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함안 조씨 대구 달성군 논공읍 갈실문중 일가들이 달성군 하빈면 묘골 육신사 입구의 한옥 찻집에서 함께 차를 마시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카님인 조병욱 부부와 문중 총무인 조호곤 부부, 그리고 필자. 사진= 질부님 지인
지난 달인 7월 31일 아침에 필자는 고향인 대구시 달성군 논공으로 향했다. 이날 집안 일가에게 차(茶)를 받기로 했다.
이날 지리산 화개 필자의 집인 목압서사에서 오전 8시 좀 못 돼 출발했다. 오전 11시 30분에 논공읍 사무소 주차장에서 고향의 함안 조씨 문중 총무인 조호곤(66)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오전 11시쯤 논공읍 노이리 갈실마을의 문중 산소에 도착했다. 그동안 내린 폭우에 피해가 없는지 둘러보았다. 다행히 산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햇볕이 쨍쨍한 데다 찌는 듯이 더웠다. 문중 산소의 제단에 먼저 절을 한 후 이어 고조부·증조부·조부님 묘소에 절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묘소에 절하였다.
그런 후 읍사무소로 내려갔다. 거기서 조호곤 부부를 만나 그의 차로 옮겨 탔다. 차는 대구시 달서구 화암로에 있는 대구수목원 주차장에 갔다. 거기에 주차한 후 도로 건너 맞은편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낮 12시 그 식당에서 집안 조카님인 조병욱(70) 박사와 그의 아내인 주경숙(66) 질부님을 만나 점심을 먹기로 돼 있었다. 조병욱 박사님은 나이는 필자보다 많으나 항렬은 조카다. 질부님과 조호곤, 필자는 60년생(쥐띠) 갑장이다. 조카님과 조호곤은 ROTC 선후배 사이다. 조카님이 조호곤보다 ROTC 몇 년 선배이지만 조호곤에게 항상 “아재”라고 호칭하시고, 조호곤은 “조카님”이라고 부른다.
한옥 찻집에서 차를 교환했다. 오른쪽 통에 든 차가 주경숙 질부님이 중국 무이산에서 필자에게 선물하려고 사온 것이고, 왼쪽 노랑 팩에 든 것이 질부님께 드리려고 필자가 제다한 일주차이다. 사진= 조해훈
이날 필자가 대구로 간 것은 주경숙 질부님으로부터 차(茶)를 받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얼마 전 질부님이 중국의 차 문화유적지 등을 답사하러 갔다가 무이산(武夷山)에서 필자에게 주려고 차 한 통을 사 오셨다는 것이다. 교사 출신으로 대구의 영남차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질부님은 차인(茶人)이다. 필자가 차를 좋아하고 차 농사를 짓는다는 걸 알고 있는 질부님이 일부러 중국에서 차를 구해 오셨다. 점심 식사 후 차를 받았다. 백차(白茶)였다. 필자는 차를 그냥 받을 수 없어 일주차(一株茶·단주차)를 드렸다. 그러니까 차 교환식(?)을 한 것이다.
필자는 지난 7월 11일 질부님으로부터 “중국 무이산에 갔다가 아재 드리려고 차 한 통을 사왔어요. 어떻게 드릴까요? 가져다드릴까요?”라는 전화를 받았다. “아닙니다. 날짜를 잡아주시면 제가 받으러 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필자는 그날 바로 차산(茶山)에 올라가 일주차를 만드는 차나무에서 찻잎을 조금 따 밤에 차를 만들었다. 양은 적지만 아홉 번 정성스레 덖어 말려 이튿날인 12일에 완성하였다.
지난 7월 11일 주경숙 질부님과 일주차를 만들어 교환하려고 필자가 차산에 올라가 딴 찻잎. 사진= 조해훈
원래는 그다음 주인 17일에 만나기로 했으나 조카님의 부친인 조동수(93) 형님께서 갑자기 몸이 좋지 않으시어 보훈병원 응급실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7월 31일로 연기됐다. 조동수 형님께선 6·25 참전용사이시다.
