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욱의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24>오빠는 풍각쟁이

김창욱의 '나를 적시고 간 노래들' <24>오빠는 풍각쟁이

김창욱 승인 2018.03.16 00:00 의견 0

 

'오빠는 풍각쟁이'를 노래한 가수 박향림. 출처: 유튜브

오빠는 풍각쟁이야, 머 오빠는 심술쟁이야, 머 난 몰라이 난 몰라이 내 반찬 다 뺏어 먹는 거 난 몰라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고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구 오빠는 욕심쟁이 오빠는 심술쟁이 오빠는 깍쟁이야

가수 박향림(朴響林 1921-1946)이 부른 <옵빠는 風角쟁이>다. 레코드 황금시대였던 1938년 콜럼비아레코드에 취입한 노래로 일제시대 대표적인 만요(漫謠), 즉 코믹송이다. ‘박억별’이 본명인 그녀는 함경도 경성출신으로 태평레코드를 통해 가수로 데뷔했다. 그 뒤 당대 메이저급 레코드사인 콜럼비아에 스카웃되었다.

노래 속의 오빠는 풍각쟁이다. 풍각쟁이는 시장같은 곳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여 돈을 구걸하는 사람을 얕잡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는 풍류를 아는 모던 보이(modern boy)를 의미하는 듯하다. 어쩌면 룸펜이거나 백수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오빠는 욕심쟁이에, 심술쟁이고, 깍쟁이다. 나아가 트집쟁이에다, 핑계쟁이요, 대포쟁이기도 하다. 요새도 이런 오빠 참 많다.

그런데 이 오빠가 어떤 오빠인지는 알 수 없다. 친오빠일 수도 있고, 옆집 오빠일 수도 있고, 아는 오빠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오빠가 “비단구두 사가지고” 온다던 그 오빠나 “기도하는!” 용필이 오빠가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여동생은 그런 오빠가 영 싫지 않은 모양새다. 아니, 싫기는커녕 좋아서 안달이 다 날 지경이다. 요새도 이런 여동생 없지 않다.

오빠는 풍각쟁이 https://youtu.be/i6-ag88VdtQ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