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뭉툭한 손가락 – 박홍재
박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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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07:31 | 최종 수정 2023.10.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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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툭한 손가락
박홍재
추어탕 두 그릇에
곁들인 막걸릿값
카드 결제 신호음이 휴대폰을 흔들었다
이상해
확인해 보니
0 하나가 더 붙었다
고함을 치려는데
죄송하다 고개 숙여
오늘이 개업인데 이런 실수 공부라며
다음에
다시 오시면
덤을 얹어 주신단다
늘그막에 벌인 가게
덤벙대고 어설프다
실수 연발 취소 버튼 땀 뻘뻘 흘리면서
뭉툭한 손가락 끝에
매달린 삶 팍팍하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동네에 개업한 집에 추어탕 먹으러 갔다.
주인장은 처음 하는 장사라 허둥거렸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가는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계산하고 보니 0 하나가 더 붙었다.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러 갔다가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이다.
숫자를 누르는 손가락이 뭉툭하여 잘못 누르기 십상이다.
예의 친밀감은 있어 웃는 모습에 그냥 웃어넘긴다.
늘그막에 가게를 하는 힘겨운 삶이 애처롭다.
아니 팍팍한 삶이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뭉툭한 손가락을 통해서 어렵게 살아온 지난날을 생각해 봅니다.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의 마음이 읽힙니다.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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