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 노력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정영애 승인 2018.09.13 08:37 | 최종 수정 2018.10.16 07:18 의견 0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 노력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 : 우에노 지즈코(도쿄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계 연구과 명예교수)
서평자 : 정영애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부총장, 여성학 박사)

 

‘열성 커리어’와 ‘해피 커리어’ 사이의 선택은 이제 그만

차별형 기업은 평등형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한다. 내부 개혁을 거부해 온 일본의 대기업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거대한 침몰’이다. (중략) 가라앉는 배에서 가장 먼저 도망치는 것은 작은 동물들이라고 한다. 이 사회에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것은 태어나기도 전의 작은 생명이 침몰하는 배에서 도망치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294p.)

우리 사회는 작년 강남역 살해사건에 이어서 올해 들어서도 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친 미투 운동, 인터넷 성폭력의 확산, 낙태허용 논란, 미러링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으며, 대응과정에서도 많은 차이와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페미니즘이나 성 평등, 섹슈얼리티 등에 대한 많은 책도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책 중 상당 부분은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성폭력 이슈나 젠더 정체성, 여성 혐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왜 구조적으로 여성들이 취약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는지, 사회 전반의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급속한 고령화와 극단적 저출생, 국제적으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각종 남녀평등 순위 등 우리와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여성들이 처한 사회 구조적 상황과 문제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지난 40년간 신자유주의적 사회변화 과정에서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고, 변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저자는 노동시장 내 성 평등을 위한 대표적 법률인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은 ‘남성맞춤형 룰로 짜여진 경쟁에 여성이 뛰어들어도 된다’는 기회균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쟁을 통과한 소수의 성에게만 해당되는 법률이라고 하였다.대신, 대부분의 여성은 마미트랙, 일반직, 임시직 등 다양한 명칭의 2차 노동자로노동시장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이들이 비정규직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여 결과적으로 여성 간의 차이도 점차 확대되었다. 아울러 ‘열성 커리어’와 ‘해피 커리어’라는 두 가지 여성 노동전망 역시 여성의 일·가족 양립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보다 평등한 노동시장으로의 변화를 위해 저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배우자공제 폐지·제3호 피보험자제도의 재검토’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변화는 남성외벌이형 가구를 표준으로 하는 세제나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의미이며, 여성을 불리한 비정규직 노동자나 남편의 사회보장에 의존하는 존재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게 한다.

다른 한편, 저자는 저출산 현상과 관련하여 결혼과 출산의 관계가 매우 밀접한 일본 사회에서 남성의 경우 연 수입과 결혼율이 정비례하고 있으며, 여성도 정규직 여성들이 무직이나 비정규직 여성들에 비해 결혼율과 출산율이 더 높다고 하였다. 따라서 “만일 일본 사회가 제대로 된 저출산 대책을 세우고자 한다면 출산기의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정규직을 마련해 주는 것이 최고의 처방전이며, 노동형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현재의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서나, 어떤 속성의 사람이든 모두가 노동하기 편한‘유니버설 노동시장’으로의 변화, 가족의 수입원을 다양화하여 위험률을 분산시키는 것, 탈 전문화와 각자의 능력과 조건에 어울리는 ‘멀티형 삶의 방식’ 등으로의 변화를 제안한다.

구체적 근거와 포괄적이고 역사적인 검토를 통해, ‘성 평등한 노동과 주체적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좀 더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우선, 저자는 서유럽 국가들은 ‘좋은 유연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해서 여성의 노동력화와 출생률 유지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성차별적 노동 상황에서는 유연화의 확대보다는 전체 노동시간의 단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여성의 취업률 상승과 함께 출생률 증가추세가 나타나지만,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양립지원정책을 추진하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셋째로, ‘내셔널리즘은 페미니즘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저자의 입장은 이미 다른 책에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 책에서도 독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을 내셔널리즘의 표출로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젠더문제와 민족 문제가 완전히 분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매우 불편한 논의가 될 수 있다.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노력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이 책의 제목은 노력만으로는 결코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다시 정영ㅇ말하면 사회의 룰을 바꾸거나 사회에 대응하는 방식이나 목표를 변화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후배들이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동시에, 여성 간의 연대를 바탕으로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다음 세대들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는 일이 없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희망은 우리사회의 여성들에게도 동일하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금주의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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