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외할머니 생각 - 박홍재

박홍재 기자 승인 2023.10.07 22:49 | 최종 수정 2023.10.12 11:24 의견 0

외할머니 생각

                                  박홍재

 

화려한 도시 건물 뒷골목 들어서면

허리 굽은 가게들을 허름한 모습에서

삐거덕 열어젖히면 잠깐 스쳐 보인다

한 그릇 보리밥을 시키고 앉아 보니

벽에는 삶의 이력 여기저기 붙어있고

어릴 때 오래전 기억 외갓집에 와있다

뒤주간 팍팍 끓여 굵은 멸치 몇 개 넣어

밥도 아닌 죽도 아닌 희멀건 한 그릇에

아직도 최고의 맛은 외할머니 손맛이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외할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장독대

<시작 노트>

문득 기시감처럼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명절 전후에는 추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외갓집은 시골이지만, 도시 뒷골목에서 만날 수 있다.
화려한 건물을 돌아서 가면 도시인가 싶은 곳이 만난다.
보리밥 한 그릇에 덕지덕지 붙은 벽지에서 외갓집을 떠올린다.
그러다 외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국밥 한 그릇이 생각난다.
그 맛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유일한 진짜 맛이다.
추석을 지나고 나서 받아보는 한 그릇이 외할머니를 생각해 본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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