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땅거미 질 때 - 박홍재
박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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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7 09:53 | 최종 수정 2023.12.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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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박홍재
저녁밥 지어놓고 어머니가 부르시는
가마솥 밥 냄새가 목소리에 들려오면
땅거미 등에 떠밀려 달려가는 종종걸음
흙 묻은 가랑이를 툭툭 털어 매만지며
때 되면 집에 오지 부르게 하느냐며
두리반 한쪽 모서리 앉아 먹는 저녁밥
동생 셋 먹는 소리 방 안에 감돌아도
아버지 큰기침에 가라앉는 밥상머리
하루를 마감한 시간 둘러앉은 가족들
- 2022년 세종도서 선정 시조집 《바람의 여백》에서
<시작 노트>
어릴 때 나의 일상이었을 것이다.
동네 골목에서 놀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러면 어머니는 저녁밥을 지어놓고 나를 부른다.
우리 집은 높은 곳에 있어 동네가 다 내려다 보인다.
저녁밥을 먹으면서 어머니의 다정함이 있다.
아버지의 위엄도 함께 느낀다.
네 형제는 그러면서 우리 가족의 따뜻함을 느꼈다.
땅거미 지는 그 때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더욱 그리울 뿐이다.
◇박홍재 시인
▷2008년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2022년 세종도서 선정)
▷여행 에세이 『길과 풍경』
▷웹진 인저리타임에 시조 연재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인저리타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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