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부산 과학 인사이드]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 (9) 불확정성 원리

인저리타임 승인 2022.07.11 18:05 | 최종 수정 2022.07.11 18:23 의견 0
220705(화)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 (9) 불확정성 원리
220705(화)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디세이(9) 불확정성 원리
http://www.podbbang.com/ch/1781529?e=24396166

자.. 계속해서 
과학 인사이드 이어갑니다. 
과학스토리텔러, 
웹진 인저리타임의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합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Q1. 자.. 이 시간에는
현대과학의 정수 
양자론의 세계..
함께 돌아보고 있습니다. 
양자론 오디세이!

지난 시간에 
양자론의 마스코트, 
'슈뢰딩거 고양이'까지 왔구요. 

오늘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다룰 차롄데..
'슈뢰딩거 고양이'처럼
많이 들어보긴 했어요. 
하지만  
이게 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 않을까 싶은데..
자, 오늘 그 단계까지 
함께 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 먼저 
불확정성의 원리, 
윤곽부터 좀 잡아보죠. 
어디서 부터 시작을 해야할까요?


-> 네. 역시 어렵죠. 
일단 불확정성 원리는 
이 우주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우주가 아니며, 
고전역학으로는 더는 설명할 수 없다..
이걸 단적으로 표현한 물리학 이론입니다. 
리차드 파인만은 불확정성 원리를 들어 
“이론물리학의 새로운 발견은 불확정성 원리의 재해석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불확정성 원리를 
언론보도에 비유해 보면.. 
'신속 정확한 뉴스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신속하게 보도하려면 정확성이 떨어지고, 
완전무결한 정확성을 기하려면 
신속하게 보도할 수 없다'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는 신속 정확한 보도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데..

물리학에도 비슷한 딜레마, 
한계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Q2. '신속, 정확을 지향하지만
둘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금방 이해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불확정성 원리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가요?


-> 네. 뉴스가 추구하는 
신속과 정확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관측가능한 물리량, 위치와 운동량으로 바꾸면 됩니다. 
에너지와 시간, 
조금 더 어려운 말로 각운동량과 각도로 치환해도 되고요. 
이렇게 바꿔서 문장을 만들어보면,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혹은 
'에너지와 시간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양자세계, 미시세계에서 
두 개의 관측가능량을 동시에 측정할 때 
그 정확도에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게 불확정성 원리의 핵심입니다. 

Q3. 네. 
<신속과 정확.. 
위치와 운동량.. 
둘 다 취할 수는 없다. 
불확정성 원리!>
이 정도 기억해두면
어디가서 어렴풋하게나마 
아는 척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두 개의 물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이 명제가 
고전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고 하셨어요. 
이게 뭐길래 
그 정도로의 의미부여를 하는 건가요?
불확정성 원리의 가치, 의미.. 
함께 좀 짚어볼까요?

-> 좋은 질문입니다. 
일단은 고전물리학의 정수인 뉴턴의 운동방정식부터 
설명해야겠는데요. 
뉴턴의 운동방정식(F = ma)이 담고 있는 핵심적인 의미는
'현재 상태를 알면 미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상태에는 위치나 속도(운동량=속도×질량)가 포함되죠. 
다시 말하면 어떤 물체의 현재 위치와 속도를 알면 
미래의 위치와 속도도 알 수 있다는 거예요. 
예컨대 어떤 미사일이 직선 방향으로 
초속 10km 속도로 날아간다면 
10초 후에 그 미사일의 위치는 
현재 위치로부터 직선으로 100km 떨어진 곳에 있겠죠.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미사일뿐 아니라 인공위성, 
달과 화성 탐사선,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 2호의 운행도 
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에 근거한 것입니다. 
근데 미시세계에서는 이게 통하지 않아요. 
불확정성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죠. 
위치와 속도(운동량)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재 상태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미래 상태는 더욱더 알 수 없는 거죠. 
뉴턴물리학에 따라 
우주의 미래까지 알 수 있다고 자신해 온 
물리학자와 근대 철학자들에게
불확정성 원리는 엄청난 충격이었죠.

