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평화 인권 다시, 또 희망!’을 주제로 제6회 전국민주시민 합창축전이 지난 10월 29일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전국 12개 민주 합창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인천5.3민주항쟁 36주년을 기념해 인천에서 열린 이날 축전은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위원회,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인천민주화운동센터,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5.3합창단이 주최해 전국 민주 합창단을 초청한 행사였다.
김종세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 조직위원장(박종찰합창단 단원)은 축전사에서 “연대의 정신으로 전국 11개 도시에서 참가해 주신 합창단을 뜨겁게 환영한다”면서 “우리의 현실은 어둡고 불안하고 때로는 무섭기도 하지만, 촛불항쟁의 정신으로 모인 우리들은 어디서나 쉼 없이 노래하며, 위로를 나누고 용기를 북돋우며 어둠을 밀어내고, 희망을 꿈꾸고 마침내 생명의 꽃을 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재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열리는 이 합창축전의 주요 목적 중의 하나가 인천 5.3민주항쟁을 널리 알리고 계승·발전시키자는 뜻”이라며 “아직도 인천 5.3민중항쟁은 5.3사태로 불리고 있고, 5.3민주항쟁을 다른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마찬가지로 국가 차원의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 행안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이 축전을 계기로 국가 차원의 민주화운동기념일로 하루 빨리 지정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대독한 축사를 통해 “합창을 통해 민주가치를 공유하고 화합하는 민주시민합창축전은 매우 뜻깊은 행사”라며 “합창을 통해 울려 퍼지는 감동이 참가 시민들에게 생생히 전달되어 진정한 소통과 화합의 축제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고 축하했다.
인천 5.3민주항쟁은 민통련과 인사연, 민민학련, 서노련, 인노련 등 민주화운동 단체를 비롯한 인천시민 5만여명이 신민당 개헌 현판식이 열리는 1986년 5월 3일 정오부터 저녁 10시까지 옛 시민회관 사거리를 중심으로 ‘군부독재 퇴진, 민주헌법 제정’ 등 민주화 조치와 신군부 집권 연장책인 이원집정제와 보수대타협을 비판하며,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1만여명의 진압경찰과 대치하면서 전개한 민주화운동이다. 전두환 정권과 공안당국은 특정구호만을 부각해 시위의 과격성을 확대 재생산했으나 인천 5.3민주항쟁의 핵심적 요구는 이듬해인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이날 합창축전의 첫 번째 무대는 인천 5.3합창단(지휘 오모세). 5.3합창단은 2017년 결성 이래 인천지역의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투쟁, 민족민주노동열사 희생자 추모제, 노동문화제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소리로 연대하며 함께 마음을 나눠왔다. 이날 연주 곡목은 ‘인간의 노래(작사 요마노키 디케시)’와 ‘걱정말아요 그대(작사·작곡 전인권)’이다. ‘인간의 노래’는 1987년 일본 국철의 분할 민영화를 전후해 국철 노조원 200여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때 제발 죽지 말고 살아서 싸우자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노래이다. ‘깊은 상처 안고 사는 지친 어깨에 작은 눈길 건네는 친구가 있는가/ 고통 속에 누워 서러웁게 식어가는 차가운 손 잡아줄 동지는 있는가/ 희망의 날개아래 어둔 슬픔 가두고 잊혀진 우리들의 기쁨을 노래하리/ 나는 부르리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인간의 노래/ (중략) 살아서 살아서 끝내 살아서 살아서 살아서 끝끝내 살아내어/ 나는 부르리 인생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인간의 노래~’.
두 번째 무대는 청주 두꺼비앙상블합창단(지휘 이종고)이다. 이 합창단은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훼손될 처지에 놓인 두꺼비 서식지 보전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2010년 마을신문을 통해 모여 결성했다. 연주 곡목은 1994년 노래찾는 사람들 4집 앨범에 수록된 첫곡인 ‘동지를 위하여’와 2021년 5월 가수 안예은이 발매한 싱글 3집 수록곡인 ‘문어의 꿈’이다. ‘그대 가는 산 너머로 빛나던 새벽별도/ 어두운 뒷골목에 숨죽이던 흐느낌도/ (중략)/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살아오는 동지여~’.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퇴근 후에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나는 문어 무너지지 않는 문어/ 이제부터 새로운 변화 시작하는 거야~’.
세 번째 무대는 대구평화합창단(지휘 김동건)이다. 대구평화합창단은 4.16세월호사고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 2015년 대구 달서구 마을합창단으로 시작해 촛불집회를 계기로 2017년 대구평화합창단으로 확대됐다. 연주 곡목은 스페인어로 ‘Esta es el Tiempo(This is time, 지금 이 순간)과 김민기 작사 ’천리길‘이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 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후렴이 귀에 맴돈다.
