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계속해서
과학 인사이드 이어갑니다.
과학스토리텔러,
웹진 인저리타임의 조송현 대표와 함께 합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인사)
01. 지난주 이 시간에
양자역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의 생애와
그의 철학적 배경에 대해
얘기를 나눴어요.
바로 오늘의 주제,
상보성 원리로 들어가기 위한
기초를 쌓은 건데..
자..
닐스보어의 상보성원리,
기본적인 개념부터 짚어볼까요?
-> 상보성 원리(complementarity principle)는
‘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
(Opposites are complementary,
라틴어 Contraria Sunt Complementa)라는
의미를 가진 원리입니다.
02. 글쎄요. 시작부터 아리송합니다.
대립이라는 말은
뭔가 서로 맞서거나 반대될 때
쓰는 말 아닌가요?
'대립적인 것이
서로를 보완한다'니..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데요.
문학이나 철학이라면
모르겠지만..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표현인지
의아합니다.
-> 예, 양자역학이 상식적이지 않으니
그 원리들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게 당연합니다.
저번 불확정성 원리 설명 때 사용했던
언론보도의 ‘신속과 정확’의 비유를
한번 더 들어보겠습니다.
불확정성 원리가
“언론보도에 있어 ‘신속’과 ‘정확’을
동시에 100% 달성할 수 없다”라는 의미라면
상보성 원리는
“언론보도에 있어 ‘신속’과 ‘정확’이라는
대립적인 목표는 상호보완적이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신속을 추구한다고 해서 정확을 버려서도 안 되고,
정확을 달성하기 위해
신속을 버려서도 안 된다.
그러면 제대로 된 보도가 될 수 없겠죠.
언론보도에서 이 둘은 얼핏 배타적인,
대립적인 목표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느 하나가 없다면
다른 하나도 존재의미가 없는
상호보완관계에 있는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00. 뉴스보도라면..
충분히 동의를 할 수 있어요.
'신속', '정확' 서로 배타적이지만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목표..
명쾌하게 정리가 되는데..
하지만 물리학의 세계는
목표나 당위 같은 언어와는
거리가 먼 세계 아닌가요?
조금 더 들어가서
물리학에 기초한 설명을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 네. 먼저 상보성 원리는
불확정성 원리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불확정성 원리가
양자 세계에 대한 수학적 기술이라면
상보성 원리는 양자 세계를 이해하는
철학적 진술입니다.
상보성 원리는 불확정성 원리를 이해하는
인식론적 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용을 풀어보면,
상보성 원리는 대립적인 두 개의 물리량이 상호보완하여
하나의 사물이나 세계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이 우주는 서로 대립하면서 보완하는
불가분의 구성요소에 의해 성립되어 있다는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자세계를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상보성 원리를 말하자면,
‘고전물리학적으로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양자물리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00. 그러니까 양자물리학의 세계..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에서는
기존의 상식과 직관을 뒤집는
또다른 질서가
발견이 된다는 거네요.
자.. 여기까지 일단 짚고.
다시 닐스 보어 얘기로
돌아가볼게요.
보어가 상보성 원리를 발견하게 된 과정도
상보성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구요?
-> 네. 보어는 1927년 2월
노르웨이 스키 휴가 중에
상보성 원리를 착상했다고 합니다.
저번에 불확정성 원리 설명할 때,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전자 궤적이 나타나는 ‘안개상자’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
지친 보어가 노르웨이로 스키 휴가를 갔다는 얘기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이 하이젠베르크는
눈길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에 영감을 얻어
불확정성 원리를 착상하고 수식까지 유도했고요.
바로 비슷한 시간, 보어는 상보성 원리를 구상했고,
휴가에서 돌아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성정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상보성 원리를 정립합니다.
Q5. 불확정성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상보성 원리를 정립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두 원리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가요?
-> 네. 보어는 스키 휴가에서 돌아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보고
그게 바로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임을 금방 알아차렸어요.
문제는 불확정성의 물리적 연원을
다른 물리학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건데 (물론 논문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이젠베르크와 생각이 달랐어요.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인이
‘두 입자의 충돌’에 있다고 봤고,
보어는 ‘파동-입자의 이중성’에 기인한다고 판단했죠.
오늘날 양자역학의 표준해석인 코펜하겐 해석은
보어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불확정성의 원인은 ‘파동-입자의 이중성’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이용해 불확정성 원리를 해석하면,
한 양자의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입자성을 명확하게 하면 파동성은 그만큼 약해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립적인 두 성질 즉
입자성과 파동성은
양자를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상호보완적인 셈이죠.
00. 네. 매 시간
파동과 입자..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불확정성 원리와 상보성 원리에서도
이게 핵심이네요.
파동-입자 이중성..
-> 그렇습니다. 당시 개발된 양자역학의 수학공식이 두 개인데,
하나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이고
다른 하나는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입니다.
행렬역학은 양자를 입자로,
파동방정식은 양자를 파동으로 기술한 겁니다.
근데 이 두 수학공식은 물리적으로 등가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때 보어는 바로 이 두 개의 수학적 기술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양자의 ‘입자-파동 이중성’에 대한
이해와 탐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00. 네. 입자-파동 이중성..