Q4. 뉴턴물리학이 
만능키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 거네요. 
물리학 뿐만 아니라 
인식론, 형이상학.. 
철학계에도 큰 충격을 던졌다고들 하는데,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한 하이젠베르크 역시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인물이었다구요?

> 예,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면, 
1901년 12월 생이고요, 
청소년 시절 플라톤의 우주론 저서인 
‘티마이오스’를 읽고 과학에 눈을 떴고요, 
대학 입학 전에는 
독일스카우트, 독일청년운동에도 열심이었고,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뛰어난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수학자 김용준(김용옥 교수의 형) 교수가 번역한 
'부분과 전체'라는 저서로 잘 알려졌고..
현대물리학의 철학적 윤리학적 의미를 짚은
<물리학과 철학>이라는 책도 유명하다. 
 
박사과정 때 양자론 연구의 리더인 닐스 보어를 만나 
양자론을 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고,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에 앞서 
1925년 양자역학의 공식인 행렬역학을 창안했는데, 
파동방정식의 인기에 밀려 요즘은 잊혀졌지만 
두 방정식은 등가로 확인됐죠. 
 
그리고 보어와 양자론 연구에 몰두하면서 
1927년, 그야말로 불멸의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했죠. 
193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전형적인 독일 물리학자로 나치를 피해 
다들 미국과 유럽으로 망명할 때도 그는 독일에 남았죠. 
독일 원폭개발에 리더로 참여했으나 
결국 실패했는데, 
그가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말도 있습니다.


Q5.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하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고? 


> 여러 번 목격했지만 
이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불확정성 원리를 정식화한 시기가 1927년 2월인데, 
그 전해 10월 절친이자 물리학의 동반자인 파울리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습니다. 
그 내용은 이랬습니다.

“자네는 p(운동량)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또 q(위치)의 눈으로도 세상을 볼 수 있네. 
그러나 만약 자네가 동시에 두 눈을 뜨고 
세상을 보려한다면 아마 미쳐버릴 것이네.”

불확정성 원리의 비유적인 표현 같지 않습니까?

또 그는 막스 보른이 자신의 행렬역학에서 유도한 방정식 
pq-qp = -iℏ을 보고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영감을 가졌다고도 합니다. 

불확정성 원리 수식 △p△q ≥ ℏ/2

이게  1925, 26년의 일이고, 
1927년 접어들어 불확정성 원리 구상에 본격 착수하는데..
그동안 하이젠베르크는 
윌슨의 ‘안개상자 속의 전자 궤적’에 관해 
보어와 함께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안개상자는 일종의 입자 검출기인데, 
안개가 담긴 상자에 전자 등 
입자가 통과하면 궤적이 생기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게 핵심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어요. 


Q6. 뭐가 문제였을까요? 


-> 이런 겁니다.

안개상자는 전자의 궤적을 보여줍니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전자를 파동으로 가정했으므로 
선으로 나타나는 전자의 궤적을 설명할 수 없었죠. 
보른의 확률파동 개념도 
시간에 따라 계속 퍼져나가야 하므로 
실험결과를 설명하기 어려웠고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은 
애초 전자의 궤도를 무시했으므로 
안개상자의 전자궤적을 설명할 수 없는 게 당연하고... 
결국 안개상자의 전자 궤적은 
두 이론이 직면한 모순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지요.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양자역학을 완성하는 데 핵심과제가 된 것처럼
여겨진 것도 무리가 아니었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이 문제에 장기간 매달리다 지쳤어요. 
결국 보어는 1927년 2월 휴가를 내고 
노르웨이로 스키를 타러 가버렸습니다.

혼자 남은 하이젠베르크는 
여전히 안개상자 문제에 골몰하던 중 
머리에 섬광이 스침을 경험합니다. 


Q7. 물리학사의 결정적 순간 가운데 
하나인데..
이때 실마리가 돼 준 게 
자신의 발자국이었다구요?


