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자.. 이 시간에는
현대과학의 정수
양자론의 세계..
함께 돌아보고 있습니다.
양자론 오디세이!
지난 시간에는
미시세계에서
입자가 어떤 물리량을 가지고
어떻게 운동하는지..
설명하는 수식이죠.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 오늘의 주제는
짐작이 됩니다.
슈뢰딩거가 나왔으니까..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바로 들어가보죠.
슈뢰딩거의 고양이..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게 뭡니까?
> 간단히 표현하면
'양자역학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을 담은 사고실험입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고양이 역설’로 불리는데,
물론 슈뢰딩거가 고안했습니다.
Q2. 전혀 뜻밖인데요?
파동방정식을 창안해서
양자역학의 토대를 세운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을 부정했다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 지난 시간에 슈뢰딩거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도 소개를 했는데..
모순적인 인생을 살았던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에 대한 태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슈뢰딩거만이 아니었어요.
그보다 8살 위인 아인슈타인 역시
광양자 가설로 양자역학의 씨앗을 뿌렸지만
평생 양자역학이 완전하지 않은 이론이라고 공격했거든요.
슈뢰딩거나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에 대해 가졌던 불만의 씨앗은
다름 아닌 파동방정식의 해(풀이)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Q3. 해석에 대한 불만이라니요?
수식을 풀어서 얻은 답에
별도의 해석이 또 필요한 건가요?
좀 어려워지는데요.
> 네. 차근차근 풀어볼게요.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은
거장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대다수 물리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어요.
근데 이를 풀어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물리학파 간에 해석의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주류가 양자론의 아버지인 닐스 보어와
불확정성 원리의 하이젠베르크가 포함된 코펜하겐학파인데,
우선 이들이 낸 해석을
양자론의 표준해석 즉 코펜하겐 해석이라 부릅니다.
- 핵심만 추려보면 4가지로 요약이 되는데요.
(1)양자계(quantum system)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2)양자계는 관측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3)양자계의 상태는 파동함수로 기술되며, 확률적 특성을 갖는다.
(4)양자계는 파동-입자 이중성을 가지며, 상보성 원리를 만족한다.
Q4. 파동함수는 세번째 항목에서
등장하네요.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이
못마땅해 한 대목은 어디쯤일까요?
> 두 사람은 이들 4개 항 모두 못마땅해 했는데,
특히 세번째 항목..
즉 양자세계의 확률해석에 불만을 크게 드러냈습니다.
슈뢰딩거 고양이 역시
바로 여기서 등장을 하죠.
Q4. 확률해석이라..
이게 무슨 말인가요?
> 일단 파동방정식을 창안한 슈뢰딩거는
파동함수로 표시되는 전자파(물질파)를
실제로 존재하는 파동이라고 생각했구요.
그 파동의 정체를 파악하려 했어요.
이에 비해 코펜하겐 해석은
파동함수의 절대값의 제곱이
전자를 발견할 확률과 비례한다는
'파동함수에 대한 편의적인 해석'에 만족했거든요.
- 어렵겠지만 일단 확률해석이라는 게 있고,
슈뢰딩거는 여기에 반대했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지나갑니다.
- 이보다 더 요상한 것은 ‘중첩의 원리’인데,
이것은 슈뢰딩거 자신이 개발한 파동방정식의 수학적 본질입니다.
예를 들어 파동은 여러 개가 겹쳐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까 전자의 파동함수는
이곳에 있는 파동과 저곳,
심지어 우주 끝 편에 존재하는 파동의 합으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이들 파동은 실제로
전자가 이곳저곳에 존재한다는 게 하니라
관측하면 나타날 확률을 가르킨다는 것이죠.
슈뢰딩거는 여기 동의를 하지 않았구요.
'이게 말이 되느냐' 따지면서
‘고양이 역설’
그 유명한 사고실험을 논문으로 제시한 것이죠.
Q5. 드디어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등장하는군요.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자연법칙을 초월한 고양이..
이게 뭔가 싶었는데..
'확률'이라는 단어가 단서가 되는 것 같네요.
