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여자 / 권정일

달을 훔쳤다

보름달이 뜨는 밤
달빛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늑대 울음을
처절한 울음소리의 늑대를
지배할 수 있었다

젖가슴에 달빛 문신이 새겨진
여자는
기다렸다

깊은 삭일의 밤
달의 제단 앞에 서서 신성한 태양력의 목을
길게 찢었다

수천 떼의 어둠이
달의 중문을 열고
울었다

야얄-아 야얄-라 야얄-라 암사슴을
완성했다

슬픈 짐승 울음을
뜨겁게 두려워하는
울음소리의 야수를
지배하게 되었다

벌레와 물고기와 새와
인간의 살까지

야음과
내통하고도
참수당하지 않았다

권정일
권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