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욱의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15>티벳 자비송

김창욱의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15>티벳 자비송

김창욱 승인 2018.01.05 00:00 의견 0

티벳 자비송 <티벳 자비송> 영상 중 한 장면. 출처: 유튜브

제가 증오에서 벗어나기를 제가 성냄에서 벗어나기를 제가 격정에서 벗어나기를 제가 행복하게 지내게 하여지이다

저의 부모님 스승들과 친척들, 친구들도 거룩한 삶을 닦는 이, 그 분들도

증오를 여의어지이다 성냄을 여의어지이다 격정을 여의어지이다 그 분들이 행복하게 지내게 하여지이다

바야흐로 연말이 끝나고 연시가 시작되었다. 특히 지난 연말연시는 사흘간의 연휴가 끼어 마음부터 뛰놀았다.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혼자 갈까? 아니면, 가족과 함께?

이상(李箱)은 새벽공기가 폐에 해롭다고 했지만, 마지막 어둠이 깃들면 ‘시민의 종’ 타종식이 있는 용두산공원이나, 해맞이축제가 열리는 해운대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는 일도 좋을 게다. 남들은 울산 간절곶이나 포항 호미곶, 아니면 강원도 정동진까지 간다는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꿈은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불현듯 찾아온 감기몸살 탓이었다. 온몸이 쑤시고 결리는 통에 허리에 감기는 비단결도 아플 지경이었다. 주사와 링거를 두 차례씩 맞았지만, 황금같은 사흘을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모두를 잃는 것이다. 어떠한 부귀영화라 할지라도 모두 건강 아랫길이다. 더욱이 사람에게 아픈 곳이 얼마나 많은가? 오장육부(五臟六腑) 어느 하나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호걸이라해도 결국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을 만큼 인간이란 실로 허약한 존재가 아닌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같은 존재가 아닌가?

병을 앓아봐야 건강의 존귀함을 알 수 있다. 경험해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을 나는 지난 연말연시에 겨우 얻을 수 있었다. 절제(節制)되고 정제(精製)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새마음, 새뜻이 마침내 내면에서 발현되었다. 그래서 새해에는 108운동만큼은 꾸준히 해야겠다고 작정했다. 절에서 하는 108배 말이다.

108운동은 종교와 무관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그것은 다이어트 효과 만점의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요, 둘째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셋째 집중력을 키워 주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108운동은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下心)까지 도와준다.

108운동을 위해서는 먼저 사전준비가 중요하다. 무릎 보호를 위해서 반드시 푹신한 방석을 깔아야 한다. 발가락을 조심해야 하므로 반드시 양말을 신어야 한다. 또한 자세도 더없이 중요하다.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반드시 합장해야 한다. 게다가 무릎과 팔, 그리고 손과 발을 펴고 접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08운동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절은 날숨(呼)과 들숨(吸) 각 1회로 이루어진다. 날숨에는 입을 약간 벌려서 내쉬고, 들숨에는 입을 닫고 코로만 쉰다. 무릎을 꿇을 때 들숨을 쉬고, 이마가 바닥에 닿을 때 날숨을 내쉬며, 무릎을 펴서 일어날 때 다시 들숨을 쉰다. 무엇보다 호흡은 여리고 길게 하는 것이 좋다. 거북이·고래가 오래 사는 이유도 호흡이 길기 때문이다.

20~25분에 불과한 108운동일지언정 10분쯤에 이르면, 땀방울이 쏟아진다. 그리고 무료하고 권태스러움이 찾아온다. 그 짧은 사이, 내가 왜 이 짓은 하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그때 적절한 음악이 바로 <티벳 자비송>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지. 행복하기 위해서 더 큰 것을, 더 많이 얻으려 하지. 그게 다 우리의 욕망이라네. 욕망의 길은 끝이 없다네. 오히려 우리는 욕망 때문에 더 큰 것을, 더 많이 잃기도 하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증오·성냄·격정은 사람도 잃고, 사랑도 잃고, 건강도 잃게 만들지. 그래서 채우기에 앞서 비우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네. <티벳 자비송>은 욕망으로 가득 찬 우리네 마음을 가라앉힌다네. 벌겋게 달아오른 우리의 마음을 바다 속 깊이 침잠시킨다네.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