자.. 슈뢰딩거의 고양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알려주세요.
> 네. 이제 그 ‘슈뢰딩거 고양이’로 널리 알려진
사고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안을 볼 수 없는 상자 안에 방사성 물질과 방사선 검출장치,
그리고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이 든 플라스크를 설치합니다.
방사성 물질이 원자핵 붕괴를 일으키면 방사선을 방출합니다.
이를 감지한 방사선 검출장치는
청산가리 플라스크를 깨뜨리도록 장치를 구성합니다.
이 상자 안에는 살아 있는 고양이를 넣어 둡니다.
만약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여 방사선을 내보내면
청산가리 독가스가 발생해 고양이는 죽을 것입니다.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지 않으면 고양이는 살 수 있겠죠.
방사성 물질이 한 시간 이내에 붕괴할 가능성은 50%라고 가정합니다.
한 시간 후 고양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Q6. 방사성 물질이 붕괴할 가능성이
50%면 생존확율도 반반 아닐까요?
일단은 상자를 열어봐야할 것 같은데요.
> 와우, 맞습니다.
그런데 슈뢰딩거가 문제로 삼은 것은
뚜껑을 열기 전의 고양이 상태입니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산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반반 겹쳐진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이게 말이 되느냐'
공격하는 게 바로 슈뢰딩거의 의도입니다.
- 이 사고실험의 함의를 알기 위해
양자역학의 논리를 적용해
상자 안의 상태를 예상해보겠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원자핵 붕괴를 일으키는 현상은
양자역학으로 기술됩니다.
관측 전의 방사성 물질의 상태는
'원자핵 붕괴를 일으킨 상태'와
'원자핵 붕괴를 일으키지 않은 상태'가
반반씩 겹쳐져(superposition) 있는 셈입니다.
관측 전에는 여러 가지 확률파동이 겹쳐져 있다는 것이
양자론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뚜껑을 열기 전까지
고양이의 상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원자핵이 붕괴했다면 고양이는 이미 죽은 상태일 테고,
붕괴하지 않았다면 고양이는 산 상태일 것입니다.
그런데 방사성 물질은
'원자핵이 붕괴를 일으킨 상태'와
'일으키지 않은 상태'로 겹쳐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도 죽은 상태와 죽지 않은 상태가 겹쳐 있는 것일까요?
반생반사의 고양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있다고 해야 할지,
어불성설의 상태를 상상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입니다.
슈뢰딩거는 고양이라는 거시세계의 생물을 등장시켜
학률파동의 중첩과 붕괴를
'말도 안 된다'고 논증한 것입니다.
Q7. 역시 좀 어려운데
삶과 죽음에 동시에 걸쳐있는 상태가
실제로 가능한가요?
슈뢰딩거의 공격에 대해
코펜하겐 학파는 어떤 답을 내놓았나요?
> 좋은 질문입니다.
보어 등 양자론자들은 관측 전의 고양이의 생사에 대해
“실은 하나로 정해져 있으나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고,
“삶과 죽음의 상태가 겹쳐져 있고,
생사의 어느 쪽 한편만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 슈뢰딩거가 양자론 학자들에게 던진
이 사고실험은 물리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며
‘슈뢰딩거 고양이’ 패러독스로 불리게 됩니다.
이 수수께끼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슈뢰딩거가 양자론을 공격한 사고실험인
‘슈뢰딩거 고양이’가
요즘 일반인에게는 양자론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고실험으로
널리 인용된다는 사실입니다.
양자론에 따르면
‘반생반사의 고양이의 상태는 관측에 의해
갑자기 삶 혹은 죽음의 어느 한 쪽으로 결정된다.’는
결론이 도출될텐데..
역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긴 하죠.
하지만 일전에 소개했던 이중 슬릿 실험처럼
하나의 전자가 두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해
간섭무늬를 남기는 것처럼..
미시세계에서는
상식 밖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거든요.
상식과 직관을 넘어서
미지의 세계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을 닦았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어떨가 싶네요.
다음주도
흥미로운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자.. 지금까지 과학인사이드,
과학스토리텔러 조송현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pinepines@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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