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탄광의 갱도에 산소가 부족하거나 유독가스가 발생할 때 카나리아의 상태를 보고 예측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카나리아는 환경오염이나 재난을 예고하는 지표생물이라 할 수 있다.
참새목 카나리아과에 속하는 애완용 새인 카나리아는 19세기에는 탄광의 독가스 농도를 탐지하는 ‘조기경보’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광부들이 석탄광 갱도로 들어갈 때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가 채탄과정에서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거나 홰에서 떨어지면 모든 광부들은 생존을 위해 갱도를 탈출했다. 카나리아가 청정지역에서 주로 살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나 메탄 등의 독가스에 특히 취약했던 특성을 이용한 것이었다.
우리가 주로 먹는 물도 등급이 있다. 1~5등급수로 나뉘는 수돗물의 수질은 주로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으로 측정한다. 상수원수 1급은 1㎎/ℓ 이하, 상수원수 2급은 3㎎/ℓ이하, 상수원수 3급(공업용수 1급)는 6 ㎎/ℓ이하, 공업용수 2급(농업용수)은 8㎎/ℓ이하, 공업용수 3급은 10㎎/ℓ이하이다. 이밖에 부유물질량(SS)이나 용존산소량(DO) 또는 대장균수(MPN/100㎖) 등의 기준도 참고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질을 일반시민이 어떻게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이 때 지표생물인 민물고기 수서곤충 식물 등을 이용하면 쉽게 다가온다. 1급수에는 열목어, 옆새우, 플라나리아, 가재, 톡톡이, 하루살이, 강도래 등이 사는 물이다. 식수 사용이 가능하며 수영도 할 수 있는 2급수에는 꺽지, 피라미, 갈겨니, 선충, 강하루살이, 날도래, 각다귀, 깔다구(흰색) 등이 보인다. 3급수는 붕어, 잉어, 거머리, 꼬마하루살이, 잠자리류, 딱정벌레류 등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물을 식수로는 부적합하다. 4급수는 실지렁이, 깔다귀(붉은색) 등이며, 5급수는 어떠한 생물도 살지 못한다. 이러한 것도 요즘엔 생물학적 전문지식이 없이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물도감을 참고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지표생물은 우리가 과학적으로 일일이 측정하지 않아도 쉽게 환경의 상태를 전해주는 고마운 생물들이다.
지표식물로는 이끼류를 들 수 있다. 이끼류는 아황산가스 농도 0.03ppm 이상에선 살 수 없어 대도시의 오염상태를 알아보는데 유용한 지표가 된다. 노루오줌·산쥐손이·누른종덩굴 등 고산식물들이 온도변화에 특히 민감해 기후변화를 진단하는 지표종으로 활용하는 연구도 이뤄져왔다.
2007년 2월 국립환경과학원은 고산 습지인 강원 인제의 대암산 용늪과 고산 초지인 충북 단양의 소백산 정상에서 토양을 채취해 온도에 따른 식물 발아 실험을 실시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식물종을 찾기 위해 실시한 이 실험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연평균 기온이 상승할 경우 기존 한반도 고산식물의 서식 면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올라갈 경우 꽃쥐손이, 누른종덩굴, 자주종덩굴 등의 서식 면적이 크게 감소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온 상승으로 개체수가 대체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식물은 소백산의 경우 양지꽃과 진주고추나물, 산쥐손이, 실세풀 등이고 용늪은 삿갓사초, 참바늘골, 몰골풀, 가는오이풀 등이다(한국4-H신문, 2007년 3월 7일).
