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대 좌담회서 소회 밝혀 "나는 그저 가설 세워 논문을 썼을 뿐"
파커박사 이름 딴 인류 첫 태양 대기권 탐사선, 11일 발사 예정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인류 최초로 시도하는 태양 대기권 대탐사를 앞두고, 이번 탐사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유진 파커(91) 시카고대학 명예교수가 소회를 밝혔다.
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파커 박사는 전날 시카고대학 글리처 센터서 열린 좌담회에서 "나는 그저 방정식을 풀고 가설을 세워 논문을 썼을 뿐, 실제 태양까지 닿을 탐사선을 만든 것은 '이름없는 영웅들'(unsung heros)"이라며 탐사선 제작 임무를 수행한 엔지니어들에게 공을 돌렸다.
파커 박사는 1958년 논문을 통해 "태양계 행성들 사이 공간에 태양이 방출하는 전기를 띤 플라즈마 상태의 입자 즉 태양풍이 차 있다"는 가설을 처음 소개했다가 당시 과학계로부터 "어불성설"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좌담회에서 "논문 심사관 중 한 명은 '도서관에 가서 논문 주제에 관한 기초 자료들부터 찾아 읽을 것'을 제안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NASA는 오는 11일 새벽,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파커 박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태양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r Probe)를 발사할 예정이다.
태양 대기권 상층부 코로나까지 진입, 태양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할 이 탐사선은 태양 연구에 평생을 바친 천체물리학자 파커 박사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NASA가 우주 탐사선에 현존 인물의 이름을 붙인 것은 처음 있는 일로, NASA측은 "현재 진행 중인 태양 관련 미션 107개 가운데 37개가 파커 박사의 연구와 직결돼있다. 그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파커 박사는 미시간주립대와 캘리포니아공대를 졸업하고 1955년부터 40년간 시카고대 천체물리학과 교수 및 학장으로 재직했다.
60년 전 학계로부터 외면 받았던 그의 태양풍 이론은 인공위성의 개발로 입증됐고, 시속 160만km 속도로 방출돼 태양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풍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됐다. 파커 박사는 1980년대 중반, 코로나가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무수히 작은 섬광에 의해 가열돼 태양 표면보다 더 뜨겁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NASA 프로젝트 부책임자 니콜라 폭스는 "이번 탐사는 파커 박사의 논문, 그의 과학, 그의 발견을 토대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가로 1m·세로 3m·높이 2.3m, 건조중량 555kg인 파커 호는 태양 표면에서 약 616만4천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다. 0부터 100까지의 눈금으로 이루어진 선상에서 태양을 0, 지구를 100에 놓을 경우 4 지점까지 접근하는 것이다.
NASA 연구팀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열보호시스템(TPS)과 흰색 세라믹 페인트 등으로 파커 호가 태양의 열기를 견딜 수 있도록 했다.
NASA는 파커 호가 11월 초 1차 목적지에 도달해 12월 중 첫 데이터를 전송하고 내년부터 주요 데이터를 보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커 호의 미션 수행 기간은 7년이다.
파커 박사는 "태양의 신비가 마침내 베일을 벗게 된다는 생각에 무척 설레지만, 동시에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에 놀랄 준비도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왜 그토록 뜨거운 곳까지 가야 하는가 의문을 던진다"며 "그 곳에서 무척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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