-> 네. 이 부분은
하이젠베르크의 저서 ‘부분과 전체’에 나오는 내용인데 
인용해보겠습니다.

하이젠베르크는 산책을 하다 
문득 돌아서서 서리 속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안개상자 속의 전자 궤적이 
다름 아닌 안개에 찍힌 전자의 발자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실험을 통해 안개상자 안에 있는 
전자의 궤적을 관찰할 수 있고, 
그래서 원자 안에 전자의 궤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개상자 안에서 
전자의 궤적을 보았다고 
너무 경솔하게 말해 온 것이 아닐까? 
아마도 사람들이 정작 관찰한 것은 
실제 전자의 궤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본 것은 안개상자 안의 물방울일 뿐이고, 
이 물방울은 실제 전자보다는 훨씬 확대된 것임에 틀림없다.’

하이젠베르크의 뇌리에는 
삽상한 바람처럼 한 줄기 
깨달음의 빛줄기가 스쳤습니다. 
'안개상자의 '전자 궤적'은 
실제 전자의 비행 궤적이 아니라 
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관찰되는 두꺼운 액체방울의 배열(전자 궤적)'이다. 
따라서 올바른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즉 양자역학은 한 전자가 '대략' 어떤 장소에 있고, 
그때 '대략' 얼마의 속도를 갖고 있는 상태를 
기술할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부정확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이 '대략'의 크기를 최소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는 곧바로 수식을 만들어내죠. 
 △p△q ≥ ℏ/2,   △x△p ≥ ℏ/2

이게 불확정성 원리가 
탄생한 과정입니다. 


Q8. 네. 그런데 
고전역학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앞서 예를 들어주신 것처럼
물체의 궤적을 예측하거나 
위치나 속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왜 미시세계에서는
이런 불확정성이 나타나는 걸까요?
불확정성의 원인도 
설명을 하고 있나요? 


-> 어려운 질문입니다. 
일단 창안자 하이젠베르크는 
처음에 용어를 부정확성이라고 붙였는데, 
그 원인이 측정 과정에 수반되는 
불연속성 및 불예측성에 있다고 봤습니다. 
그는 관측 행위를 광자와 전자라는 
두 입자의 충돌 문제라고 전제했거든요.

이에 비해 그의 스승이랄 수 있는 보어는 부정확성의 연원이 
‘파동-입자의 이중성’이라고 고집했어요. 
그는 관측자가 입자인 광자로써가 아니라 
작은 파동다발로써 파동인 전자를 관측한다고 해석했죠. 
부정확성의 비밀은 배타적인 두 개의 개념, 
입자와 파동, 양자 충돌과 광학적 분해능의 결합에 기인한다는 거죠. 
이는 다음에 다루겠지만 보어의 상보성 원리에 기반한 겁니다.

결론적으로 불확정성(부정확성)의 원인은 
△미시세계의 물체가 갖는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관측 행위가 관측 대상에 미치는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자세계에서는 측정하기 전에 
‘명확한 속성’을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불확정성 원리가 나타내듯이 
물질이 모호한 위치나 운동량을 가진다고 하면 
‘최초의 조건’이 역시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장래도 어느 것이 실현될지는 
확률적으로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양자론은 주장합니다.
물론 실제로 실현되는 미래에도 모호함은 남아 있습니다. 
양자론은 물질이나 자연이 
단순히 하나의 상태로 정해지지 않고 
굉장히 애매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모호함이야말로 
자연의 본질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Q9. 네. 어렵지만, 그래도 
앞서 배웠던 개념과 내용들이 
조금씩 연결이 되는 느낌입니다. 

계속 따라가다 보면
조금 더 선명해지겠죠. 

자.. 끝으로 정리해 볼까요?

'미시세계에서 
두 개의 관측가능량을 동시에 측정할 때 
그 정확도에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

상식과 직관을 뛰어넘는 양자론 오딧세이
오늘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아주 조금이지만 맛을 좀 봤습니다. 

자.. 다음 시간도 기대해보죠.

지금까지 과학스토리텔러 조송현 대표였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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