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찻잔을 앞에 놓고 – 박홍재

박홍재 기자 승인 2023.10.29 09:57 | 최종 수정 2023.11.01 13:59 의견 0

찻잔을 앞에 놓고

                                   박홍재

 

 

헝클어진 속내 달래 간추린 앉음새로

센 바람 붙박이듯 묶어둔 끄트머리

한 올씩 두 사람 사이 한 땀 한 땀 깁는다


창문 너머 초록 잎새 마을 더욱 가라앉혀

눈 맞춤 고개 끄덕 나누는 이심전심

네 마음 찻잔에 담아 한 모금씩 마신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가을이다.
햇살이 따스한 창가에 앉아 찻잔을 앞에 놓는다.
이야기 나누는 두 사람 사이에 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을 본다.
가을빛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무료할 뿐이다.
저 가을을 바라보면 이심전심으로 다 통하게 된다.
그윽이 상대를 바라보면서
그냥 한 모금 차를 마신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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