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이 20년간의 조류조사 결과를 보고 하고 있다. [사진=조송현]
조류전문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가 지난 10월 31일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창립 25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함께 걸어온 25년, 함께 만들어갈 미래’라는 주제로 열려, 지난 세월 동안 이 단체가 실천해온 환경운동의 의미와 생태적 연대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최우석 습지와새들의친구 공동대표가 창립25주년 인삿말을 하고 있다.
김시환 탐조대원이 조류조사 결과를 보고 하고 있다.
1부에서는 박중록 운영위원장, 김시환 탐조대원, 강성화 사무국장이 지난 20년간의 조류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보고는 지역 습지 생태계와 철새 보호 운동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으며 과학적이고 지속적인 환경보전 활동의 성과를 알렸다.
부산동래국악단원인 최경철(가야금), 안창섭(대금)의 축하공연 [사진=조송현]
2부에선 부산동래국악단원의 가야금과 대금 축하공연이 분위기를 열었고, 김해창 공동대표의 참석자 소개와 유쾌한 이벤트가 이어졌다. 창립회원이자 직전 이사장인 김옥자 씨는 “25년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생각도 안 난다. 많은 분들이 청춘을 함께했다는 게 정말 고맙다. ‘친구’라는 게 참 좋다”고 감회를 전했다.
윤지형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습·지·와·새·들·의·친·구' <9행시>를 통해 ‘습지와 새들을 우리 힘으로 지켜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꿈꾸겠다’는 창립선언의 결연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습새친구'의 밝은 미래를 소망했다. 윤 이사장은 창립25주년 기념 소식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간 우리의 친구들은 후원자로서 또는 활동가로서 강, 습지, 새. 생태계,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성장과 개발의 공세에 맞서 때론 분노하고, 때론 싸우고, 때론 크나큰 좌설 속에서 가슴을 치며 울기도 했다. 그 많은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득하기도 하고 마음이 짠해지기도 하다. 참된 친구란 좋을 때나 힘들 때나 변치 않고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라지 않은가. 저도 힘닿는 대로 습지와 새들의 오랜 친구로 곁에 서 있고 싶다. 25주년을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습새의 벗님들과 소통하고 또 만나고 싶다. 벗님들! 오직 감사할 따름이다. 습지와새들의 친구, 파이팅!.”
이어 '습지와새들의친구'라는 명칭을 제안했던 이인식(창녕 우포늪 자연학교 교장, 초대 대표) 고문, 오창길 (사)자연의벗 대표, 임재택 부산대 명예교수 등 환경운동 원로들의 축사가 이어지며, 습지 환경운동의 역사와 연대, 실천적 의미를 재확인했다.
축사하는 이인식(습지와새들의친구 초대 대표) 고문
이인식 초대 대표는 25주년 기념 축하 인삿말을 통해 "'습새'는 한국 환경운동의 뿌리이자 생태 연대의 상징"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0년 10월, 부산의 낙동강 하구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이름하여 ‘습지와 새들의 친구’, 줄여서 ‘습새친구’라 불린 환경단체였다. 그 무렵만 해도 습지는 사회적 관심에서 비껴나 있었다. 도시 확장과 산업 개발 부지로, 혹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습지야말로 철새들이 날아와 쉬어가고, 물고기와 갯벌 생물들이 살아숨쉬며,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생태계의 뿌리다. 습지를 잃는다는 것은 곧 우리 삶의 토대를 잃는 일이라는 문제의식이 이 단체의 출발점이었다.”
“습새친구는 이제 단체 하나의 이름을 넘어섰다. 그것은 한국환경운동의 뿌리이자, 각자의 다른 길을 걸어도 결국 같은 지향으로 모여드는 생태적 연대의 상징이 되었다. 낙동강하구에서 시작된 그 외침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습지를 지키는 일은 곧 새들의 노래를 지키는 일이고,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그들이 흩어져 씨앗을 뿌리고 가꿔온 운동은 이제 더 큰 숲이 되어가고 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바로 그 숲, 곧 생명과 연대의 숲일 것이다.”