결국 이게 양자역학의
알파와 오메가인 셈인데
보어는 '입자-파동 이중성'을 어떻게
이해한 겁니까?
보어의 관점을 정리해 볼까요?
-> 예, 보어는 동일한 실재에 존재하는
입자성과 파동성이라는
두 가지 배타적이면서도 상보적인 속성에 주목했습니다.
고전물리학의 관점에 따르면
한정된 영역에 존재하는 입자와
공간의 일정 범위에 퍼져서 존재하는 파동은
완전히 배타적이고 모순적인 개념입니다.
그러나 양자론에 의하면
이 두 가지 개념은 동일한 전자에서 발견됩니다.
단, 전자가 입자와 파동의 성격을 동시에 나타내는 일은 없습니다.
전자는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처럼 행동하고,
관측을 하면 입자로 발견됩니다.
우리가 보느냐, 보지 않느냐에 따라 전자의 속성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것은 두 물리량 모두에 대한 정확한 앎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보어는 파악했습니다.
이렇게 대립적인 두 개의 물리량이 상호보완하여
하나의 사물이나 세계를 형성한다는 것이 상보성 원리입니다.
이 우주는 서로 대립하면서
보완하는 불가분의 구성요소에 의해
성립되었다는 의미로 확장됩니다.
Q8. 상보성 원리가 발표된 뒤,
물리학계의 반응.. 그야말로 뜨거웠다구요?
-> 보어는 1927년 9월 16일 볼타 서거 100주기 기념으로
이탈리아 코모에서 열린 국제물리학회의에서
상보성 원리를 처음 공식 발표합니다.
상보성 원리에 대해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디랙은
“물리학자의 세계관에 대한 굉장한,
어쩌면 사상 최대의 변화를 몰고왔다”고 평가했으며
오펜하이머(후에 원폭제조를 위한 맨해튼프로젝트 수행)는
“인류의 사상사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으로부터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불확정성 원리와 상보성 원리 둘 다
물리학의 원리로서 문제가 있다는 건데,
이후 아인슈타인은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해
그 유명한 보어-아인슈타인 논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건 다음에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보어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의 물리학자들은
1927년 불확정성 원리에 이어
상보성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마침내 모순 없는 양자론의 해석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양자론의 표준해석,
흔히 ‘코펜하겐의 해석’이라 일컬어지죠.
이리하여 1900년 플랑크의 양자 가설에서 시작된
양자론의 맹아는 27년 만에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립된 것입니다.
물론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론의
표준적인 해석임에는 분명하지만
양자론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강력한 반론이 제기된 데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대안해석들이 나오는 중이니까요.
00. 네. 끝으로 흥미로운
일화가 있던데..
보어가 노벨상 시상식장에
주역의 팔괘도가 그려진 옷을 입고
참석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상보성 원리가
주역이나 동양사상과 맞닿아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은데..
근거가 있는 건가요?
-> 보어가 노벨상 시상식장에
팔괘도가 그려진 옷을 입고 참석한 사진은
저도 보았습니다.
게다가 보어는 1947년 덴마크 정부로부터
최고의 기사작위(Order of Knight of Elephant)를 받았는데,
자신이 직접 제작한 작위문장에 태극문양과
‘Contraria Sunt Complementa(대립적인 것은 상호보완적이다)’라는
글귀를 넣었습니다.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이란 문장은
‘주역(周易)’의 음양이론과 일맥상통합니다.
주역에는 ‘우주만물은 태극에서 나와 음양이 되고
음양이 또 음과 양을 낳는다.
음과 양은 서로 상보적으로 존재하며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 변화한다’고 돼 있죠.
보어가 일찍부터 동양사상 특히 주역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당시 보어뿐 아니라 슈뢰딩거 등
유럽의 과학자들은 인도와 중국 등 동양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어가 상보성 원리 착상에
주역이나 음양의 원리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이를 단정할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양자론의 우주관을
다뤄보려고 하는데..
흥미로운 얘기들이 또 많으니까요.
그 때 좀 더 자세히 얘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00. 네. 기대를 해 보구요.
끝으로 상보성 원리..
보어의 양자물리학..
결론삼아 정리를 좀 해볼까요?
-> 네. 여기서는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물리학을
비교해 보는 걸로
마무리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이란 실재를 개념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한 데 반해,
보어는 “물리학은 ‘자연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정체가 명확한 실재를 잘 드러내 밝히는 게
물리학이라고 봤고,
보어는 자연은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한계성을 전제하고 있죠.
전지적 작가시점과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보어는
“양자역학은 인간과 독립적인 실재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수학적 기술”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양자역학은 관측에 독립적인 실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관측의 수단과 관측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재 사이의
상호작용을 표현한다는 것이죠.
다시 한 번 풀어 설명하면
양자역학은 인간의 정신과 독립적인 실재에 관한
완전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독립적인 실재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기술이라는 거죠.
왜냐하면 우리 역시 실재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관측은 대상에 이미 존재하는 값을 드러내는데,
관측 장치와 독립적인 절대 값이 아니라
관측 장치에 대한 상대 값이죠.
00. 네. 양자역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가 남긴
양자물리학에 대한 정의까지..
자, 오늘도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상식과 직관에 반하는
양자론 오딧세이.
지금까지 과학스토리텔러
조송현 대표였습니다.
대표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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