여하튼 이날 점심 식사 후 차를 한잔 마시러 달성군 하빈면 묘골(竗谷)로 갔다. 차를 마신 후 그곳에 있는 육신사(六臣祠)를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먼저 육신사 입구에 있는 ‘묘운(竗雲)’이라는 한옥 찻집에 갔다. 실내 공간이 매우 넓었으나 손님들이 많아 자리가 없었다. 한참 기다리다 겨우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좁은 자리를 잡아 앉았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일어서서 육신사로 들어갔다. 찻집과 육신사 부근에는 빨갛게 꽃이 핀 배롱나무가 많았다.
지난 7월 11~12일 질부님께 드리려고 필자가 아홉 번 덖어 만든 일주차. 사진= 조해훈
알다시피 육신사가 있는 묘골은 사육신 가운데 유일하게 혈통을 이어온 박팽년(朴彭年·1417~1456)의 후손인 순천 박씨 집성촌이다. 이곳 출신으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박준규 전 국회의장과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가 손꼽힌다. 필자는 3년 전인 2022년 7월 9일에 대학 시절 문학회 벗들과 함께 육신사를 찾은 지 3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
지난 7월 31일 달성군 하빈면 육신사 앞에서 필자의 고향 일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호곤 부부, 필자, 조병욱 조카님. 사진= 주경숙 질부님
필자는 더위를 별로 타지 않아 견딜만했으나 조병욱 조카님은 힘들어하셨다. 그렇게 육신사를 천천히 둘러본 후 우리는 인근에 있는 보물 ‘하목정(霞鶩亭)’으로 갔다. 하목정은 임진왜란 때 의병 활동을 한 낙포(洛浦) 이종문(李宗文)이 1604년께 창건하였고, 그의 아들 수월당(水月堂) 이지영(李之英)이 인조 임금이 하사한 내탕금(內帑金)으로 처마 서까래가 번쩍 들리게 모양을 내는 부연(婦椽)을 새로 달아 1624년 중건한 문화유산이다. 인조가 아직 왕손 능양군이었을 때 이곳을 지나다가 몇 날 자고 갔다고 한다. 이 정자 뒤에는 대략 300년 되었다는 굵은 배롱나무가 꽃을 만개하고 있었다.
육신사 안에서 필자와 일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호곤 문중총무, 주경숙 질부님, 필자. 세 사람은 60년생(쥐띠) 갑장이다. 사진= 다른 관광객
하락정을 나오면서 조병욱 조카님이 “아재, 하동 화개에 도착하면 어중간 하니 저녁을 먹고 가세요.”라고 해 동곡에 있는 ‘원조 동국 할매 손국수’ 식당으로 갔다. 몇십 년 된 식당답게 건물에서 역사성이 느껴졌다. 입구에는 큰 솥 아래에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질부님은 “국수를 삶는 중”이라고 했다. 거기서 ‘섞어서’라는 돼지고기 한 접시와 손국수를 먹었다. ‘섞어서’라는 돼지고기에는 돼지의 자궁 부위인 ‘암뽕’도 섞여 있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대구수목원 주차장으로 되돌아왔다.
육신사 인근에 있는 보물 '하목정'에서 필자 및 일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병욱 조카님 부부, 필자, 조호곤 문중 총무 부부. 사진= 하목정 관리인
수목원 주차장에서 서로 아쉬움의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조카님 부부가 필자와 조호곤에게 복숭아 한 박스씩 건넸다. 우리에게 주려고 일부러 준비한 것이었다. 감사 인사를 하며 그렇게 헤어진 후 필자는 조호곤의 차로 옮겨타고 논공읍사무소로 왔다. 거기서 조호곤 부부와 작별하고 밤 9시 넘어 지리산 목압서사로 돌아왔다.
<역사·고전인문학자,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