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아랍과 이슬람 : 그 문명의 역사와 사상
저자 : 이병필(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외 5인
서평자 : 유달승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교수, 정치학 박사)
우리가 알고 있는 아랍과 이슬람은 정말 맞을까
아랍, 아랍인, 중동, 이슬람 등의 개념과 정의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이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랍인은 아랍어를 말하는 사람이고, 우리는 한국어를 말하는 사람이다. (16p.)
2018년 여름 한국 사회는 제주도를 찾아온 5백여 명의 예멘 난민 문제로 들썩이고 있다. 예멘 난민들을 둘러싸고 근거 없는 소문이나 확인되지 않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예멘 난민 수용 문제를 둘러싼 찬반양론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심지어는 국론 분열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논쟁은 결코 단순한 난민 문제만이 아니다. 난민 문제의 이면에는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a)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멘 난민은 ‘아랍에서 온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잠재적 우범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까지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아랍과 이슬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아랍과 이슬람은 정말 맞을까? 아랍 하면 분쟁, 갈등, 불안정 등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리며 아랍인들은 호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극단적인 이미지를 연상한다. 또한, 최근 이슬람만큼 자주 언급되면서도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종교도 드물다. IS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공포와 위협이 전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이슬람을 폭력적인 종교로 해석하고 다른 종교와 문화를 무조건 배척하는 비관용의 종교로 규정하기도 한다.
현재 무슬림 인구는 18억 명으로 세계 전체 인구 76억 명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지만, 2050년이 되면 무슬림인구는 약 28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미래에는 세계 인구 3명가운데 1명이 무슬림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슬람에 대해 냉철하고 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 책은 “아랍은 무엇이며 이슬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6명의 중동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빚어낸 산물이다. 아랍과 이슬람 문명을 이해하기 위해 정치, 경제, 역사, 종교뿐만 아니라 언어, 문학, 기층문화, 유산, 음식, 음악, 속담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기술했다.
아랍은 무엇이며 아랍인은 누구인가? 사우디아라비아인도 아랍인이고 이집트인도 아랍인일까? 그들은 외모도 다르고 피부 색깔도 다르며 심지어 거주 지역도 중동, 북아프리카로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아랍인이다. 오늘날 아랍인들은 아랍연맹에 가입된 나라에 거주하고,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슬람은 믿음(六信: 알라, 천사, 성서, 예언자, 부활과 심판, 신의 명령)과 실천(五行: 신앙고백, 예배, 자선, 단식, 순례)을 강조하는 종교이다. 6신을 믿지 않거나 5행을 실천하지 않으면 무슬림이라 할 수 없다. 이슬람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지하드(Jihad)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지하드를 “성전, 이슬람교의 신앙을 전파하거나 방어하기 위하여 벌이는 이교도와의 투쟁을 이르는 말”로 정의하며, “성년 남자의 이슬람교도는 이슬람법이 정하여진 바에 따라 의무적으로 참가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의 성전으로 알려진 지하드는 무슬림의 실천 의무인 5행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그 의미는 아랍어로 ‘노력’이란 뜻이다.
흔히 아랍 세계를 이슬람 문명으로 단순화시키고 있지만, 이곳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유적, 고대 이집트 유적, 나바뜨 유적, 로마 유적, 기독교 유적 등이 존재하고 있다. 아랍은 동양과 서양의 교차로이자 고대 문명의 발생지로 다양한 문화가 결합되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아랍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과 그들의 삶을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아랍의 음식, 음악, 문학, 속담 등을 통해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아랍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랍과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와 종교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우리는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하고 경계하지만, 우리가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지구촌에는 다양한사람과 문화가 서로 소통하며 공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차이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름’은 ‘차이’이지 ‘틀림’이 아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틀리다고 생각하면 지구촌의 다양성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다른 문명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2 1세기에 필요한 삶의 지혜일 것이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듣고 생각하며 느끼고 있다. 그럼 이제부터 그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보자.
#금주의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