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약속이행 의미로 교착국면 돌파구…해체완료시 비핵화 협상 본궤도
해체땐 공 다시 美 넘어올 듯…종전선언·평화협정 등 '화답조치'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4일(현지시간)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에 착수했다는 보도를 사실상 확인하면서 북미 간 비핵화 후속협상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는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약속했다고 공언한 사안이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이후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을 가늠해보는 '첫 조치'라는 점에서 실제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비핵화 후속협상의 동력을 살리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정상이 합의했던 한국전 참전 유해송환이 예상대로 정전협정 65주년인 오는 27일을 기해 이뤄진다면 이는 북미가 서로를 향한 불신을 걷어내고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쌍끌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핵심시설 해체를 시작했다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전날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환영했다. 24일(현지시간) 미주리주(州)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해외참전용사회(VFW) 전국대회 연설에서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시험장 해체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진들이 나왔다.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대학에서 미-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두로 한 약속에 완전하게 부합한다. 약속을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김 위원장이 미국에 한 약속에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는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로드맵의 의미 있는 출발점으로 주목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7일 3차 방북 직후인 8일 일본 도쿄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며 "그것(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데 희망적이다. 이는 비핵화를 향한 움직임에서 중요한 사건이자 그들의 목표를 이행하는 데 있어 좋은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북한 측은 미국과의 대화 과정에서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와 관련해 "미국 측이 위성사진으로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실행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북한 측의 이번 조치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이후 비핵화 후속협상이 교착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북한이 판을 깨지 않고 협상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제스처로 평가된다. 더 이상의 대화단절 상태가 이어질 경우 협상의 동력이 소진되고 북한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폼페이오 장관의 '빈손 방북' 논란과 맞물려 워싱턴 조야에서는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크게 확산해있는 상태다. 특히 미국은 23일 '대북제재 주의보' 발령 등을 통해 엄격한 제재 이행의 고삐를 거듭 쥐며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다.
다만 앞으로 후속협상에서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새판짜기'를 하기 위한 북미 간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미국 측은 현장 검증 문제를 꺼내 들었다. 사실상 감독관 파견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사안의 민감성상 예민한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김 위원장의 약속 이행이라고 호평하면서도 "김 위원장의 약속에 따라 엔진시험장을 해체할 때, 그 현장에 감독관(inspectors)을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검증 문제를 보다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브리핑에서 "분명히 검증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something paramount)"이라면서 "적법한 그룹들이 참여하는, 그리고 적법한 국가들에 의해 이뤄지는 검증이 미국 정부가 추구하는바"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전문가 그룹의 참관 없이 외신 기자들만 참석시킨 가운데 이뤄져 일각에서 '쇼'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 만큼은 외부 전문가 그룹의 '현장 감독'을 통해 논란의 재연을 불식시키면서 제대로 검증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감독관 현장 파견 문제는 단순히 양측간 불신 해소의 시험대를 넘어 앞으로의 비핵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인 사찰·검증과 연계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약속을 이행할 경우 '공'이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는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체제보장과 관련한 '상응 조치'를 내놓으라고 압박할 공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미국 측과의 협상과정에서 요구해온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연내 종전선언 실현과 남북미 정상회담, 대북제재 예외적용 등의 중재안을 놓고 북미 간 이견 좁히기에 나선 우리 정부의 '거중조정' 노력이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작업이 완료되면서 비핵화 논의에 숨통이 트일 경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놓고 남북미 차원의 조율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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