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이 광
기나긴 기다림이 아득해질 때까지
언 땅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깨어나고
묻혀서 살아온 날이
길이 되길 빌었다
어둠도 더듬으면 짚불만 한 별빛 있어
꾹 참고 견딘 허기 숨을 삼켜 연명했다
마침내 날아오르는
생애 가장 고운 모습
가슴 속 쌓인 꿈이 팽팽하게 부푼 울음
허공에 도랑 내며 무자위 돌아간다
한사코 온몸을 쏟아
영원으로 흐른다
밤잠을 줄이며 글을 쓰던 등단 초기의 작품입니다. 매미가 우화 이전 애벌레로 살던 ‘기나긴 기다림’의 나날과 등단 이전 습작기와 겹치며 첫수가 빚어집니다. 필자는 독학으로 시조를 습작하며 7년이란 수련 과정 끝에 신춘문예 등단을 이루었지요. 매미가 땅속에 묻혀 지내던 기간과 같습니다. ‘묻혀서 살아온 날이 길이 되길 빌었다’라는 종장의 진술처럼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에 부딪히기도 했지요. 그 속에서도 ‘짚불만 한 별빛’을 놓지 않았기에 마침내 우화에 이를 수 있었나 봅니다.
요즘 매미 울음소리가 절정입니다. 매미는 음지에서 긴 애벌레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양지로 나와 ‘한사코 온몸을 쏟아’ 짧은 여생을 끊임없이 노래하고 떠납니다. 하지만 ‘가슴 속 쌓인 꿈이 팽팽하게 부푼’ 노래는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고 다음 해의 노래로 이어지며 영원으로 흐릅니다. 사람의 일생도 매미의 한 살이도 그렇게 영겁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당신, 원본인가요》,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