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보다 뜨거운 태양 대기 속으로…태양탐사선 내달 초 발사
태양 대탐사 착수, 내년 유럽 '태양궤도선' 합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계의 중심에서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향한 인류의 대탐사가 내달 초 시작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내달 6일께 발사할 '파커 태양탐사선'(PSP)의 카운트다운을 위한 최종 점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일에는 발사 전 언론브리핑도 마쳤다.
소형 승용차 크기로 제작된 무인 태양탐사선 파커는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델타4호 대형 로켓에 실려 발사되며, 인류가 만든 우주선으로는 처음으로 수백만 도에 달하는 태양의 대기층인 코로나에 직접 들어가 태양풍을 연구하게 된다.
파커는 태양 표면에서 약 610만㎞까지 접근한다. 지금까지는 1976년 헬리오스 2호가 4천300만㎞까지 접근해 비행한 것이 태양에 가장 근접한 기록으로 돼 있다.
파커 프로젝트에는 총 15억 달러가 투입됐다. 파커라는 명칭은 미국의 태양 천체물리학자 유진 뉴먼 파커(91) 박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파커가 7년여에 걸쳐 초점을 맞추게 될 태양풍은 코로나에서 형성돼 전파와 방사선, 코로나 물질 등을 태양계로 지속해서 흘려보낸다. 이 물질은 멀리는 해왕성까지 간다. 지구에서는 이로 인해 통신시스템 장애나 정전 등 실질적인 피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태양 과학자 알렉스 영은 이와 관련, "우주의 기상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지구의 날씨를 예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기본"이라며 "우주 기상 상황에 따른 극단적인 예로 지구의 전력 시스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커 탐사선의 핵심 기술은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태양의 열기와 온도를 견디는 데 있다.
파커가 비행하게 될 코로나는 온도가 수백만 도에 달하지만 선체에 가해지는 열은 화씨 2천500도(섭씨 1천400도) 정도라고 한다.
온도는 입자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나타내고 열은 이 입자들이 전달하는 에너지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것인데, 우주에서는 입자가 많지 않아 온도만큼 선체에 강한 에너지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화산에서 분출되는 용암이 화씨 1천300~2천200도(섭씨 700~1천200도)인 점과 비교할 때 파커에 가해지는 열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NASA 연구팀은 11.5㎝ 두께로 선체를 보호하는 지름 2.4m의 열보호시스템(TPS)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탄소 강판 사이에 탄소복합재를 넣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절연체를 만들고 바깥 부분에는 흰색 세라믹 페인트를 칠해 열을 최대한 반사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최대 화씨 3천도(섭씨 1천650도)를 견디며 탐사선의 실내온도를 30도 안팎으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TPS에 이상이 생기는 순간 선체에 치명적 손상이 가해지기 때문에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 뒀다. 지구와 교신하는 데만 약 8분이 걸려 손을 쓰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다.
파커 탐사선은 또 태양 주변을 초속 200㎞로 비행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이 만든 물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기록될 예정이다.
파커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지 않다. 비행 궤도의 주변의 입자와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만 실려있다. 이 때문에 파커처럼 태양에 근접하지는 않지만, 망원경을 갖추고 태양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태양풍에 미치는 영향을 관측할 유럽우주국(ESA)의 '태양 궤도선(Solar Orbiter)'과는 짝을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양 궤도선이 큰 그림을 보고, 파커는 세부적으로 들어가는 역할 분담을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태양 궤도선은 현재 에어버스사가 제작 중이며 내년 중에 발사될 예정이다.
두 탐사선은 2020년대 중반까지 활동하며 우주 기상의 실시간 예보 시스템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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