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마젤란은하, 골리앗 vs. 다윗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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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00:15 | 최종 수정 2018.11.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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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상처 남기며 수십억년간 싸움…종국에는 우리은하에 흡수될 것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남반구에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마젤란은하로 통칭하는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가 수십억년에 걸쳐 서로 몸체를 찢어내며 싸움을 벌여온 흔적이 학계에 보고됐다.
호주국립대학(ANU) 천문·천체물리대학원의 두걸 맥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리은하와 이웃한 왜소(矮小) 위성 은하인 대·소마젤란은하 간에 되풀이돼온 상호작용을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칠레 북부 '세로 토롤로 미주 천문대(CTIO)'에 있는 직경 4m 블랑코망원경의 암흑에너지 카메라를 이용해 대·소마젤란은하 외곽의 극도로 희미한 별 지도를 작성해 동반 은하인 두 은하가 수십억년에 걸쳐 '폭력적' 상호작용을 해온 점을 드러냈다.
맥키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싸움은 다윗이 새총과 행운 없이 골리앗에 맞설 때 벌어졌을 상황과 아주 비슷하다"면서 "대마젤란은하가 소마젤란은하를 흠씬 두들겨 패 소마젤란은하 외곽 부분이 대마젤란은하 쪽과 그 반대 방향으로 길쭉해진 상태"라고 했다.
그렇다고 대마젤란은하가 이 싸움에서 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소마젤란은하와 가장 인접한 곳이 "크게 뒤틀리고 잘려나갔으며, 외곽의 다른 부분들도 크게 일그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소마젤란은하 내 생성 시기가 다른 별의 분포는 소마젤란은하와 대마젤란은하의 유쾌하지 못한 만남이 수십억년 전부터 이어져 오는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키 박사는 또 대·소마젤란은하 사이에 긴 띠 모양으로 형성된 중성 수소가스 구름인 '마젤란 계류(溪流)'가 두 은하 간의 지속적인 싸움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추가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마젤란 계류 내 '마젤란 다리'로 알려진 곳에서 젊은 별들이 생성되는 것도 이번 연구를 통해 더 상세하게 밝혀냈다고 했다.
마젤란은하가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우리은하에 완전히 흡수될 것이라는 게 천문학계의 정설이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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