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지구의 절반

인저리타임 승인 2018.06.19 23:03 | 최종 수정 2018.06.22 20:51 의견 0

지구의 절반/ 저자 에드워드 윌슨(생물학자,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

서평자_ 박종석 (충북대학교 생명과학부 조교수, 이학 박사) [jpark16@cbnu.ac.kr]

좋든 싫든, 준비가 되었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생명 세계의 마음이자 청지기이다. 우리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그 점을 이해하는 데 달려 있다.(299p.)

인류의 찬란한 미래를 위하여

화석 자료와 지질학적 증거를 통해 과학자들은 지구의 46억 년의 지질 역사 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음을 알아냈다. 고생대의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중생대의 삼첩기와 백악기 말에 지구 생명 중 많은 구성원이 사라졌다. 이러한 대멸종으로 인해 많은 생명들이 사라졌지만 사라진 생명들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새로운 생명들이 메꾸어 나갔다. 백악기 말 육상을 지배하던 공룡들이 사라지고 신생대를 통해 포유류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으며, 이것이 인류가 이렇게 큰 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던 중요한 사건 중 하나임에는 아무도 의심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인류에 의한 지구 생명 다양성의 파괴는 인류가 찬란한 미래로 향하기 위한 약간의 부작용 정도로 합리화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지구의 다섯 번의 대멸종 중, 존재하던 96%의 종들이 사라진 것으로 예측되는 페름기 말 대멸종과 날지 못하는 공룡, 수많은 해양 파충류와 무척추 동물이 멸종된 백악기 말의 대멸종 모두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지구의 다양성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불리는 인류에 의한 대멸종의 속도는 앞선 대멸종들보다 1,000배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개미라는 분류군을 통해 지구의 생명 다양성을 평생 연구해 온 과학자이며, 경험을 통해 현재 지구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지 목격하고 이를 막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해 온 자연주의자이다. 그는 앞선 두 저서 『지구의 정복자』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통해 인류의 출현부터 지구의 정복자가 되기까지의 사건에 대해 논하였으며 이 책인 『지구의 절반』으로 긴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책의 머리말에서는 지표면의 절반을 자연에 위임함으로써 지구 생명 다양성을 구할 수 있다고 이 책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빠르게 사라져 가는 지구 생명 다양성과 이것이 결국 인류의 멸종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경고하는 많은 서적들이 존재한다. 『지구의 절반』 또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많은 예시로 사용되는 코뿔소의 멸종 위기를 들어, 코뿔소 뿔에 대한 근거 없는 미신으로 인해 그 큰 생명이 얼마나 어이없이 죽임을 당하는지 이야기하고 있으며, 남은 개체들을 보존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개선 없는 복원이 어떠한 한계에 직면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작은 곤충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로, 상대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덜 갖는 작은 생물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잘 다루고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종보다 알려지지 않은 종이 최소 3배 이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직 그 존재와 가치를 모르는 생명들 또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 생태계들이 사라질 때마다 어떠한 생명들이 같이 사라지는지 우리는 잘 모르며 이것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지 우리는 너무 무지하다.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 사이에 유기적인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작은 생태계 안에도 무·유기물부터, 미생물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 식물, 균류와 크기가 작은 곤충부터 큰 척추동물까지 수많은 구성원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저자는 책의 제목에 표현한 것처럼 지구의 절반을 지구에 위임하면 현생 종의 85%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어떠한 지역들을 지구에 위임해야 할까? 저자는 생물다양성과 생태학 분야의 저명한 대가들에게 의견을 물어 위임의 우선권을 부여해야 할 지역들의 특징과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구 생태계의 보존에 있어서 시간과 물질적 노력과 더불어 다양성과 생태계를 이해하려는 학문적인 노력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지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순수생명과학 분야인 분류학·생태학에 대한 관심이 서로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만이 우리에게 지구의 위기를 경고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보존 구역을 설정하고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구체적인 성공사례들도 예시하고 있다. 암울한 인류의 악영향에도 저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들이 노력을 멈추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인류 본성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류는 보편적인 이익을 위해 큰 목표를 선택할 본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만큼 배웠으며 준비가 되어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시작은 현재 15% 정도로 설정되어 있는 지구를 위한 위임 공간을 50%로 올리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의 마음이 널리 전해지길 희망한다.

#금주의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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