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글로벌 AI산업 리더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날 자리는 엔비디아가 삼성, SK, 현대차그룹, LG전자, 네이버 등과 AI 산업 혁신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은 것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과의 만남을 위해 마련됐다. [사진 = 대통령실]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2025년 11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단순한 예산 설명이 아니라, 한 시대의 방향을 제시하는 ‘선언문’이었다.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 안에는 산업혁명과 디지털혁명을 넘어 인공지능 혁명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시대 감각이 응축되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AI 고속도로’는 단지 기술 인프라의 구축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운영 방식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국가적 결단이었다.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산업화의 상징은 ‘경부고속도로’였다. 그 길을 따라 물류가 오가고, 공장이 세워지고, 도시가 성장했다. 그 도로 위를 달리며 한국은 가난에서 벗어나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21세기 초, 또 하나의 고속도로가 놓였다. 그것은 ‘인터넷 고속도로’였다. 디지털 시대의 DNA는 그 광케이블을 따라 흘렀고,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를 자랑했다.

그리고 이제 이재명 정부는 세 번째 길을 놓으려 한다. 그 이름이 바로 AI 고속도로다. 이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연산 능력, 인재 네트워크를 하나로 엮는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의 인프라다. 이재명 대통령은 “AI 고속도로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위한 인공지능의 길”이라고 말했다. 즉, 경제 성장의 수단을 넘어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혜택을 누리는 공공적 AI 인프라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AI는 사람을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철학은 명확하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여야 한다는 것. 그는 연설에서 “AI가 만드는 부가가치는 모든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AI 복지국가’ 비전의 핵심이다.

AI 시대가 열리면 효율성과 속도는 급격히 향상되지만, 동시에 일자리의 불안과 격차의 심화가 찾아온다. 이재명 정부는 그 위험을 외면하지 않는다. AI 교육을 공교육 체계에 접목하고, ‘AI 평생학습 시스템’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누구나 AI를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고,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직업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는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지만, 그 기술을 사회적 가치로 전환시키는 힘은 결국 인간에게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인문학 선언이기도 하다.

AI 고속도로는 단순히 민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 행정 전반의 디지털 혁신, 즉 ‘AI 정부’로의 전환이 병행된다. 행정 효율을 높이고, 국민 개개인의 삶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AI 기반 행정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지방정부 시절부터 AI 행정 실험을 시작했다. 성남시장 시절, 복지 사각지대를 AI가 탐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경기도지사로서는 데이터 기반 행정의 토대를 닦았다. 그 경험이 이제는 ‘국가 규모의 AI 행정’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이며, 국민의 삶을 바꾸는 공공재”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국가가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공공성을 보장해야 하며, AI 기술이 사유화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의 AI 정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복지와 기술의 결합’이다. 그는 기술 발전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AI 의료 진단, 맞춤형 교육, 농업 자동화, 돌봄 서비스 지원 등은 이미 구체적 실행 단계에 들어가 있다.

특히 ‘AI 돌봄 플랫폼’은 고령화 사회에 맞춘 대표적 정책이다. 노인들의 생활 패턴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여,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 자동으로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기술이 인간의 손이 되는 복지”라고 표현했다. 그의 복지 철학은 기계의 효율성과 인간의 따뜻함을 동시에 포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AI 고속도로는 차가운 기계의 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더 깊이 연결하는 길로 설계되어야 한다.

AI 기술은 막대한 부를 창출하지만, 그 부가 소수의 기업과 국가에 집중될 위험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경계한다. 그는 “AI가 만드는 부가가치는 모두의 것이어야 하며, 국민 전체가 그 혜택을 공유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기술문명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론이다. AI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 각국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선택한 방향은 ‘공정한 기술국가’다. 기술의 독점이 아닌 공유, 인간의 배제 아닌 포용, 이윤의 집중 아닌 재분배가 그 핵심이다.

AI 고속도로는 물리적 네트워크만이 아니라, 정신적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미래의 평등을 위한 인프라”라고 정의했다. 길 위에서는 기술을 누가 더 잘 다루느냐보다, 누가 더 잘 이해하고, 더 인간답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AI가 인간을 닮아갈수록, 인간은 더욱 ‘인간다움’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AI 고속도로는 기술의 길이자 동시에 윤리의 길이다. 이재명 정부가 AI 윤리기준과 공공데이터 보호 원칙을 국가 비전의 중심에 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나라”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2026년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여는 첫 해가 될 것이다. 그는 연설에서 “AI 시대는 단순한 산업혁신이 아니라 문명 전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경험한 드문 나라다.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민주주의를 실험할 차례다. AI 고속도로의 비전은 경제적 번영과 기술의 선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기술 속의 인간성’이라는, 인류 문명의 가장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단순한 진리를 국정의 중심에 세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AI 시대의 문을 여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민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 말은 마치 산업화의 함성, 민주화의 외침에 이어 이제는 ‘사람 중심의 기술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새로운 선언처럼 들린다. AI 고속도로는 이제 막 첫 삽을 떴다. 그 위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길 위에 놓일 수많은 가능성은 이미 국민의 상상 속에서 피어나고 있다. AI 고속도로는 기술의 길이자, 사람의 길이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으로 이어지는 미래의 길이다.

박철 목사

◇ 박철 : 감리교 은퇴목사,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 시인. 생명과 영성, 사회적 실천을 주제로 글을 써왔다. 매일 자작시 한편을 지인들과 나누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어느 자유인의 고백』, 『시골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 『목사는 꽃이 아니어도 좋다』, 『낙제 목사의 느릿느릿 세상 보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