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를 구속하라” vs. “김건희를 특검하라” 어느 쪽이 정당한 주장인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지난 3월 2일 이른바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삼성전자 7억 원 뇌물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당해 사건에 대해 기소하여 구속영장을 받아 구속을 하든, 무혐의 처분을 하든, 이건 검찰의 고유권한이다. 하여 특정인의 구속을 요구하는 것은 법치에 반하는 행위이다.
국회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함께 일컫는 이른바 ‘쌍특검법’을 4월 27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최장 240일 동안 법안 심사와 논의를 거쳐 본회의 표결을 하게 된다. 본회의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5분의 3인 180석 이상 찬성이다. 12월에 쌍특검법 성패가 결판난다.
특별검사는 범죄수사와 공소제기 등에 있어 특정사건에 한정하여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다(특검법 제1조). 수사대상은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 등이다(특검법 제2조 1항).
특별검사의 영어 표기는 independent counsel 또는 special prosecutor이다. independent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특별검사는 어떤 세력의 영향도 받지 않는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검찰 출신의 변호사보다는 주로 전문 변호사나 판사 출신이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기 위해 정당 가입 경력이 있는 변호사는 제외된다.
왜 막강한 수사력과 명민한 검사들이 포진한 검찰이 존재하는데도 군더더기 같은 특별검사제도가 필요한가? 한마디로 검찰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불신의 이유 중 하나가 ‘기소편의주의’이다.
기소편의주의란 검사의 재량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형사법상의 원칙이다. 곧, 기소독점주의(다음 편에 다룸)가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이라면, 기소편의주의는 검사의 재량에 따라 기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권한이다.
이 기소편의주의는 공소권 행사의 적정화를 통해 기소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등의 장점도 있다. 그러나 검사의 독선이나 정치적 영향으로 공소권 행사가 자의적일 수도 있다는 단점이 크다. 특히 기소독점주의 및 검사동일체 원칙과 결합하여 검찰 자체가 정치권력화할 수 있다.
이 권한이 오·남용될 경우, 검사는 자기한테 미운 놈, 야당, 권력에 찍힌 놈은 몇 년이 걸리더라도 수사하고 증거를 조작해서라도 기소를 한다. 그러나 봐주고 싶은 사람이나 권력자들은 기소유예하거나 불기소하거나 구약식(‘약식명령청구’) 벌금형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검사가 편의에 따라 기소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인데, 너무나도 대단하고 부당한 권한이 아닌가.
이 기소편의주의에 의해 김건희의 여러 사건 무혐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무혐의, 이재명과 송영길은 문제가 나올 때까지 수사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기소편의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재정신청제가 만들어졌다. 검찰이 불기소 처리한 사건에 대해 법원에 다시 심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 또한 유명무실해졌다. 그 이유로는,
첫째, ‘검찰의 부당한 불기소→재정신청→지정한 변호사가 공소’에서 ‘검찰의 부당한 불기소→재정신청→다시 검찰이 공소’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검사의 잘못을 동료 검사가 바로 잡는다? 차라리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 잡으려는 게 더 낫다.
둘째, 인용률이 1%가 채 안 된다. 99% 이상이 기각이다. 왜 그럴까? 제정신청제도는 기본적으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판사님, 억울하니까 기소해서 재판 받게 해주세요’다. 그러면 판사는 사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잘못된 것을 인용해주는 방식이다.
판사는 재판이 많아 바쁘다. 자기가 맡은 재판도 쌓여 있는 와중에 재정신청한 사건까지 볼 시간이 없다. 게다가 재정신청을 인용하려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잘못됐다는 걸 일일이 지적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판결문도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기각하는 건 ‘기각’ 한마디면 끝이 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5조(특수직무유기)는, 범죄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를 인지하고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고 엄중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권한이란 이름의 온갖 철갑을 두른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수 있단 말인가. 상식에 벗어난 부정의로 불기소 혹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검사들을 ‘개검’이라고 욕은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순한 감정의 배설에 불과하다.
지나간 수레바퀴 자국이 어지럽다. 눈 밝은 사람은 수레를 보지 않는다. 수레를 끄는 소에 관심한다. 법과 제도인 소가 검찰이라는 수레를 이끌기 때문이다. 객관의무에 충실한 검사는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서민들에게 재판정에 서는 고통을 덜어준다. 기소편의주의의 순기능이다.
그러나 그 역기능이 순기능의 이점을 압도한다. 한 줌 정치검사들은 친검찰 세력과 권력자, 부자와 강자를 위해 이 기소편의주의를 오·남용한다. 견제장치가 있지만, 무력하거나 미약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법과 제도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회의원이 만든다. ‘개검’이라고 욕하며 싸구려 감정을 배설하기에 앞서, 검찰의 편의적 기소·불기소에도 떳떳이 맞설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을 일이다. 그리하여 기소편의주의에서 독소를 뽑아내게 하면 된다.
법과 제도만으로 ‘검찰권 오·남용’을 일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로는, 법과 제도의 허점을 고치지 않은 상태로는 ‘개검’ 발본(拔本)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이 글은 송영길의 『송영길의 선전포고』(2023.10.30.)에 크게 힘입었음을 밝힙니다.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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