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 판사가 마지막에 무죄를 선고해서 여러분이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다. 여러분은 법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형사법에 엄청나게 숙련된 검사와 법정에서 마주쳐야 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앙이다. 검찰의 기소라는 게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2021년 11월 2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2021년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윤미향 의원 수사를 생각해 보자. 언론과 정치권은 ‘윤 의원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돈을 챙겼다’, ‘공금을 유용해 딸을 유학시켰다’, ‘단체 자금을 유용해 개인 부동산을 구입했다’, ‘안성힐링센터를 헐값에 팔았다’, ‘배우자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 등등 이후 허위로 판명된 수많은 혐의를 부각시키며 몰아세웠다.
그리고 검찰은 보조금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준사기, 업무상 배임, 업무상 횡령,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자그마치 8개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먼지털이 수사’에 이어 ‘투망식 기소’를 한 것이다.
‘투망식 기소’는 수사를 마친 후, 최종적으로 무죄가 나오더라도 온갖 혐의를 다 모아 일단 기소부터 하는 기법이다. 즉 ‘투망’을 던져 ‘뭐든 하나만 걸려라’라는 식의 기소를 뜻한다. 대중에게는 피고인이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법원에는 모든 혐의에 무죄판결을 할 수 없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 중 7개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10년 동안 1700만 원을 가져다 썼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에만 벌금형을 선고했다(유죄판결이 난 건의 경우, 오랜 시간이 흘러 영수증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 컸다).
그렇지만 윤 의원에게 붙은 딱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는 민주당으로 복당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대해 마녀사냥을 전개했던 사람들은 전혀 사과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전히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조국/디케의 눈물-
누구나 알고 있듯,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시민(民)이 주인(主)인 공화국이란 뜻이다. 공화국은 공화제로 운영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공화제의 핵심은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이다.
왜 삼권분립인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문제는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이 하나로 모이면, 히틀러나 나치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1933년 독일의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즉 나치당이 제1당이 되면서 바이마르공화국의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나치당의 당수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했다. 히틀러는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차지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다수당의 당수가 되어 권력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돌격대 등 폭력을 동반했으나, 형식상으로는 합법이었다. 문제는 이후에 일어났다. 히틀러는 권력을 잡고 나서 국회를 폐지하고 총통제를 만들어 입법·사법·행정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브레이크 없는 차가 되어 질주했다. 이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결국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독일을 패망으로 이끌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한민국 헌법은 권력을 한 곳에 모아놓지 않고 삼권으로 분리해 놓은 것이다. 권력 간에 상호 견제하여 균형을 이루라는 뜻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행정부 내 권력 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은 이미 무너졌다. 검찰 권력이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력을 압도하고 있는 실정이다.-(참고)『송영길의 선전포고』-
검찰 권력이 모든 국가기관을 통제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검찰은 모든 권력기관과 모든 국민을 수사할 수 있고,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고, 기소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이 무소불위의 권한으로 한 가정을, 뭇사람의 인생을 ‘절단 내’고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검찰권에 대한 견제도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어렵게 되었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권한을 법무부가 맡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민정수석실이 보유하고 있던 권한을 법무부로 넘겼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이 조직에는 검사들이 다수 파견되어 일하고 있다.
이원모 인사비서관과 복두규 인사기획관이 주도해 후보자를 추천한 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이 이루어지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끄는 공직기강비서관의 2차 검증이 이루어진다. 추천부터 1차와 2차 검증까지 모두 ‘윤석열 라인’ 인물들이 주도하는 구조인 것이다(아들의 학교폭력으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검증이 실패한 구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각 부처 장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고위공직자 후보들은 법무부와 검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는 단 한 명의 검사도 없었다.
평생 반독재민주화운동에 헌신해 온 원로 사제 함세웅 신부는 2023년 2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검찰독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가 무절제하고 무도한 검찰권·행정권 남용으로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국회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경찰 독재, 박정희 정권에서는 중앙정보부 독재, 전두환 정권에서는 군사 독재였다. 그런데 민주화운동은커녕 독재 정권에 부역만 하던 검찰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검찰권력을 정리할 때가 됐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우리 민주화 세대의 마지막 시대 과업이다. " - 조국/디케의 눈물-
저항권이란 신성한 헌법적 권리를 가진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이 선출한 권력에 의해서만 지배받는다는 원칙을 이제 실현할 때가 되었다. 검찰개혁 운동은 다시 출발점에 섰다. 법 개정을 통해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 검찰개혁을 추진함과 동시에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우선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비리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이다. 법 개정에는 시일이 걸린다. 설령 법이 개정되었다 하더라도 ‘시행령’을 통해 법을 무력화할 우려도 있다. 지금 당장은 탄핵 소추가 정답이다.
국회의원이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하도록 압박함과 동시에 탄핵 소추에 힘을 싣기 위해 일반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 2013년 9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한 말이 대답이 될 것이다.
“그들이 통치하니 우리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들의 통치에 책임이 있으며, 그들이 더 잘 통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능력껏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르면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입니다. 정치는 공동선에 봉사하기 때문입니다.
예수에게 사형을 내린 빌라도처럼 손을 씻고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뭔가 기여해야 합니다.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해 참여함으로써 통치자들이 제대로 다스리게 해야 합니다.” <계속>
<작가/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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