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 바뀌어야 할 공무원의 자세

이현호 승인 2019.09.18 19:31 | 최종 수정 2019.09.18 19:49 의견 0
해운대광장. 출처 : 해운대구청 미디어센터

부산은 수십년간 한 정당의 독점적인 집권구조 속에 있다가 지난해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비로소 새롭게 바뀐 지역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업무 기강 해이와 불친절은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한 달쯤 전의 일이다. 필자는 신사업 육성을 위해 통신판매업 신고를 접수하려고 관할 구청인 해운대구청을 방문했다. 구청 3층에 위치한 경제진흥과 직원에게 통신판매업 신고 관련 업무요청을 했는데 ‘담당 공무원이 휴가 중이라 바로 처리할 수 없으니 기다려 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날 따라 상당히 더운 날씨 탓인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는 게 아닌가.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담당이 휴가를 가면 부사수 또는 같은 팀 동료한테 인수인계를 해서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그런데 구청에서 일반 기업에서 다 하는 ’업무 대행 체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국가와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청이 민원인들의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방증 아닌가.

대략 30분을 꾹꾹 참으며 기다렸다. 1~2분이면 처리될 일을 30분이나 지연되니 너무 화가 났다. 필자의 표정을 살폈는지, 그제서야 교부증을 내줘 등록 면허세를 내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다소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오전이라 혼자 기분을 풀며 출근을 했다. 2주쯤 지났을까, 그 업무와 연관된 일이 터졌다. 거래처 직원과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가는 길에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관공서 계약 서류 중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지방세가 연체되어 증명서 발급이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닌가.

세금 납부 일은 항상 달력에 체크를 하고 그 날짜에 완납해 왔는데 미납이 있다는 게 납득이 안 됐다. 그래서 곧바로 해운대구청을 방문했다. 1층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현재 상황을 말하고 도움을 받으려면 어느 부서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3층 경제진흥과에 가면 된다고 해서 올라갔더니, 그곳에서는 4층 조세 2과로 가라고 하는 게 아닌가. 조세 2과로 갔더니 이번엔 5층 조세 1과로 가라고 했다. 분통이 터지려 하는 걸 꾹 참고 현재 상황을 말했더니 경제진흥과 직원이 실수로 면허세 결제 처리를 못하고 다시 납부 자료를 올려서 완납됐는데 미납으로 잡혀 있었다고 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직원들 역시 책임 의식 없이 본인의 일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에도 너무 화가 났다. 내가 내는 세금이 저런 직원들한테 간다는 생각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조세과에서 처리를 받은 후 최초 접수했던 3층 경제진흥과에 다시 내려갔다.

최초 접수한 직원이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 직원에게 항의를 하려다 멈췄다. 일단 한 번 더 참고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구청을 나오면서도 민원인에 대한 구청 직원의 태도는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단체장의 정당 소속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직원들의 업무 태도를 보니 아직도 바뀌어야 할 게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시민기자·(주)글로벌탑투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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