이에 앞서 2007년 2월 14일자 경향신문에는 ‘한반도 온난화 지속땐 100년뒤 아열대림 된다’는 기사가 실렸다. 지구온난화로 100년 뒤 한반도에서는 난대림 지대가 크게 넓어지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아열대림 지대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신준환·임종환 박사는 2007년 2월 서울 청량리동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협상동향 및 산림부문의 대응방향’ 학술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처럼 100년 뒤 기온이 6도 높아지면 현재의 난대, 온대남부·중부·북부의 식생대는 북상하게 되고, 현재의 난대림 지대는 일부 아열대림 지대로 바뀔 것으로 예측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온도가 각각 2도, 4도 상승한다고 해도 난대지역 분포가 현재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까지 올라갈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1996년부터 10년간 강원 계방산, 경기 광릉, 남해 금산지역의 산림을 모니터링한 결과 나무들의 개엽(開葉) 시기가 연평균 1도 상승시 7일, 2도 상승시 14일 빨라졌다. 1966년과 2005년의 개화(開花) 시기를 비교한 결과 산괴불나무, 모란, 야광나무, 정향나무 등 32종의 개화시기가 2~36일까지 빨라졌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온대북부 지역에서 잘 자라는 잣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등은 감소하고, 온대남부지역의 주요 수종인 졸참나무, 서어나무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박사는 “온난화가 지속되면 가뭄으로 인한 대형 산불,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 열대성 수목병해충 발생 등 산림 생태계의 교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07년 2월 14일).
생물지표가 유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라고 한다. 첫째, 수치측정보다 간단하다. 엄밀한 측정에는 각각 특수한 기기가 필요하고 나름 돈과 기술과 시간이 들지만 생물지표는 그렇지 않다. 둘째, 시간적 공간적 변동을 넘어선 결과를 낼 수 있다. 각각의 환경조건을 수치화할 경우, 시간적으로 변동할 가능성, 조사지점의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생물의 경우 지역의 범위와 일정 기간이 생존에 필요하므로 그러한 변동이 그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공장 폐수 피해의 경우 생물은 그 한 번의 방출로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결과는 강의 생물상의 변화로 기록될 수 있다. 셋째, 미지의 조건도 시야에 포함할 수 있다. 물리화학적인 계측은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면 측정할 수 없으나 생물을 보면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환경 악화 사실을 알 수 있다. 넷째, 복수 조건의 종합적 영향을 볼 수 있다. 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하나가 아니며, 그것들이 상승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측정치만으로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결국 환경을 살필 경우 상당수는 생물이나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는 것이 빠른 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측정기기에 의한 수치적인 조사를 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보통은 그렇게 행해진다(https://ja.wikipedia.org).
이런 점에서 볼 때 지표생물을 보호하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러한 지표생물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들 지표종이 살 수 없는 곳에는 결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지표종은 생태계에서의 ‘재난 경고 기능’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한복판에서 있을 수 없는 ‘후진국형 대참사’가 벌어졌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할로윈 분위기를 즐기려고 10만 인파가 몰린 가운데 좁은 골목길로 인파가 밀리면서 대형 압사사고가 일어나 11월 1일 현재 사망자 156명을 포함해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언론을 종합해 보면 10만 명이 몰린 이태원의 인파에 비해 경찰의 규모는 고작 200명이었고, 이미 하루 전날 수만 명이 운집하며, 수많은 군중에 떠밀려 사람이 넘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였지만 행정당국의 대응이 안일하고 미흡했다는 것이다.
전날이나 사고 당일에 112나 119에 이러한 위험한 상황을 알리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마치 생물 지표종과 같은 존재였으나 당국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아니 정부나 지자체, 경찰이 우리사회의 ‘카나리아’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함에도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하는 것을 보니 안타까움을 넘어 부아가 치민다. 공직자나 사회 지도자야말로 일반 시민보다 더 민감한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고 늘 ‘깨어있는 공무원시민’이 돼야 할 것이다.
생각을 좀 넓혀보면 우리사회의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 또한 ‘카나리아’와 같은 존재이다. 특정 집단의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부패와 비리를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외부에 알림으로써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는 사람들 말이다. 영국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어 시민의 위법행위와 동료의 비리를 경계한 데서 생겨난 말로 영어로는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부당한 차별, 정(政)·경(經)·언(言)의 유착, 환경오염, 불량식품 제조 유통, 직장 내 성희롱 등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온몸으로 부는 공익제보자들의 ’후루라기‘ 소리에 우리사회는 귀 기울여야 한다.
자연계에서 생태 지표종의 존재가 중요하듯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부정부패, 불의에 맞서는 ‘깨어있는 시민’ 의식이 절실한 때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과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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