네 번째 무대는 서울 615시민합창단(지휘 이정아)이다. 이 합창단은 6.15공동선언 실천에 뜻을 모은 시민들이 2009년 8.15행사 공연을 시작으로 창단됐다. 4.27판문점선언 이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서 ‘427대합창’을, 광화문 8.15광복절 행사로 ‘815인 대합창’을 기획 공연했다. 연주 곡목은 박근혜 정권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류형선 감독이 작사 작곡한 ‘깍지 손 평화’와 서효정 작사의 ‘그렇게 하나(창작곡)’이다. ‘대숲을 거쳐온 아주 깨끗한 바람이/ 연인 같은 표정으로 부는 이 땅 위에/ 평화의 소식을 함께 나누며 살아요/ 하루하루 평화에게 말을 걸어봐요/ 평화 평화 평화 평화/ 평화 평화 평화 평화 평화 평화~(깍지 손 평화)’. ‘지금은 밝은 빛 보이지 않아도/ 지금은 너와 나 오갈 수 없어도/ 우리끼지 함께 손잡고 나아가/ 자주민주통일 이루리라(그렇게 하나)~’.
다섯 번째 무대는 강원 원주 아리아리합창단(지휘 정대호). 아리아리합창단은 2017년 마을음악회를 계기로 만들어진 우리소리 민요합창단이다. 연주 곡목은 ‘엮음 아리당’으로 북녘땅 ‘해주아리랑’과 남녁땅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을 편곡해 하나로 엮었다. ’아리아리 얼쑤 아라리오 아리랑 얼씨구 노다가세/ 아리랑 고개는 웬 고갠가 넘어갈 적 넘어올 적 눈물이 난다‘ (중략) 사발이 깨지면 두동강이 나고요/ 삼팔선이 깨지면 남북통일이 된단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흥 흥 흥 아라리가 났네~’.
여섯 번째 무대는 울산 더울림합창단(지휘 강윤철)이다. 더울림합창단은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었던 ‘사람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고자 노력하는 울산시민들이 모여 2017년 창단했고, 지난해 2021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을 울산에 유치한 바 있다. 연주 곡목은 ‘동백섬(작사 김종경)’과 ‘그 날을 기약하며(작사 한아름)’이다. 이 동백섬은 울산 온산 앞바다에 있는 동백섬으로 천연기념물 제65호이다. ‘우리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해 겨울바다 끝난 곳에서/ 외로이 앉아 고개를 젖히고 그저 노래만 불렀다(동백섬)`’. ‘그날을 기약하며’는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 ‘영웅’의 메인테마곡이다. ‘이천만 동포의 깊은 한숨을 대신하듯/ 불어오는 이 바람/ 잠자던 내 영혼/ 지친 나에게 스쳐가며 말하네/ (중략) 자 우리들의 외침 세상이 들으리라/ 민족의 우는 뜨거운 열정/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위해’.
일곱 번째 무대는 광주 1987합창단(지휘 이형기)이다. 1987합창단은 1980년 5.18민주항쟁과 1987년 6월항쟁의 정신을 노래로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2018년 만들어졌다. 연주 곡목은 80년 5월 정신을 고취하는 고(故) 문병란 시인이 작사한 ‘아직은 슬퍼할 때가 아니다’와 광주의 5월 항쟁과 인천 5.3항쟁을 상징하는 5월이 꿈꾸는 것이 결국 평화임을 노래한 ‘평화의 소리(자사 작곡 김애라)이다. ’태산같은 슬품이 가슴을 쩌 누르고/ 강물같은 눈물이 두 눈에 넘쳐도/ 그 슬픔 눈물이 산이 되기까지는/ 그 분노 원한이 꽃이 되기까지는/ 아직은 아직은 슬퍼할 때가 아니다/ 슬~퍼할 때가 아니다~‘ ’오월은 희망의 달 평화를 꿈꾸는 달/ 이 평화로운 세상에 서러운 님이 있어/ 피맺힌 영혼이 있어 그 모든 영혼들이 하나로/ 민주주의 외치던 그날 어디선가 들리는 평화의 소리~‘.