낙동강하구를 찾는 온갖 조류를 새긴 수건을 선물하는 오창길 (사)자연의벗 이사장
자신이 직접 만든 '습지와새들의친구' 캘리그래피 작품을 선물하는 정상래 부산환경운동연합 대표 [사진=조송현]
전국 환경단체와 대표들의 축하 동영상 상영, 지율스님이 제작한, 습지와새들의친구 25년 활동을 그림과 음악으로 소개하는 영상도 큰 박수를 받았고, 부산환경운동연합 정상래 대표의 캘리그라피 선물 증정식도 진행됐다.
축하동영상을 보낸 인물(단체)은 거제도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회원들, 박그림 설악산지키기국민행동 상임대표, 우창수와 개똥이어린이예술단, 울산불교환경연대 대표 천도스님, 최갑진 함양평생회원,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대표, 최종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대표, 한동욱 한국PGA생태연구소 소장,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단장, 김석준 부산광역시교육감, 부산대 홍석환 교수 등이다.
이어 경상대 이수동 교수와 이동윤 변호사는 활동 및 현안 보고가 있었고, 이후 큰고니 중창단의 ‘오빠생각’ 공연, 김해창 공동대표의 마무리 인사와 단체 기념촬영으로 공식 행사를 마쳤다.
습지와새들의친구 25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이 단체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행사 이후에는 인근 식당에서 저녁 만찬과 뒤풀이가 이어져, 오랜 시간 동행해온 회원들과 활동가, 후원자들이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고 미래의 환경운동 비전을 함께 다짐하는 뜻깊은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습지와새들의친구’의 이번 25주년 행사는 지역·시민·전국 환경단체가 함께한 생태적 연대와 역사, 그리고 미래를 향한 실천적 결의를 공식 행사와 문화적 축하, 소통과 교감의 시간 속에 담아냈다.
다음은 습지와새들의친구의 20년 조류조사 결과 보고(요약)와 25년 활동 내역(요약)이다.
◆습지와새들의친구의 20년 조류조사 결과 보고(요약)
‘습지와새들의친구’의 20년 조류조사 결과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가장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장기 시민주도 생태 조사로 평가되고 있다.
<핵심 요약>
2004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20년간 낙동강하구와 하류부를 10개 구역으로 나누어 회원 자원봉사 조사팀이 매월 1회씩 지속적으로 조사했다. 이 조사 결과는 낙동강하구의 변화와 위기를 알리고, 미래 도시화·개발계획이 가져올 생태적 손실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시민과학의 대표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총 302종, 630만여 개체가 관찰되었으며, 관찰 종 수는 약간 증가했으나 전체 개체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종수 증가의 원인은 기후온난화에 따른 아열대성 조류의 서식지 확대와 도심종 유입, 그리고 조사 능력 향상에 따른 결과이다. 하지만 흑기러기·알락해오라기 등 일부 새들과 고니·쇠제비갈매기 등 대표종의 도래는 현저히 줄어든 상태이다.
물새류, 특히 고니류·기러기류·오리류의 개체수가 뚜렷하게 감소하고, 반대로 참새·까치·까마귀 등 도심성·수풀성 조류는 급격히 증가 중임. 이는 낙동강하구 일대가 도시화와 개발의 영향으로 생태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향후 대저·엄궁대교, 에코델타시티 등 지속적 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철새와 물새류의 주요 서식지 및 먹이터인 농경지·습지의 훼손이 불가피하여, 한국 최대 철새도래지로서의 생태·환경적 위상은 더욱 저하될 우려가 크다.
◆습지와새들의친구 25년 활동 내역(요약)
1. 낙동강 하구 지키기와 대교 건설 반대 운동의 25년
‘습지와새들의친구’는 25년 동안 낙동강 하구 보존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주로 2001~2006년 명지대교, 현재의 을숙도대교 건설 반대 운동과 2018년부터 시작된 대저·엄궁·장락대교 건설 철회 운동이 대표적이다. 2025년 들어 대저·엄궁·장락대교는 소송전에 돌입했다.
2. 을숙도대교 개통과 그 의미
을숙도대교는 부산 강서구 명지동과 사하구 신평동을 연결하는 길이 1.994km의 유료 교량이다. 2005년 착공되어 2009년 개통됐다. 명지대교 건설 계획이 논의되던 즈음,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 모임(1994년 3월 발족) 회원들을 중심으로 2000년 10월 ‘습지와새들의친구’(대표 이인식)가 창립되었고, 다음해 3월에는 부산녹색연합 등과 ‘낙동강 하구 살리기 시민연대’를 결성했다.
