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사 전경

부산은 과거 대한민국의 항만과 산업, 문화의 중심지로서 찬란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현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 유출이라는 복합적인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과 지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인구 구조는 역피라미드화되어 가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의 타지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변화가 아니라 지역 경제 기반의 약화와 직결된다. 소비 기반이 축소되고 노동력과 세수가 감소하면, 지방정부는 재정 압박에 시달리며 정책 추진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통근자나 생활 인구의 감소는 상권 위축과 지역 공동체의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6년 지방선거는 부산의 단기 행정 경쟁을 넘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놓고 시민과 정치권 모두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

정책 쟁점과 성장 비전: 인프라, 제도, 교육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축은 성장 전략과 제도개혁이다. 가장 주목받는 공약은 가덕도 신공항이다. 신공항은 단순한 교통 거점이 아니라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 부산의 위상을 되살릴 전략적 프로젝트다. 항만과 신공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부산은 물류 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신항·북항 등 항만 인프라와의 연계, 산업 단지 조성, 물류 거점화 전략은 단순한 인프라 확장에 그치지 않고 지역 구조 전환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제도 측면에서는 기관장 임기 일치제가 중요한 쟁점이다. 새로 선출된 시장이 주요 투자·출연 기관장 임기를 자신과 맞추는 제도는, 행정의 일관성과 정책 실행력을 크게 높일 잠재력이 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이 민선 시장의 비전을 중심으로 재정비될 수 있으며, 중장기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다.

교육 정책도 부산의 미래 전략에서 중심축을 이룬다. 최근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인사가 당선된 것은 부산 시민들이 교육과 미래 세대 육성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신호다. 후보들은 단순히 학교 운영 개선을 넘어서, ‘교육을 통한 지역 재생’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청년 유입, 인재 양성, 지역 정체성 회복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

아울러 도시 계획 혁신이 필수적이다. 인구 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생활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은 통근자 유치, 상업지구 활성화, 거점 커뮤니티 조성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특히 생활 인구 데이터를 반영한 도시 설계와 상권 활성화 전략은 쇠퇴하는 지역에 실질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중앙 정부와의 협업, 지방 재정 확보, 기업 유치 전략은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축이 된다.

선거 구도, 후보 예측, 전략 전망

2026년 부산시장 선거 구도는 매우 치열하고 전략적이다. 현재 여론조사 흐름과 정치적 변수들을 종합하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현직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이다.

여론조사에서 전재수 장관은 박형준 시장을 앞서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장관이 20.3%, 박형준은 15.9%를 기록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전재수와 박형준의 가상대결에서 전 장관이 46.6%, 박 시장이 38.4%의 지지를 받아 8.2%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은 부산이라는 전통적 보수 텃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정당 지지도 추이도 이 구도에 힘을 실는다. 최근 조사에서 부산시장 배출 유력 정당을 묻는 질문에 민주당이 42.2%, 국민의힘이 41.0%로 매우 근소한 격차를 보였다. 이는 부산 시민들이 보수 전통에도 불구하고 변화 가능성에 열려 있음을 일부 반영하는 결과로도 읽힌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2026년 부산시장은 전재수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세대·정체성 변화
여론조사에서 전 장관은 40대와 50대 등 중장년층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전반적인 정치 세대 교체와 중도층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2. 정책 비전의 설득력
전 후보는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으로서 부산의 항만, 해양 정책 역량과 직결되는 경력과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물류·해양 전략을 부산 재도약의 핵심 비전으로 제시할 여지가 크다.

3. 국민의힘 내부 위기
현직 시장인 박형준에 대한 직무평가에서 부정적 평가가 상당하며, 보수 쪽에서도 내부 경쟁이 완전히 잠복된 것은 아니다. 보수 내부의 분열이나 중도 유권자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박형준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도 충분히 배제할 수 없다. 그가 현직 시장으로서 이룬 공적, 네트워크, 행정 경험은 강점이다. 특히 중앙 정부와의 예산 협상 능력도 보여온 바 있다 — 예컨대 2025년 박 시장은 경제부총리를 만나 2026년도 부산 주요 현안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만약 보수층이 결집하고 중도층을 설득하는 전략을 잘 쓴다면, 박 시장도 반격 여력이 있다.

유력 제3세력의 등장은 다소 제한적인 시나리오로 보인다. 현재 여론 흐름은 전통 양당의 양강 구도가 주요 축이고, 제3 정당이나 독립 후보가 대규모 돌풍을 일으키기에는 조직력과 자원 면에서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전략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전재수 후보는 정책 비전 + 변화 메시지를 중심으로 중도·청년·중장년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 특히 해양, 물류, 도시 재생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리더"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박형준 시장은 성과와 경험 + 현실적 안정성을 강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재선 시 행정 연속성과 계획 실행력을 설득력 있게 내세우고, 보수층 결집과 중도 유권자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양당 모두 부동층과 참여 유도 전략이 핵심이다. 여론조사에서 부동층 비율이 크다는 분석이 반복되므로, 타운홀 미팅, 지역 밀착 캠페인, 디지털 소통 플랫폼 등을 통해 유권자를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2026년 부산시장 선거는 단순한 행정 권력 경쟁을 넘어 부산의 미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현재 여론 흐름, 정책 쟁점, 정당 지지도 등을 종합해 볼 때, 전재수 민주당 후보가 박형준 현직 시장을 제치고 당선될 가능성이 높게 보인다. 그가 제시하는 변화와 비전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던 부산에서도 정권 교체가 현실화될 수 있다.

물론 정치에는 변수가 많고 선거는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 박형준 시장이 반격할 기회도 충분하며, 중도층·무당층의 흐름, 부동층의 선택, 선거 캠페인의 전략적 실행 여부 등이 승부를 가를 변수가 될 것이다.

따라서 부산의 유권자들은 단순히 정당이나 인물만 보고 결정하기보다는, 각 후보가 제시하는 정책 비전, 도시 재생 전략, 실천 가능성, 행정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26년 부산시장 선거 결과는 부산의 재도약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며, 후보만이 아니라 시민의 선택이 그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박철 목사

◇ 박철 : 감리교 은퇴목사,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시인. 생명과 영성, 사회적 실천을 주제로 글을 써왔다. 매일 자작시 한편을 지인들과 나누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어느 자유인의 고백』, 『시골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 『목사는 꽃이 아니어도 좋다』, 『낙제 목사의 느릿느릿 세상 보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