‘해석의 공동체를 위하여’를 주제로 설정하여 남송우, 박남철, 정형철, 황국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어 비평의 비평 운동은 무크지의 주제비평에서 이론체계의 한 가지로 다루지 않고 단행본 『문학과 지성 비판 – 비평의 비평 Ⅰ』 으로 발간한다.
그 책은 비평의 비평 운동의 성격과 방향성을 제시한 「문학과 삶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비평의 비평을 비평의 한 장르체계로 설정한 「장르로서의 비평의 비평」(민병욱∙황국명), 당시 계간지 『문학과 지성』으로 대표되는 문학권력을 비판한 「문학과 지성의 도식적 기술체계 비판」(황국명)와 「지성주의의 정치경제학과 정치적 논법」(민병욱), 그리고 「1970년대 리얼리즘 문학논쟁의 연구」(백하현)으로 되어 있다.
책의 발간은 「지방문단 젊은 목소리 높다」(일간스포츠, 87.6.12)와 「비평의 비평 시리즈 첫 선- 부산 젊은 평론가 10여 명의 공동작업 정리」(한국일보,1987.6.13.)에서부터 오히려 부산지역(「신진들 80년대 기류 형성」, 부산일보,1987.9.1.)으로 거꾸로 전해졌다.
비평의 비평 운동에 관한 관심은 당시 『문학과 지성』도 『창작과 비평』도 아닌 순수 종합문예지 『현대문학』마저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현대문학』은 「비평의 비평이란 무엇인가」(민병욱)을 세 차례(’87.8,9,10)에 나누어 게재하는 파격을 보여줄 만큼 관심을 깊게 가졌다.
그 관심은 3년이 지나자 「‘비평의 비평’, 문학 장르로 틀 잡는다」(고종석, 한겨레신문, 90.5.29)에서 ‘비평의 비평 운동이 본격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무크 〈문학의 시대〉 제3집(1986)이 기획한 특집 ‘우리시대의 비평가들’과 그 이듬해에 민병욱, 황국명, 백하현 등 부산지방의 젊은 비평가들이 펴낸 〈문학과 지성 비판〉, 또 같은 해에 발표된 비평과 메타비평이 뒤섞인 장편 평론 ‘지식인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김명인)이 불러일으킨 민족문학논쟁에 의해서이다.’
‘이 한 편의 작품을’으로
87년을 끝으로, 아니 ’87년 대통령선거를 끝으로 『문학과 지성 비판 – 비평의 비평 Ⅰ』 의 발문에 쓴 ‘문학과 삶의 민주주의를 위하여’라고 외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외침은 그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았고 1, 2년 동안 가늘게 이어지다가 끊어졌다.
‘시의 시대’(‘소설의 부재’)와 ‘비평의 부재’(비평 논쟁의 부재)시대인 80년대를 끝으로 대학원에서의 전공인 ‘연극’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 세계에서 약 30년 동안 헤매다가 다시 문학의 세계로 되돌아온다.
20대 후반에 살았던 문학의 세계로 되돌아오려고 한 것은 그 때 가졌던 열정과 받았던 애증을 다시 독자들과 작가들에게 되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부산지역 문화를 새롭게 이어온 작가와 예술가들이 더 가까이 독자들에게 다가가도록 감정과 지식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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