3. 취소 소송과 대교 현실
2004년에 시작된 명지대교 취소 소송은 200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다리는 당초 직선형에서 하구둑 쪽으로 610m 우회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을숙도대교의 2020년 평균 통행량은 44,688대로 당초 예상치의 47%에 불과했다. 민자도로 손실 보증금으로 2023년까지 441억 원이 지급됐고, 2046년까지 3,115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4. 추가 교량 건설 추진과 대응
낙동강 하구 일원에는 이미 27개의 교량이 건설되었지만 부산시는 서부산 개발 명분으로 16개 교량의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중 대저·엄궁·장락대교 등은 문화재 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관통하게 되며, 2018년 5월 ‘습지와새들의친구’는 65개 단체와 함께 ‘낙동강하구 지키기 전국 시민행동’을 결성해 대응하고 있다.
5. 환경영향평가와 이론적 근거 확보
‘습지와새들의친구’는 2004년부터 자체 실시한 조류조사를 통해 2019년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의 허위 작성을 밝혀냈다. 조사자료는 홍석환 부산대 교수의 ‘큰고니 서식에는 최소 4km의 교량 간격이 필요하다’는 학술 논문으로도 이어져 운동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2020년 6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였고, 12월에는 부산시 시민행동 및 환경청 3자가 공동 협약해 공동 조사를 통해 대저대교 노선을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6. 현장 조사와 시민운동
4개월 동안 60여 회의 멸종위기종 분포 조사와 전문기관의 평가를 거쳐, 환경부는 2021년 6월 ‘대저대교 노선이 멸종위기종 큰고니의 서식지를 파편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최적 대안 노선 채택을 위한 범시민운동본부(94개 단체)가 조직되어, 2021년 10월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을 통해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7. 행정 소송과 개발 승인 과정
박 시장의 약속 파기와 정권 교체 후 2024년 1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가 일방적으로 통과되었고, 8월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까지 개발을 승인해 10월 대저대교가 기공식을 치렀다. 엄궁·장락대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거친 뒤 2024년 가을에 환경영향평가와 국가유산 심의를 동시에 통과했다. 건설 철회를 위해 시민행동은 6년간 기자회견과 농성, 문화재 토론회, 청원, 현장조사, 1인 시위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2023년 10월부터 105일간 창원 환경청 앞에서 세 번째 텐트 농성을 벌였다.
8. 법적 대응 현황
2025년 2월 대저대교 취소 행정소송이 시작됐으며, 7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12월 22일 본안 2차 공판에서 현장 검증이 진행된다. 5월에는 엄궁·장락대교 건설 고시 취소 소송, 8월에는 집행정지 소송이 이어졌고, 9월 첫 심리에서는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우려로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회원과 후원의 의미
‘습지와새들의친구’는 현재 백조의 호수 지키기 1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창립 25주년을 맞아, 발기인부터 신입회원까지 매달 240명에 이르는 회원과 후원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의미를 지닌 이름처럼, 모든 회원이 창립선언문의 정신을 지켜가고 있다.
10. 친구로서의 연대와 다짐
‘습지와새들의친구’의 회원들은 후원자와 활동가로서 강, 습지, 새, 생태계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변함없이 곁에 있어 주는 친구처럼, 좋은 때나 힘든 때나 함께 목소리를 내며 생명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창립 25주년을 맞아 회원들의 소통과 감사, 그리고 미래를 위한 다짐이 이어지고 있다.
박중록 운영위원장은 대저·엄궁·장락대교 건설 중지 행정소송과 관련, " '백조의 호수'와 '하늘 연못'을 지키는 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 사업들이 잘못되었다는 모든 입증 자료를 갖고 있습니다. 새만금 소송의 승소 소식이 아니더라도 상식있는 재판부라면 이 재판은 우리가 질 수 없는 재판입니다. 금쪽 같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후 위기를 심화하는 자연파괴, 난개발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이번 소송은 백조의 호수와 하늘연못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소송입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