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줄고 더치페이 편해져…규정 복잡하고 청탁 음성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28일로 2주년이 됐다.
2016년 9월 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되자 "학생이 스승의 날에 캔커피·카네이션도 못 준다", "고급 식당·꽃집·골프장이 다 문을 닫게 생겼다"라는 등속의 냉소가 나오는 등 혼란과 우려도 뒤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2년이 지난 현재 청탁금지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권익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10일까지 시행한 '청탁금지법 인식도 조사'에서 공무원 응답자 503명 중 92.6%(466명)와, 일반 국민 응답자 1천명 중 75.3%(753명)이 '청탁금지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답했다.
공무원 가운데 64.4%가 '인맥을 통한 부탁요청이 감소했다'고, 75.3%는 '직무 관련자의 접대선물이 감소했다'고 각각 대답했다.
청탁금지법은 실제로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과거에는 겸연쩍어하던 더치페이(각자내기)가 자연스러워졌고, 학교에서는 학부모 면담 시 촌지·케이크 등 선물이 사라졌으며, 병원에선 진료·수술 날짜를 앞당겨 달라는 민원, 항공사에는 맨 앞열·비상구 좌석을 배정해 달라는 등의 민원이 급감했다.
공직사회의 접대문화가 확연히 줄었고,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과자·음료 등 소액금품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금품 등을 받았을 때 공직자가 자진신고 하는 비율 역시 높아졌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시행 2년' 브리핑에서 "금품 등 수수에 대한 청탁금지법 신고 중 (공직자 등이) 자진신고 하는 경우가 70%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 후 소소한 금품 등 수수는 줄었지만, 접대와 선물제공이 더 '음성화·고급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자 등이 소액금품은 자진신고를 하지만, 몰래 고가의 금품 등을 주고받는 등 행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청탁금지법 규정이 일반인이 알기에 복잡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청탁금지법은 금품 등을 받는 사람이 공직자(교원·언론인 포함)일 때만 적용되지, 받는 사람이 공직자가 아니면 상관이 없다.
받는 사람이 공직자라도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1회 100만원까지는 가능하고,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으로는 음식물 3만원·경조사비 5만원·선물 5만원(농축수산물 선물 10만원)까지 가능하다.
또, 공직자에게 주는 선물이라도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주는 선물, 동창회·친목회 등에서 주는 선물 등은 '금액 제한 없이' 가능하고, 인허가 등 신청인이 담당 공직자에 주는 선물은 '금액에 상관없이' 아예 금지되기에 권익위에는 청탁금지법 해석요구가 끊이질 않는다.
권익위는 '스승의 날에 학생이 손으로 편지나 카드를 써서 선생님에게 전달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작년 5월과 올해 5월 문의 게시판에 수차례 올라왔지만, 올해 7월 말까지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청탁금지법 해석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권익위는 "국민·공직자들이 청탁금지법을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홍보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해 나갈 계획"이라며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해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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