드디어 여덟 번째 무대는 부산 박종철합창단(지휘 이민환)이다. 드디어라는 말을 쓴 것은 필자가 이 합창단 단원(테너1)이기 때문이다. 박종철합창단은 박종철 열사와 1987년 6월 항쟁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6년 8월 창단된 남성합창단이다. 그해 12월 3일 부산 서면 촛불집회에 ‘레미제라블’로 데뷔 무대를 가진 이래 부산 서울의 민주화운동 관련 기념식이나 추모제, 문화제 등 각종 행사와 집회에서 공연을 했고, 2018년 2020년 두 차례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오는 11월 22일 오후 7시 30분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를 주제로 박종철합창단 제3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연주 곡목은 그리스 군부 독재에 저항해 총을 든 청년 레지스탕스와 그의 연인이 겪는 이별의 아픔을 그린 노래로 알려진 ‘기차는 8시에 떠나네’와 정태춘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이다. ‘(전략)/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버스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로/ (중략)/ 버스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걷혀 깨는 새벽길 모퉁이를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아홉 번째 무대는 경기 안산 416합창단(지휘 박미리)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 이후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일반 시민으로 창단돼 2022년 10월까지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다시 그날을 말하다’ 등 총 432회 공연을 해왔다. 이날 연주 곡목은 BTS의 곡 ‘봄날’과 ‘광야에서’(작사 작곡 문대현)이다. ‘봄날’은 세월호를 생각하면서 쓴 곡이라는 말도 있다. ‘우~~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너희 사진을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너무 야속한 시간, 나는 우리가 밉다/ 이젠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힘들어진 우리가/ (중략)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꽃피울 때까지/ 그곳에 좀 더 머물러줘 머물러줘’.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 땅의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 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의 핏줄기 있다~’.
열 번째 무대는 대전평화합창단(지휘 지은주)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대전시민들이 모여 2017년 결성했다. 연주 곡목은 김민기 작사 작곡의 ‘철망 앞에서’와 택시기사 조재형 작사의 ‘서울에서 평양까지’이다.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오만원/ 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 가는 곳 없는데/ 광주보다 더 가까운 평양은 왜 못가/ 우리 민족 우리 내 땅 평양은 왜 못가/ 경적을 울리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꿈속에라도 신명나게 달려 볼란다’.
열한번째 무대는 전북 전주 녹두꽃시민합창단(박정훈)이다. 동학농민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는 시민들이 모여 2019년 결성한 합창단이다. 연주 곡목은 동학농민혁명 때 불린 민요인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 이화여대 김효근 교수가 러시아 푸시킨의 시에 곡을 붙인 아트팝 가곡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이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 마/ 슬픈 날들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들 오리니~’.
끝으로 열두번째 무대는 서울 이소선합창단(지휘 임정현)이다. 2011년 9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어머니 영결식에서 어머니를 기리는 추모가를 부르며 결성된 합창단이다. 이소선합창단은 늘 길 위에서 노래한다. 부당해고로 쫓겨난 사람, 산업재해로 거리로 나서게 된 사람,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쓰러져간 넋들과 그 가족들, 뿌리깊은 성차별을 넘어서려는 크고 작은 외침과 투쟁의 길 위에서 연대의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다. 연주 곡목은 류형수 작사 작곡으로 노동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봄소식’과 프랑스 여성해방운동가들이 작곡한 여성인권 여성해방을 노래한 ‘삶의 주인 여성들’이다. ‘~ 노동자의 하늘을 열다 쓰러진 형제여/ 우리의 자유와 우리의 평화를 빼앗은 자들에게/ 그 무력과 멸시 앞에 그 눈물과 절망 앞에/ 떨리는 목소리 모아 봄을 전하자 봄을 전하자~’. ‘집과 화분에 갇힌 신세 거절당한 이방인/ 운명에 묶인 약한 자로 만들어진 여성들/ 사슬을 끊고 나가 편견을 찢고 싸워 나가나가 싸워~’.
초청공연으로 부평지역의 청소년 합창단인 부평꿈마중합창단·하하합창단(지휘 강은영)의 공연이 있었고,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5.3페스티벌오케스트라(지휘자 유세종)와 공공운수노조 인천시립예술단지부(소프라노 진예진, 베이스 양성근), 그리고 축전 참가 전 합창단원이 함께 부른 ‘5월의 또 다른 빛-인천 5.3항쟁가’였다. ‘5월의 바람이 불어오면/ 묵은 기억의 능선을 넘어 떠오르는 꽃보다 선명한 얼굴/ 들리는 함성 그 봄날 5월의 인천이여/ (중략) / 절망의 아침을 밟고 힘차게 내딛는 우리가 열어갈 세상/ 서로의 어깨를 굳게 굳게 걸고 우리가 부를 그 노래/ 민주 평화 민주 인권 다시 또 희망’.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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