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입만 열면 '자연과 지속가능한 삶'을 외치면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축소가 웬말이냐?"
제53회 지구의날을 맞은 21일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습지와새들의친구 등 시민환경단체들이 부산시의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축소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이날 부산시청 앞 광장에 모여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시도 중단과 함께 낙동강하구의 각종 난개발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낙동강하구의 세계자연유산과 람사르습지 등재 추진을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획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 지구의날 53주년에 즈음하여 부산시와 문화재청의 각성을 촉구한다
지구의날의 존재는 뼈아픈 역설이다. 제정된 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우리가 목도해 온 것은 무엇이었나? 한마디로 우리 삶의 근거인 지구에 대한 우리의 무한 소비 무한 착취 무한 파괴의 참담한 역사다. 그 결과가 바로 심각한 기후위기로서 이는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지구적 상식이 되었다. 많은 양심적 과학자들이 인류의 멸종이 임박했음을 경고하고 있기까지 하는 것도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할 것이다.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작년 12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는 2030년까지 지구의 보호지역을 30%까지 넓히는 30x30목표(30by 30 target)를 채택함으로써 지구 곳곳의 낙동강하구와 같은 지역을 보존·보호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금 지구인에게 일깨웠었다.
우리 정부와 부산시도 이러한 범세계적 상황을 아주 외면할 수는 없었기에 2030부산엑스포의 주제를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로, 부제 1을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으로 설정하고 최근 엑스포 실사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그러한 삶의 현장으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소개했으리라.
그런데 이것은 무엇인가. 엑스포 실사단이 떠난 지 얼마되지도 않아 문화재청과 부산시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히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축소 계획 이유가 ‘낙동강하구가 철새도래지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데는 아연한 입을 다물 수조차 없다. 저간의 난개발과 환경파괴로 낙동강하구의 문화재보호구역이 철새도래지 기능을 상실하여 새들이 오고 있지 않다면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진 못할지언정 보호구역 자체가 필요 없게 되었다는 식의 논리가 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단 말인가.
하기야 일찍부터 부산시와 강서구는 각종 불법까지도 용인하며 문화재보호구역 기능상실을 앞장서 조장해 왔다. 이로써 서낙동강 일원의 보호구역 수변부는 거의 모두 개인의 사유지가 되어버렸다. 끊이지 않는 불법 매립으로 서식지는 지금도 사라지고 있고, 철새도래를 방해하는 수상레저 활동이 겨울까지 그치질 않는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여름 대표 새인 쇠제비갈매기가 사라졌고, 겨울 대표 새인 큰고니의 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그건 부산시가 말하듯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래서? 그래서 어떤 새도 영영 낙동강하구로 날아오지 않게 하겠다고?
다시 묻는다.
부산시가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입만 열면 내세우는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은 새와 부산시민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서로 존중하는 삶이 아니던가? 당장의 사람 이익이 먼저니까 보호구역이니 철새들의 낙원이니 하는 건 필요없다는 사람들의 단견과 욕망이 작금의 기후위기를 불러왔음을 깨우쳐주어야 할 국민의 공복으로서 문화재청과 부산시가 양두구육의 논리로 문화재보호구역 축소에 앞장서고 있는 이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좌시할 수 있겠는가?
부산시에 더해 문화재보호가 목적인 문화재청이 최근 낙동강하구의 보호구역 축소 의견을 피력한 것도 너무나 충격적이다. 어느 시대에도 문화재청이 개발 세력의 입장에 동조하는 의견을 내놓은 적은 없다. 문화재청이 밝힌 현지 조사 결과는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둔치도와 평강천은 여전히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서식처이고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기능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까지 우리 시민이 문화재청 당국자에게 일깨워주어야 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우리가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다.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은 최초 지정면적이 24,793ha 였으나 지정면적 오류와 각종 개발로 지금은 불과 8,728ha만 남아 있을 뿐이다. 육지쪽 보호구역이 거의 모두 사라졌다. 이런 상태에서 보호구역의 확대와 복구는 커녕, 시대에 역행해 보호구역 축소가 추진되고, 여기에 더해 가덕도신공항과 16개 신규 교량 건설 계획 등이 추진되는 등, 낙동강하구는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처해있다.
더 이상의 자연파괴는 자살행위다. 지금 우리는 미래세대의 생존이 아니라 당장 우리 자신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보호구역의 축소가 아니라 더욱 확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한국 사회가 당연히 가야 할 길이다. 거듭 밝히거니와 부산시와 정부는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라도 세계에 약속한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실행해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에 지구의날 53주년을 맞아 여기 모인 우리는 정부와 부산시의 대전환과 대화를 다시 한 번 촉구하며 아래와 같은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1.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축소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1.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난개발-가덕도신공항,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낙대교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1.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세계자연유산과 람사르습지에 등재하고, 훼손된 지역을 복원하라
2023년 4월 21일
지구의날 53주년에 즈음하여
2023 지구의날 기념 시민대회 참가자 일동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