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억과 희망'의 합창이 울려퍼진다

박종철합창단, 22일 부산시민회관서 6월 민주항쟁 35주년 기념 정기연주회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조송현 기자 승인 2022.11.15 10:22 | 최종 수정 2022.11.18 11:55 의견 0

민주와 평화를 노래해온 박종철합창단(지휘자 이민환)이 오는 22일(화) 오후 7시 30분 부산 동구 범일동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제3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박종철합창단은 박종철 열사와 1987년 6월 항쟁의 정신을 기리고 시민사회문화운동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박근혜 탄핵 국면이 시작되던 2016년 8월 16일 창단됐다. 그해 12월 3일 20만 군중의 부산 서면 촛불집회에서 ‘레미제라블’ 등을 부르며 데뷔무대를 가졌고, 지난 2018년, 2020년 두 차례 정기연주회를 가진 바 있다.

박종철합창단은 합창하고는 거리가 먼 평범한 직장인 및 은퇴자들로 이뤄진 중장년의 아마추어 남성합창단이다. 유럽에서 직장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을 노래하는 ‘불만합창단’에서 힌트를 얻어 민주·인권·평화·노동·환경 등 우리사회의 불만과 아픔을 노래로 치유하자는 뜻에서 ‘민주합창단’을 결성한 것이다. 그리고 박종철합창단이 주도해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휘자는 이민환 부산대 음악학과 명예교수(바리톤)이며 김현정 씨가 피아노 반주를 맡고 있다. 윤지형 단장을 중심으로 테너1, 테너2, 바리톤, 베이스로 활동단원은 모두 30여 명이다. 합창단원들은 화요일 또는 목요일 오후 7시30분 부산진구 새날교회(담임목사 안하원)에서 매주 한 두차례 연습을 해오고 있다.

6월 민주항쟁 35주년을 기념하며 열리는 이번 연주회의 표제는 우리 시대의 가객 정태춘 선생의 노래 제목인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이다. 이날 연주회는 4부로 펼쳐진다. 1부 열사정신 되새기며, 2부 가을, 사랑, 젊음, 3부 가시난 닷 도셔 오쇼셔, 4부 평등 평화 그리고 승리이다. 1부에선 꽃잎 파도(강영환 글, 이민환 곡), 임진강에서(정호승 글, 이민환곡), 부르지 못한 노래(권용욱 글, 이민환 곡), 불타는 도화선이 되어(하일 글, 이민환 곡)이 연주된다. 게스트 공연 1은 〈노래오래〉(김은아 장상표 이창우 신진욱)가 안부(김은아 글, 곡), 노래의 꿈(정윤경 글,곡), 눈오는 밤(조하문 글. 곡)을 노래한다.

지난달 29일 인천에서 열린 전국민주합창축전에 참가해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를 연주하는 박종철합창단 [박종철합창단 제공]

2부에서는 가을밤·기러기(이태선‧윤복진 글, 박태준 곡), 당신은 모르실거야(길옥윤 글, 곡), 젊었다(서양훈 글, 장세용 곡, 강유정 편곡)가 연주된다. 게스트 공연 2는 소프라노 김나정(피아노 전해란)이 넬라 판타지아(영화 <미션>의 OST, 엔니오 모리코네 곡), 꿈속에서 살고 싶어라(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샤를 구노 곡)가 연주된다.

3부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미키스 테오도라키스 곡),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정태춘 글, 곡), 떠나가는 배(정태춘 글, 곡)를 연주한다. 게스트 공연 3은 우창수&김은희가 나는 엄마였다­광주 오월 어머니 노래(우창수 글, 곡), 어머니 보랏빛 손수건­양심수가 어머니에게(우창수 글, 곡), 아무도­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기도(우창수 글 곡)를 노래한다.

4부에서는 아름다운 세상인가요(김호철글, 곡), 철조망 앞에서(김민기 글, 곡), 상록수(김민기 글, 곡)이 공연된다.

이날 합창단이 연주하는 곡은 모두 13곡. 이 가운데 4곡이 박종철합창단 지휘자인 이민환 부산대 명예교수가 작곡한 것이다. ‘꽃잎파도’는 박종철합창단이 강영환 시인에게 노랫말을 의뢰하여 열사에게 봉헌하려고 만든 합창곡이다.

“꽃잎이 졌다/푸른 꽃이 졌다/서릿발 어두움 속에서/별꽃이 졌다/꽃잎은 져도 파도는 친다/어둠아 무너져라/쉴새 없이 몰아쳐라/모래처럼 부셔져라/ 바위벽을 때린다/그대 가는 길 따라/둥근 아침이 온다”.

‘임진강에서’는 정호승 시인이 박종철 열사의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 곡을 붙인 것이다. ‘부르지 못한 노래’는 박종철 합창단 단원인 권용욱 시인과 지휘자가 합작으로 만든 이한열 열사 추모곡이다. ‘불타는 도화선이 되어’는 1987년 5월, 옛 부산상고 앞에서 ′독재타도, 전두환 물러가라′를 외치며 분신, 6월 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한 부산의 스물여섯 살 노동자 황보영국을 기린 노래이다.

이날 연주회에 함께 하는 게스트로 ‘노래오래’는 야성의 버스커 장상표, 전 산하밴드 싱어송라이터 김은아와 박종철합창단의 신진욱, 이창우가 합류해 새로운 노래패로 결성되었다. 소프라노 김나정은 부산대에서 학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음악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 성악가로 개천예술제, 부일성악콩쿨 등에서 우승하고 수많은 오페라와 뮤지컬에서 주연으로 활동했다. 우창수&김은희는 부부 듀엣으로 시대의 한복판에서 노동자, 아픈 이의 마음을 위로하는 민중가수로 우포에서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생태 영성음악제’를 운영하고 있다.

윤지형 박종철합창단 단장은 “이번 연주회의 열쇠말은 기억과 희망, 즉 험난했던 우리나라 민주주의·노동·남북화해와 평화의 역사에 대한 기억이고, 어둠 속에 빛이 비치니 어둠이 빛을 이기리라는 믿음에 뿌리박은 희망”이라며 “부산시민, 나아가 민주주의, 노동, 남북화해와 평화통일, 인권, 생태계 보존 등의 가치를 수호·신장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의 합창단이기를 소망하며 여러분이 부르시면 어디든 달려가 노래할 수 있도록 정진 또 정진하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저희들이 마련한 노래들과 함께 부디 즐겁고 행복한 시간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말을 올렸다.

연습 중인 박종철합창단 [박종철합창단 제공]

박종철합창단은 상시로 신입 단원을 모집하고 있다. 노래를 사랑하고 노래로 나와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하고 픈 마음을 가진 분(남성)이면 된다. 이번 연주회는 무료로 초청한다. 다만 부산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후원금 창구를 열어놓았다. 1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신 분들은 공연 팜플렛의 ‘도움 주신 분들’ 란에 자동적으로 이름이 올라간다(계좌: 부산은행 101-2041-1085-00, 박종철합창단). 연락처는 윤지형 단장(010-3413-1196)에게 하면 된다.

오는 22일(화) 저녁, 민주와 평화의 뜨거운 함성을 노래를 통해 시민들과 만나길 박종철합창단은 학수고대하고 있다.

<pinepines@injurytime.kr>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